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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출판사 서평에서, "우리는 서사를 다시 찾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정용준이 있습니다"
라고 하길래 궁금했다. 따지고 보면 서사가 아닌 소설이
있나? 하고..
서사적 문체가 구시대적이라는 말이 있던가?
책을 읽고 나서 알겠다. 서사 그 자체...
다이어리에 옮겨 적을 만한 멋있게 꾸며낸 문장이 없다.
그의 문장은 '이야기' 이다.
나는 [안부]를 읽다가 울어버렸다. (참고로 나는 책
읽다가 울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신기하게도... 담담한 문체가 나를 이렇게 자극했다는 게
놀라웠다..
인간극장의 나레이션을 글로 읽은 것 같다고 할까?
[474번]
우리 남편이 제목을 보고 박근혜의 474 공약이냐며
....ㅋ
왜 474번으로 지었는 지 갑자기 궁금해지넹.
474번 사형수는 자신의 사형집행을 원한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데 아무 감정이 없다. 재미로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다.
죄의식이 없는 살인자를 악인이라 할 수 있을 까. 하는
문제.
우리가 죄의식 없는 정신병자의 죄를 면해주듯이 말이다.
우리는 벌레를 죽일 수 있다.
부처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생명은 존엄한데
벌레를 죽이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다른가.
청부살인이라는 일...청부살인을 의뢰한 자보다 도구로
쓰인 살인자가 더 큰 죄이어야 하는 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는 살인마 아닌가.
과거 조정에서 정권교체시 피비린내나는 숙청 과정은
어떠한가.
'죄' 만큼이나 '악' 도 참으로 상대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진리'를 상대적인 입장으로 보는 건
아니다.
진리에 도달 할 수 없다고 보는 불가지론자도
아니다.
진리가 없다고 보는 회의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진리와 상관없다. 난 철저히 '실존주의자'
이니까^^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혈육....
가족 관계도 결국은 인간 관계이다
생물학적 유전자의 동일성이 주는 연대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낳은 정과 기른 정 중에 ,항상 기른 정에 한 표를
준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아버지를 혈육이라는 이유로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죄값을 치르고 나온 아버지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용서는
가능하겠지만
가족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지나간 시간 속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공유한 경험과
'정'이 없으니까.
[개들]
맞아죽는 개들이 불쌍하다.
이 글을 보니 개고기는 절대 먹고 싶지 않다.
소,돼지,닭도 먹지 말아야 하나..
약육강식의 세상을 느꼈다.
이 불편함....나는 육식을 좋아하는 데 ㅠㅠ
당분간 고기를 먹을 때 죄책감이 들 것 같다.
[안부]
어미의 맘으로 울었다. 얼마나 억울할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직도 존재하는 세상..
인분교수가 생각났다.
교수의 오더로 폭행에 가담했던 또다른 가해자들..
그들은 강자 앞에 '아니오'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걸까.
군대 속 폭행도 마찬가지.
나는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더더욱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