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의 젊은 시절을 노래 부르듯 외고 다녔던 노인의 짓무른 눈자위와 냄새나는 목도리가 떠올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노인이 쏟아놓은 말들이 일시에 내 기억창고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는 너무 막막해서 호흡이 답답할 지경이었는데 이제는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노인에 관한 숱한 기억들로 숨쉬기가 불편할정도였다.
나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노인의 엄살 심한 탄식과 현실의 비참함에 늘 진저리를 쳤었다. 털어놓는 사연들도 부질없는 욕망과 작위적인 드라마가 범벅이라고 느꼈을 뿐이었다. 남과 북의 이쪽저쪽 땅에 떨구어 놓은 노인의 삶은 어느 쪽이든 다 갇힌 운명 같아서 내가 도와줄 만한 것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노인의 비탄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부끄럽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부끄러움 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정말이다. 아, 진정 난 모르겠다. 나는 어떤 의미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형의 체포, 노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내가 홀로 탄식한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무엇이든 하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천둥과 번개 속에 끼어 있던 약간 푸른 하늘인 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갇힌 운명으로만 살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비싼 대가를 치렀다. 
나는 아주 짧게 노인의 죽음을 설명할 것이다. 정말그러고 싶다. 물론 아버지가 갈말읍에 전화로 확인한 사실에만 의존해야 하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노인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것이 없다는 데 진짜 이유가 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요나스에게 미래는환상이었다. 
그는 그 미래가 현재로 다가왔을 때만 인정했다. "난 미래에 대해서 좀 생각이 달라. 전부 미래로 흘러가지만 사실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그건 우리가 만드는 거지.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건바로 도덕성이야. 인류의 미래니 가족이니 뭐니 전부 지금 우리가 뭘 하느냐에 달렸어.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 모든 게 나아진 다음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거지."

사람들이 자주 행복하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고 요나스는 말했다. 당연히 행복하다는 것이다.
 "난 언제나 웃고 있어야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음속으로 행복한 게 진짜지. 살면서 두루두루 다 잘해왔고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않았다고 느끼게 돼. 조금 이따 아니면 당장 내일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까봐 초조해하지 않아. 그냥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두고 걱정도 하지 마. 그러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어. 내가 바로그렇거든."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령자 6명 을 인터뷰한 1년을 통하여
인생의 깨달음에 대하여 기록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된 대장부

망령된 말이라면 종일토록 입 밖에 내지 않고 망령된 생각이라면 죽는 날까지 떠올리지 않는다면, 비록 남들이 그를 일러 대장부라 부르지 않더라도 나는 그를 일러 대장부라 말할 것이다.
조급하고 망령된 생각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지 않는다면 절로 꽃이 필 것이고, 거칠고 상스러운 말을 오래도록 입에 담지 않는다면 절로 향기가 날 것이다.


서쪽 문 위에 써 붙여 두었다는 잠언 (箴言) 형식의 짧은 글이다. 이덕무는 이 글을 문 위에 붙여 두고 그것을 자기 삶의 규율로 삼았을 터이다. 마지막 문장이 참 맑고 담백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을 헐뜯지 말라

입에 올리는 사람마다 헐뜯어 그의 입에 온전한 사람이 없는 자는 결코 길한 사람이 아니다.
(《일득록》13, 인물3)

함부로 말하는 자신을 탓하라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비록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일) 15. 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