상대방에게 "네"라는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힘이다. 세상의 수많은 남성이 프러포즈할 때 여성에게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네"라는 답을 끌어내는 건 어려우면서도 쉽다. 연습하면 된다. 
습관적으로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생각하는 훈련을 하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머릿속에서 먼저 시뮬레이선해보라.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다.

고전을 읽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익한 점은 이름짓기다. 고전에는 압축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이 문장 하나에 얼마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첫째,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좇지 않는다. 
둘째, 모든 스포츠에서 힘을 빼라는 말이 바로 의도를 갖지 말라는 말이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몸이긴장하고 오히려 경기에 방해가 된다. 
셋째, 배우가 연기를 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된다. - P-1

최진석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시선이 물건에만 가 있으면 후진국,
물건과 제도에 가 있으면 중진국, 
물건과 제도와 철학에 모두 가 있으면 선진국이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250쪽

문명 세계를 ‘물건-제도-철학‘의 세 층으로 정리했다. 
물건, 제도,
철학. 내 삶에 기준이 생겼다. 
- P-1


상대방에게 "네"라는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힘이다. 세상의 수많은 남성이 프러포즈할 때 여성에게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네"라는 답을 끌어내는 건 어려우면서도 쉽다. 연습하면 된다. 습관적으로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생각하는 훈련을 하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머릿속에서 먼저 시뮬레이선해보라.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다.

고전을 읽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익한 점은 이름짓기다. 고전에는 압축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이 문장 하나에 얼마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첫째, 부자가 되기위해 돈을 좇지 않는다. 
둘째, 모든 스포츠에서 힘을 빼라는 말이 바로 의도를 갖지 말라는 말이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몸이 긴장하고 오히려 경기에 방해가 된다. 
셋째, 배우가 연기를 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된다. - P-1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을 찾았다. 그때 발견한 책이『손자병법이다. 물론 전에도 제목은 익히 들어봤던 책이지만, 단지옛날에 전쟁할 때 써먹던 구닥다리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고전의 힘을 몰랐던 탓이다.

‘그래도 혹시?‘ 하고 펼쳐 보았다가 100페이지도 채 읽기 전에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알아버렸다. 
그 기술이 바로 도, 천, 지, 장, 법이다.
이 방법을 자기 자신과 사업에 잘 적용할 수만 있다면 백전백승의 승률을 올릴 수 있다. - P-1

첫째, 도)는 명분이다. 도의 핵심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내 돈과 내 행복만을 위해서 싸우면 반드시 진다.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도는 남을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귀가 있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기가 모르는 땅에 가서 전쟁하는 것과같다. 그 동네에 원래 살고 있던 토박이가 저쪽으로 가면 낭떠러지가나오니 돌아가라고 하는데 오직 자신의 신념에만 가득 차 직진한다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고객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전쟁을 해야 한다. 왕이 자기 이익만 위해서 전쟁한다면 반드시 패한다. 백성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사람들이 왕을 따르게 되지, 내 이익만을 위해서 싸우는 왕은 늘 배신, 배반의 두려움을 안고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산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도의 핵심은 남을 먼저 이롭게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오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천(天)은 시간이다. 전쟁해야 할 완벽한 타이밍을 알아야 한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 나 역시 과거에 식당 창업을 준비하다가 공간 월세가 - P-1

지출되기 시작하자 조급한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부족한 줄 알면서도 혹시 잘될 수도 있겠다는 요행과, 월세라는 비용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예상했던 시점보다 빨리 오픈해버렸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요행을 바라고 싸우면 질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차라리 두 달치월세를 날리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 더 나았다. 서두르면 투자금 전체를 날리게 된다.
천의 핵심은 속도다. 당신의 속도는 얼마인가? 당신은 황새인가,
말인가, 거북인가, 달팽인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지(地)는 공간이다. 지의 핵심은 ‘어디서 싸울까‘다. 자기가 잘알고 있는 곳에서 싸워야 이긴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공간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공간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는가? 여기서 특히 주목할 공간은 디지털 가상 공간이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1월, 비트코인이 현물 ETF로 승인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가상 공간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마도 미래의 나는 현실 공간에서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가상 공간에서 판매해서 수익을 얻을 것이다. - P-1

이젠 반드시 두 공간을 모두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 디지털 가상 공간에 내 땅을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단,
웹 3.0 관련 책만 읽어서는 가상 공간의 땅을 점령할 수 없다. 땅을 보하는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창의력은 결국 고전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 두 가지 땅을 모두 얻듯이 두 가지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

넷째, 장(將)은 사람이다. 사람을 볼 수 있는 눈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마땅하게 보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을 위해서는 ‘허풍‘보다는 ‘비밀‘
이 좋다. 우리는 말할 때 정확하게 진실만 얘기하지 않는다. 과장을 섞어 허풍을 떨거나 세력을 숨기고 비밀스럽게 말하거나 둘 중 하나다.
허풍은 실망을 낳는다. 상대방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허풍의 거품이 걷히고 나면 나에 대해 실망감만 가질 뿐이다. 하지만 비밀은 의외의 만족을 낳는다.
너무 겸손하게 자기가 가진 능력보다 축소해서 말하라는 게 아니다. 허풍 없이 어느 정도 진실에 가깝게 자신의 능력치를 얘기하고, 동시에 상대방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을 비밀리에 키우라는 말이다. 그렇게 비밀리에 능력을 키우다보면 어느 순간 내힘이 빛을 발하고 상대방은 나에게 감동한다. - P-1

동시에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성장하는 사답을 찾아 함께해야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계속 성장하면 된다. 내가 멈춰 있다면 성장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성장하는 사람들 옆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다. 고로 사람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내 옆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다섯째, 법(法)은 나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다. 『손자병법』에서 법은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해야 한다. 봐주면 안된다. 나를 다스리는 ‘나‘가 무서워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1월 16일이 내가 아침 긍정확언을 외친 지 777일째 되는 날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777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긍정 확언을 외쳤다. 내가 스스로 엄격하게 나와 약속한 법을 지켜나가자 엄청난 일들이 생거났다. 300일 정도 지나자 뭘 해도 성공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고, 400일 정도 지나면서 드디어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다. 300일 넘게 꾸준하게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면 저절로 스타일이만들어진다. 화가 피카소는 91년의 생애 중 80년을 미술 창작에 몸을바쳤고 소묘, 회화, 도자기, 조각 등 총 5만 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 P-1

피카소도 초창기에는 남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수천수만 장의 그림을 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겼고, 그게 바로 입체주의(큐비즘)의 탄생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로 법을 세웠으면 꾸준히 지켜나가라. 처음엔 반대에 부딪히고 조롱도 받을 것이다. 나 역시 긍정 확언 영상을 만들고 100일 전후에 만나는 사람들이 "닭살 돋게 왜 매일 아침 그런 이상한 영상을 올리냐?"고 비웃듯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이 출간되는 2024년 8월 26일, 긍정 확언 1,000일이 되는 날에는 모두가 나를 인정해줄 것이다. 이 스타일로 1만 일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25년 하고도 100일 더 외칠 수 있다.

힘이 빠지고 우울할 때 도, 천, 지, 장, 법의 잣대로 자신을 점검하라. 그리고 이 다섯 가지 방법으로 전략을 세우라. 이 방법을 깨달은 사람은 항상 이겨놓고 싸울 수 있고, 지시받으려고 기다리는 줄에서 벗어나 지시하며 사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을 이기는 게 아니다. 세상을 이기는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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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가는 대신 메시지로 필요한 것을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미적지근한 답을 보내왔다.
[아무거나]
아버지는 의뭉스러운 사람이었다. 늘 속내를 감추었고무얼 물어도 제대로 된 답을 해준 적이 없었다. 속을 갑갑하게 하는 침묵과 불통, 묵인만 이어지는 집이 지겨웠다.

아버지의 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미스터 김이 남자와 대화를 마치고 내게 다가왔다. 그는 턱을 긁적이며 물었다.
나를 따라오겠습니까?
미스터 김은 내게 이곳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오후 한시였다. 곧 떠나야 하긴 했으나 핸드폰도 충전되었고 제프가 입국할 시간까지도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가이드를 자처하는 미스터 김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미안했고, 고민하다 그의 뒤를 따랐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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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기록을 격려하고 기록이 기억을 위로한다. 상실과 슬픔에 관한 깊은 사유와 글쓰기가 우리를 단단하고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책이다. 엄마와 이별을 준비하는 순간이 벌써 그립다는 서문부터 모든 슬품으로부터 날아오르자 다짐하는 끝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노화와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서 불안해하는 독자에게, 엄마로 살아가는 세상 모든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국환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토록 풍요로운 이야기를 구사할 수 있다는 데 놀랍따름이다. 단락마다 단편소설 한 편만큼의 서사가 함축되어 있고, 사유깊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은유와 삶의 향기가 스며있다. /이현숙 소설가

글이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다. 어머니의 슬픔과 노고를 정화하여 자기 삶의 버팀목으로 삼는 이야기에 살아가는 일이 좀 가벼워진다. 30년 넘게 재직한 교직을 마감하며 가장 먼저 어머니께 달려가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가족에 대한 예의와 사랑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이수진 수필가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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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널 만나니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난 내 몫을 했을 뿐이다. 힘들었어도 후회는전혀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너와 나 그리고 모두 다. 서로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소중한 존재들이야.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돌아보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직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 삶을 지탱할 수 없어. 알겠니? 형은, 영혼조차도 비명을 지르는 시대에 살았다. 강용우 씨를 생각해봐. 비명이너무 끔찍하지 않니?"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말하던 형이 문득 말을 그쳤다. 복받치는 감정을 참느라고 형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우리는 묵묵히 각자의 감정을 다스렸다. 
하지만 벽시계는 계속 초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제 시간이 없다. 형에게 어떤 말이든 해주고 싶어 난 애가 탔다. 나는 자꾸 입술만 달싹거렸다. 이윽고, 형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네가 올 줄 알았어. 아니? 내가 널 참 좋아했다는 것을 내가무엇을 하건, 어떤 일을 하든, 내 속엔 늘 네가 있었지.

나는 마침내 말문이 트일 모양이었다. 내 입술의 긴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무슨 말이든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목소리로 ‘나의 말‘을 시작했다.
"형. 난......."
그때 자지러지게 벨이 울렸다. 면회 종료를 알리는 벨 소리에 내말은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난 계속해서 말하고자 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형이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난," - P-1

"난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널 만나니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난 내 몫을 했을 뿐이다. 힘들었어도 후회는전혀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너와 나 그리고 모두 다. 서로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소중한 존재들이야.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그 누구도 우리를 돌아보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직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 삶을 지탱할 수 없어. 알겠니? 형은, 영혼조차도 비명을 지르는 시대에 살았다. 강용우 씨를 생각해봐. 비명이 너무 끔찍하지 않니?"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말하던 형이 문득 말을 그쳤다. 

복받치는 감정을 참느라고 형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우리는 묵묵히 각자의 감정을 다스렸다. 

하지만 벽시계는 계속 초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제 시간이 없다. 형에게 어떤 말이든 해주고 싶어 난 애가 탔다. 나는 자꾸 입술만 달싹거렸다. 이윽고, 형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네가 올 줄 알았어. 아니? 내가 널 참 좋아했다는 것을. 내가무엇을 하건, 어떤 일을 하든, 내 속엔 늘 네가 있었지...
나는 마침내 말문이 트일 모양이었다. 내 입술의 긴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무슨 말이든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목소리로 ‘나의 말을 시작했다.
"형, 난......."
그때 자지러지게 벨이 울렸다. 면회 종료를 알리는 벨 소리에 내말은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난 계속해서 말하고자 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형이 없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난," - P-1

이럴 땐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지기에 십상이다. 나는 눈을 찡그리며 부신 해를 올려다보았다. 둥근 태양은 붉은 보석 같았다. 삭풍 몰아치는 음산한 겨울에도 하늘엔 보석 같은 해가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우리는 큰길이 보이는 곳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끝내 나에 대해서, 아니 내 앞에 가로놓인 미래에 대해서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해준 그가 몹시 고마웠다. 헤어지면서 그는 또내 머리통을 주물렀다. 

간판들이 숲을 이룬 거리로 사라져가는 아저씨의 넓은 등을 나는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도 돌아섰다. 생각 없이 골목 안으로 몇 발짝 걸음을 옮기다 말고 나는 우뚝 서버렸다. 방들이 서로의 맨몸을 부비며 칭얼거리고 있을 나성여관은 이제 내가 돌아갈 곳이 아니었다. 나는 망연해져서 낯익은 주변 형상 하나하나에 스며 있는 시간의 부스러기들을 보았다. 그 멈춘 시간 속에서 나는 공기조차 떨지 않는 고요를 보았다. 그러나 그 고요를 이루 말할 수 없이 평온했던 순간의 고요를, 휘몰아쳐 내달려온 바람이 일시에 헝클어버렸다.
다시 되돌아 나오다 나는 바로 옆에서, 제대로 풀칠이 되지 않아 깃발처럼 나부끼는 전봇대의 광고지 한 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누더기같이 덕지덕지 붙은 다른 광고지에 비해 최근의 것인 듯 가장 깨끗하게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생산직 남녀사원 00명 모집. 초보자 환영. 
깃발같이 펄럭였던 그것은 구인광고였고, 내가 읽은 것은 그 두 문장과 전화번호였다. - P-1

는 인간이다. 그것을 비속함 또는 무지스러움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작은 열려짐 속에는 허위나 허세가 개입되어 있지 않다.
우연이는 그 마음속의 단순성과 직접성의 회로를 통해 형이 저지른 파국을 받아낸다. 우연이는 상황을 정리하거나 취사선택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는다. 우연이는 그 파국에 자신의 마음을 밀착시키고, 단순하게 그러나 종합적으로 그 파국을 받아낸다.
나는 어쩌면 형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 안으로 뛰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울며 속삭였다. 형을 사랑한다고. (533쪽)

한복을 입고 있어서일까. 형은 마치 아버지의 젊었을 적 모습이 저러했겠다 싶은 분위기였다. 형에게서 아버지를 읽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형을 좀 더 가깝게 보고 싶어서 자꾸 쇠창살에 얼굴을 박았다. (538쪽)

지금도 그랬다. 넉넉한 회색 한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형의 마른 마른 몸피는 도저히 칼을 든 자의 형상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칼을맛은 자의 초췌함. 그러면서도 너그러운 표정 쪽에 더 가깝게 닿아 있다. (540쪽)

인용된 세 토막의 문단들은 범행을 저지른 형의 존재가 우연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순하고 민첩한 마음은 구속된 형의 모습에서 젊었을 적 아버지의 모습을 읽는다. - P-1

아버지! 우연이네 아버지는 얼마나 한심하고 무능력한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던가. 그 아버지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우연이는 아버지의 아름답고 북받치는 청춘에 가서 닿는다. 그리고 우연이의 마음은 칼을 휘두른 형의 살의(殺意)의 밑바닥에 고인 부드러움과 교감하고, 형의 운명 속에 교직된 사랑과 증오, 가해와 피해. 찌르기와 찔리우기가 결국은 다른 것이 아니며 한 덩어리라는 그 난해한 복합구조물을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삽시간에 파악한다.
우연이의 마음은 그 복합구조물을 분리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해버리고, 그것을 마음의 무늬 위에 짜놓는다. 형을 면회하고돌아오는 길에 우연이는 눈 속에서 보라와 입 맞춘다. 여자아이가 달려들어서 입술을 포개는 이 입맞춤은 순결과 평화 속에서 포개지는 고전적인 입맞춤이고 세상의 고통과 세상의 뒤엉킨 복합구조에대한 이해와 긍정 위에서 이루어지는 성년의식과도 같은 입맞춤이다.
이 입맞춤은 지독히도 감각적인 입맞춤이지만, 곧 감각이 얼얼해지는 입맞춤이다. 아이들인지 어른인지 아직은 구별되지 않지만,
아이의 말투와 아이의 민첩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 어린 인간들이 고전적인 입을 맞출 수 있다. 그 입맞춤은 키를 자라게 하는 입맞춤이라고 할 만하다. 소설 전편에 번져 있는 우연이와 보라 사이의 관계의 경박성(이것이 그들 세대의 한 가엾은 불행일 것이다)은 이입맞춤에 의하여 비로소 극복된다. 그래서 좀 더 키가 커진 우연이는 나성여관이 헐리기 전날, 타락한 누나의 귀가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누나는 꼭 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었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 누 - P-1

나와 형, 그리고 내가 나성여관에 품고 있는 사랑을. 그것은 때로 누추했고 더러는 끔찍했으나 그보다 더 많이 오밀조밀했고 아늑했었다. 우리들의 사랑 속에 담긴 분노와 증오와 슬픔 없이 어찌 이처럼 질긴 애정의 끈을 묶어낼 수 있었으리. (571쪽)

소설의 말미에서, 그 우연이가 한 시대의 밤을 송별하고 있다. 밤은 형이나 찌르레기 아저씨의 칼에 맞아 사라지지는 않는다. 밤의 고통과 증오와 시달림을 받아내고 거기에 삼투하고 거기에 대하여 정직한 여러 마음이 모여 만든 삶들에 의하여 우리들의 기나긴 밤은 비로소 송별될 수 있을 것이다.
밤은 맨입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처럼, 밤은 인간의 마음과 삶 속으로만 사라진다. ‘생산직 남녀사원 00명 모집. 초보자 환영‘우연이가 바라보는 찢어진 구인광고 너머로 우리는 찌르레기 아저씨의 무너진 ‘집‘과 우연이네 형의 파괴된 ‘마을‘
이 다시 돋아나고 아물어가는 희망의 가녀린 그리고 끈질긴 싹들을 본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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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의 젊은 시절을 노래 부르듯 외고 다녔던 노인의 짓무른 눈자위와 냄새나는 목도리가 떠올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노인이 쏟아놓은 말들이 일시에 내 기억창고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는 너무 막막해서 호흡이 답답할 지경이었는데 이제는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노인에 관한 숱한 기억들로 숨쉬기가 불편할정도였다.
나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노인의 엄살 심한 탄식과 현실의 비참함에 늘 진저리를 쳤었다. 털어놓는 사연들도 부질없는 욕망과 작위적인 드라마가 범벅이라고 느꼈을 뿐이었다. 남과 북의 이쪽저쪽 땅에 떨구어 놓은 노인의 삶은 어느 쪽이든 다 갇힌 운명 같아서 내가 도와줄 만한 것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노인의 비탄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부끄럽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부끄러움 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정말이다. 아, 진정 난 모르겠다. 나는 어떤 의미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형의 체포, 노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내가 홀로 탄식한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무엇이든 하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천둥과 번개 속에 끼어 있던 약간 푸른 하늘인 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갇힌 운명으로만 살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비싼 대가를 치렀다. 
나는 아주 짧게 노인의 죽음을 설명할 것이다. 정말그러고 싶다. 물론 아버지가 갈말읍에 전화로 확인한 사실에만 의존해야 하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노인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것이 없다는 데 진짜 이유가 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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