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다 꼬여가지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해요. 기분 좋게 와서 기분 좋게 마시고 가면 좋겠는데. 
또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껴안은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리는 손님도 싫어요.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도 싫고요. 둘이 좋아 만나는 일을 말릴 수야 없지만 뭔가 구린 냄새가 나거든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는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거든다.
"시장 바닥이란 게 다 서민들이 다니는 동네라 별거 없어요. 술주정이나 싸움질하는 게 싫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해요. 하지만 제일 힘든 건 사람이 그리운 거예요. 어떻게든 찾아올 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지 않으면 기다려지죠. 바보 같죠. 이 장사를 하다 보면 가끔씩 생각나는 손님들이 있어요."
"많이 외로우신가 봐요."
"우리도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거리에서 일한다고 감정이 없는 줄 아세요? 손님들이 함부로 대하면 기분 나쁘고 화나요. 장사니까 참는 거예요. 길거리에서 장사한다고 쉽게 보지 마세요. 
다른 데서 만났으면 국물도 없어요."
조용한 목소리에 맑은 눈빛을 가진 한 아주머니는 "포장마차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상풍파에 쓸려 다니다 보면 성격이 거칠어진다고 했다.

상봉
간밤의 꿈에
시부모님을 뵈었다
두 분이
당신의 아들을 극진히 아껴주시던
생전의 평소처럼 여전하셨다
아직도 못 잊으십니까
지금도 그리우십니까
세월 넘어 시공 건너
붉디붉은 본능의 피 여전히 뜨거운지
성탄절 이브에 수천 리 먼 길을 다녀가셨다
칠흑 같은 어둠을 지나 언 하늘을 헤쳐
당신의 아들을 어루만져 주시었다
아버님어머님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뵙게 되어
만감이 강물처럼 흐르옵니다
부디 평안하시옵기를

우리 언니 이름은 전미자

열세 살 많은 언니
휠체어에 앉으셨네
야윈 몸 더듬으니
손끝에 닿는 밀감만 한 젖가슴
배보다 크던 젖무덤이 줄어
볕뉘가 들 듯
청춘의 추억만 깜박깜박
동백이 피었고 수선화도 피었건만
수척한 몸에는 곁이 되지 못하네
바람이 살랑살랑 향기를 싣고 와도
병상에는 이르지 못하고
젖 먹여 키운 딸도 소식이 멀기만 하다
나를 덜어 너를 채우던 날의 온기도
가물가물해지고

하루 세끼 채워지는 콧줄이라는 목숨 줄
누런 소변 줄을 달고서도
내 이름은 기억한다
내 이름 닮은 언니 이름을
언니가 떠나도 잊지 못하리
무정한 세월 속에 꽃눈을 뜨고
수척한 언니를 연민하는 봄
밀감만 한 젖가슴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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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스무 살 무렵 목멱산(남산) 아래 자신의 집에 ‘구서재(書齋)‘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재에 책을 아끼는 아홉가지 생각을 담았다. 구서(九書)란 첫째 독서(讀書), 둘째간서(書), 셋째 장서(藏書), 넷째 초서(書), 다섯째 교(校書), 여섯째 평서(書), 일곱째 저서(著書), 여덟째 차서(借書), 아홉째 폭서(書)를 말한다. 책을 읽는 것, 보는 것,
간직하는 것, 내용을 뽑아 베껴 쓰는 것, 내용을 바로잡아 고치는 것, 비평하는 것, 저술하는 것. 빌리는 것, 책을 볕에 쬐고 바람에 쐬는 것 등이다. 책을 좋아하더라도 ‘독서‘라는 두글자에서만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독서의 네 가지 이로움을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독서해야할지는 잘 모를 때 참고할 만한 글이 있다. 류성룡(柳成龍)은 박학(博學), 심문(問), 신사(愼思), 명(明), 독행(行)의 다섯 가지 독서 방법을 말하면서, 모두 ‘생각하는 것‘
을 중심으로 독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약용은 이다섯 가지 독서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았다. 첫째 박학(博學)은 "두루 넓게 배운다"는 말이다. 둘째 심문(審問)은
"자세히 묻는다"는 말이다. 셋째 신사(愼)는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넷째 변(辯)은 "명백하게 분별한다"
는 말이다. 다섯째 독행(行)은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실천한다"는 말이다. 출처는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의「오학론(五學論)」이다.

저절로 독서할 마음이 생길 때만약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굶주리지도 않고 배부르지도 않고, 마음은 화평하고 기쁘며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고, 게다가등불은 밝아 창이 환하고 책이 보기 좋게 정돈되어 있고 책상과 자리가 정결하면 독서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 낼 재간이 없다. 하물며 뜻이 높고 재주가 막힘없이 환히 통하고 젊은 나이에 건장한 기운까지 겸비한 사람이 독서하지 않는다면 다시 무엇을 하겠는가. 무릇 나와 뜻이 같은 사람은 힘쓰고 또 힘써야할 것이다.
如其不暖不寒不飢不飽 心地和悅 體幹康安 加之以燈紅恕白 書軼精覈几席明潔 則可不勝其讀矣 况乘之以志高才達 年少氣健之子 不讀復何爲哉 凡吾同志勉之勉之- 이목구심서 30중국 위(魏)나라 사람 동우(遇)는 <삼여지설(三餘之說)》에서 ‘밤‘과 ‘비 오는 날‘과 ‘겨울철‘. 이 세 가지 여분의 시간

이야말로 마음을 하나로 집중해 독서할 수 있는 좋은 때라고말했다. 맑은 날 밤 고요하게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달이면온 세상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간혹 종소리만 들려온다. 이때 이 아름답고 고요한 정경에 빠져 책을 읽으며 피로를 잊는다. 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길을 막으면 문을 잠그고 방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사람의 발길이끊어지고 책만 앞에 가득히 쌓여 있다. 이처럼 그윽한 고요함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낙엽이 떨어진 나무숲에 한 해가저물고 싸락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깊게 눈이 쌓여 있다. 바람이 마른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가고, 겨울새가 들녘에서 울음 운다. 방 안에 난로를 끼고 앉아 있노라면 차향기에 달콤한 술이 익어 간다. 이러한 때 시와 글을 모아서 엮고 있으면 좋은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마냥 즐겁다. 이것이세 번째 즐거움이다. 허균이 옛사람들의 글을 모아 엮은 『한정록(閑靑錄)』 「정업(業)」편에 나오는 말이다.

"글이란 반드시 불온해야 하고 마땅히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고 그것은 일찍이 시인 김수영이 주장했던 ‘문학의 불온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필자는 20세기 대한민국의 문인과 지식인 중 가장 위대한 말과 문장을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수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김수영,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김수영 전집 2 (산문)』, 민음사, 2003, 221쏙)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는가? 마치 이학규가 망상을 예찬한 뜻과 같지 않은가? 불온하고 망상하고 상상할 때에야우리는 비로소 권력의 족쇄와 시대의 굴레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운 인간일 수 있다.

신선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다. 만약 사람들이 붐비는 저잣거리 한복판에 있더라도 잠시라도 그 마음에 걸리거나 얽매이는 것이 없다면 바로 그 순간 신선이 된다. 산속 깊숙이 몸을 숨기고 세상을 멀리 등진 채 사는 사람이 신선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비록 그윽한 산속에 거처하면서 세상을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에 걸리거나 얽매이는 것이 있다면범인(凡人)에 불과하다. 세상에 나도는 온갖 종류의 종교 서적 가운데 볼만한 글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유독 불교의 원시 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 Nipata)』에 나오는 이런 말만은세상 그 어떤 것보다 좋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 옮김, 숫타니파타 이레, 2008,34쪽)만약 이러한 순간이 짧든 길든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한다면,
그때만큼은 신선이 아니라 부처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때는 하루에 이백 자원고지 백 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만큼 글을 쓸 수 있다가도, 어떤 때는 하루가 아니라 일 년이 다 지나가도록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마음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을 때는 애써 쓰려고 하

지 않아도 술술 글이 나오지만, 마음속 한 귀퉁이일망정 걸리거나 읽어매는 것이 있으면 단 한 글자도 쓰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해 말할 때면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는 한다.
"숙제하듯이 쓰는 글이 가장 나쁘다. 숙제는 내가 하고 싶은공부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꾸중을 듣지 않을까 무서워 마지못해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대개 참고서 모범답안 따위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한 것이지만 사실상 내가 한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숙제다. 또한 목적이 따로 있거나 남을 위해 쓰는 글이 가장 좋지않다. 십중팔구 자신이 정말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형태의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진실로 내가 쓴 글‘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을 때 쓴 글이 가장 좋다. 단지 정말로 쓰고 싶다는마음 외에 아무런 다른 목적도 이유도 없이 써야 비로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고전연구가 한정주의 번역과 해석으로 읽는
이덕무 소품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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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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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내 일이라고 던져진 것을
해결하고 쳐내며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바빠서

그렇게 하루하루
엄마나 할머니처럼
별 잡음 없이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들으며 자라다 보니

이렇게 나이들어도
책 한 권을 온전히 집중할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 하는 것이

내탓인 것만 같다.
나 그렇게 잘못 살았나...?
며느라기의
다른 며느리, 딸, 엄마, 옆집 아줌마의 대처 모습과 태도에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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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거닐면서 나훈아의 ‘기러기 아빠‘를 불렀다. 부모님을 애타게 그리는마음으로 목청껏 노래했다.
진성은 18살 때 부모님을 만나 서울에 왔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은 끊이질 않았다. 평온하다 싶다가도 느닷없이 전쟁은 시작됐고, 그 사이에서 그는 숨을 죽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이 심해지자 외삼촌이 와서 어머니를 데리고 가버렸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가려고 뒤를 밟았다.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그는 어머니를 따라 얼른 차에 올랐다. 그러나 외삼촌이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는 버스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래도 그는 울면서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나 외삼촌은 다시 그를 발로 찼고 어머니를 태운 버스는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는 진흙탕에 쓰러져 울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가장 험악하고 냉혹한 현실을 체험하게 만든 대상이었고, 세상마저도 뒤엉킨 그의 울분을 풀어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그는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거리를 전전하기 시작했다.
"가정적으로 가슴 아픈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고아원을 그리워했던 소년이었지요. 그 시절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은데, 무척 힘들군요. 제가 살던 성산동에는 고아원이 있었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공을 차는 아이들이 보였지요. 문득 부모가 없었다면 고아원에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부모가 아니라 원수였지요.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괴로운 마음에 술도 많이 먹고, 방황도 하고, 싸움질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 가수 ‘진성‘은 유랑극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흥행이 되면 자장면을 먹었다. 그 이후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자장면 배달, 손수레도 끌며 밥을 벌어먹었고, 돈이 떨어지면 여관에 잡혀 살았다. 
그것 말고는 밥벌이가 없는 줄 알았기 때문에 돌아치기(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사치), 야간업소 일 등 해보지 않은 게 없다.

그럼에도 가사는 매우 진지하고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향에 행사가 있어 2시간 먼저 내려갔습니다. 평소에 잘 들르지 못했던 아버지 산소에 가려고요. 막걸리와 1,500원짜리 오징어 하나 사들고 찾아가 인사를 올린 뒤 무덤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는데, 그때 환청이 들려왔습니다. ‘누가 태클을 걸기에 너는 아직까지도 그 모양으로 살고 있느냐?"는 음성이었죠. 갑자기 가사와 악상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전방에서 종이하고 볼펜을 빌려서 아버지 무덤 앞에 앉아 미친 듯이 노래 한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태클을 걸지 마‘입니다."
가수 진성은 트로트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톱 가수가 되고 싶어 노래하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는 것. 그래서인지 그는 "이런 가수가 있었구나.‘라고 보편적인 이미지만 남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예를 들어 어떤 가수냐고 묻자 그는 ‘송대관이나 설운도 같은 가수‘
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면서 살고 싶다‘는 뜻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또 홀로 사는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30만 원을 주고 임대한 주말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다. 도시보다는 야외로 나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면서.
이상번은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됐다. 중간 중간 영화, 연극, 뮤지컬, 연주 등 연예계에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는 팔방미인,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도 주부 트로트 교실에서 굵직하고 낭랑한 목소리로자신의 노래 ‘꽃나비 사랑‘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부들은 모두 진지하고 화기애애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가수의 수업이라고 하지만 트로트 팬들에게 그는 그렇게 생소한 이름은 아닌 셈.
수업 도중 아주머니들은 "너무 멋있어요."를 연발하면서 그의 노래 ‘인생은 새옹지마‘를 불러 달라고 앙코르를 외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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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다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훗날 반드시 문득 깨치는 날이 있다.
면 바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관청의 수령이 평온하고 조용한 성품을 갖춰서 이렇다 할일을 하지 않아 백성들에게 베푼 혜택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그 후임으로 온 수령이 몹시 사납고 잔혹했다. 그때서야 백성들은 비로소 예전 수령을 한없이 생각하며 그리워했다.
無事時至樂存焉 但人自不知耳 後必有忽爾而覺 為此憂患時也 如前官恬靜 別無施惠於民 及其後官稍猛鶯民 始思前官不已也- 이목구심서 2무위도식(無爲徒食)‘과 ‘무위지치(無爲之治)‘라는 말이 있다. 모두 무위를 말하지만, 전자는 무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고 하는 반면 후자는 무위야말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진리라고 한다. 같은 말을 갖고 어찌 이리도

다르게 사용한단 말인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말까지 제멋대로 써먹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를 다스리는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들의 무위는 지극히 높고 바른 것이지만 자신들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야 할 자들의 무위는 결코용납되어서는 안 될 천하의 몹쓸 짓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러한 까닭에 무위지치는 최선의 용어가 된 반면 무위도식은 최악의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만약 무위지치가 최선이라면 무위도식 역시 최선이며, 무위도식이 최악이라면 무위자치 역시 최악이다. 어째서누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누구는 피땀 흘려 일하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려야 한단 말인가? 사람은 누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익과 명예와 권세와 출세를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위이기도 한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게으름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이나 좋아하지 않는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기계처럼 일하다 폐기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권력의 도구가 되어 뼈 빠지게 일하다가 버

려지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거부의 전략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무위도식이다. 흔히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을 사람들은 무위도식한다.
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 온다면, 세상 누구도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비난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데도 돈을 벌어 오지못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손가락질하고비난하며 조롱한다. 사실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돈을 벌어 오느냐 벌어 오지 않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내리는 것이다. 뭐 이따위 용어가 있단 말인가? 돈과 권력을위해 일하지 말라.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무위의 지극한 즐거움이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려면 오히려 무위도식하는 삶을 긍정하고 창조해야 한다.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

얼굴에 은근하게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과는 더불어 고상하고 우아한 운치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의 가슴속에는 재물을 탐하는 속물근성이 없다.
眉宇間 隱然帶出澹沱水平遠山氣色 方可與語雅致 而貿中無錢癖- 선귤당농소」얼굴에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만나고 살펴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지만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재물을 탐하는 속물의 티를 벗은 사람은 어떠한가? 이삼십 대 때에는 그러한 사람을만났던 것도 같다. 그렇지만 마흔 이후로는 그와 비슷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속물티를 벗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속물에 가까워지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이십 대 시절이 가장 뜻이 맑고 기상이 높았다. 삼십대 때는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

소인의 마음과 대인의 마음

간사한 소인(小人)의 흉중에는 마름쇠 한 곡)이 들어 있다.
속된 사람의 흉중에는 티끌 한 곡이 들어 있다. 맑은 선비의 흉중에는 얼음 한 곡이 들어 있다. 강개한 선비의 가슴속은 온전히 가을빛 속 눈물이다. 기이한 선비의 흉중에는 심폐가 갈라지고 뒤엉켜서 모두 대나무와 돌을 이루고 있다. 대인(大人)의가슴속은 평탄해 아무런 물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壬人智中 有鐵蒺藜一斛 俗人訇中 有垢一斛 清士简中 有氷一斛 慷慨士國中 都是秋色裡淚 奇士胃中 心肺槎枒盡成竹石 大人智中 坦然無物- 선귤당농소」마음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뜻은 애써참으려고 해도 표현하게 되어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든지. 마음을 도저히 감출 수 없고, 뜻을 도저히 참을 수없을 때 나오는 말과 글이 바로 진실한 말이고 참된 글이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

망령된 사람과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
與妄人辨 不如喫冰水一碗- 선귤당농소」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사람을 해치는 전갈과 같은 사악한자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보자. 사막을 건너다가 우연히 전갈을 만났다고 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죽느냐 전갈이 죽느냐 생사의 결판을 내야 하는가? 아니다. 전갈은 그냥 무시하고 갈 길을 가면 된다. 사악한자도 전갈과 다르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는 사람

만약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일을 갖고 생계를 도모하지 않는 사람은 버려진 백성이다. 그러나 능력과 계획이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면,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어떻게 할 길이 없다.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애써 하려고 하면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이것이 바로 공교롭게 하려다가 졸렬해지는 경우다. 하늘의 뜻에 따르고 운명을 편안히 여기는 것만 못하다.
若有可爲之路 而不資生者 棄民也 然力與謀不相入 顧無如何矣 勉強其所不能爲 則其不犯胖者小 是欲巧而拙也 不如聽天安命而已- 이목구심서 3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나는 능히 한다. 사람들이 능히 하는일을 나는 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나치게 고집이 세거나 과격해서가 아니라 선(善)을 선택한 것일 따름이다. 사람들이 하지않는 일을 나 또한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능히 하는 일을 나또한 능히 한다. 이것은 시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사람들을따르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에 나아갈 따름이다. 이러한 까닭

에 군자(子)는 안다는 것을 귀중하게 여긴다.
人之所不爲我則能之人之所爲 我則不爲之非橋也 擇善而已人之所不爲 我亦不爲之 人之所能爲 我亦能爲之 非詭隨也就是而已君子- 이목구심서 3.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자신의 당호(堂號)인 여유당(與猶堂)에 붙인 기문(記文)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지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은 그만둘 수 없다. 하고싶지만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서 하지 않는 일은 그만둘수 있다. 그만둘 수 없는 일이란 항상 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내켜 하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중단된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이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또한 때때로 그만둔다. 이렇다면 참으로 세상천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거리낌도 없고 막힘도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이 움직이는 대로 산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모략과 비방

마음을 화평하고 기뻐하며 온화하고 평온하게 가져서 거역함이 없이 순리에 따르는 것이 바로 인생의 큰 복력(力)이다.
마음을 관대하고 평안하며 고요하게 지니면 추울 때도 더울 때도 나를 침범하지 못한다. 옛사람이 불길에 뛰어들어도 타지않고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는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천하의 가장 상서롭지 못한 일은 아무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을 비방해 잘못을 덧씌우는 짓이다. 그러나 아무 근거도 없는 비방은 결국 곧바로 탄로 나는 법이다. 이때 비방을 듣는 사람이 만약 떠들썩하고 어지럽게 자신의 결백을 변명하기라도 하면 역시 시끄럽고 복잡하게 될 뿐이다. 비방의 경중을 가려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挡心和悅溫平 無拂逆其順適 是人生大福力 持心要寬平安靜 寒暑有時乎不 古之人火不焦 天水不濡云者 指此也 天下之最不祥 以無根之誘 橫加於人也 然其所謗 畢竟即綻 聞謗者若紛紛辨白 亦系燥擾也且有輕重 尤候- 이목구심서 3

남이 모략한들 어떻고 비방한들 어떤가?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필자는 백호 윤휴(白湖 尹鏞)의 "천하의 진리는 한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만약 누군가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옛사람의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차라리 세상과 어울리지못하고 홀로 쓸쓸하게 살아갈망정 끝내 ‘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 세상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이 세상이 좋아하는 대로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마음을 낮추려고 하지 않았다." 서계박세당(西溪 朴世堂)이 스스로 지은 묘지명에 남긴 말이다.

하나의 수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쉼 없이 돌아간다. 어제와오늘과 내일 역시 수없이 교대하며 굴러가지만 항상 새롭다.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를 고찰함으로써 오늘을 통찰하고 내일을 예측한다. 오늘을 통찰함으로써 어제를 고찰하고 내일을 예측한다. 내일을 예측함으로써 어제를 고찰하고 오늘을 통찰한다. 어제와오늘과 내일을 역사의 수레바퀴에 넣으면 바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된다.

다.
L94재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노자(老子)가 말하기를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상이고,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病)이다"라고했다.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병이라고 한다면,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바로 잘못이 아니겠는가. 공자가 말하기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말들은 공평하고 명백해 후대에도 폐단이 없다.
가히 만세)의 법으로 삼을 만하다.
老子曰 知不知上 不知知病 不知而知 儘是病也 知而曰不知 無乃曲平 孔子曰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平白無後弊 可爲萬世之法- 이목구심서 6사람의 삶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지(知)‘와 ‘무지(無知)‘
사이를 오고 가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안다고 해서 다

이는 것이 아니고, 알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알지 못하는 것이고,
알지 못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아는 것이다. 아는 것 가운데 모르는 것이 있고, 모르는 것 가운데 아는 것이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끝없이 돌고 도는 수레바퀴와 같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지‘에 도달할 수 없고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임을 깨닫고 받아들여야한다.

280만약 세상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지극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놀이를 억지로 애써 하는 사람은 없다. 놀이를 마지못해 하는 사람도 없다. 놀이란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고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덕무는 서이수(修)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들이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소꿈놀이와 너무도 흡사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극한 즐거움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덕무의 말에서 우리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추구했던 18세기 지식인의 새로운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여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유희의 철학이자 놀이의 철학이 될 것이다. 이덕무에게 학문과 지식, 독서와 글쓰기는 단지 유희이자 놀이였을 따름이다.
이때 해야만 하는 것이 도학(성리학)과 과거 시험용 학문과지식이라면, 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학문과 지식 밖의 것 즉박물학이다. 그래서였을까?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대해 남창 김현성(
"공(公)成)은의 뜻은 처음부터 저술에 있지 않고 유희 삼아 적어둔 것을책으로 엮었다"고 했다. 또 다른 백과사전인 『성호사설』을지은 이익은 스스로 "이 저서는 성호의 희필)이다"

라고 밝혔다. 억지로 힘쓰고 애써 꾸며 저술하지 않고 평생토록 놀이 삼아 써놓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 ‘지봉유설」과『성호사설』이라는 이야기다. 특별한 목적이나 아무런 뜻 없이 글을 썼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두 저서는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어떤 서적보다 특별한 문헌이자 희귀한 기록이 되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일을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현명하고 깨달은 사람인가? 깊게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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