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범신론적 세계관이 녹아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신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고 오쓰 씨는 적었는데........) 그녀는 남자와 침대에 같이 있을 때 문득 생각했다. (내게도 여러 얼굴이 있어).˝

이렇듯 양파가 상징하는 것은, 인간의 이런 페르소나들을 하나씩 벗겨내면 결국 진아(신)가 드러남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중생들은 하위자아의 벗겨냄(초월)을 통해 붓다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불교와 범신론은 상통한다.

종교분쟁, 동양과 서양, 선과 악, 강자와 약자 , 부자와 빈자 ..이런 이원성을 초월한 신(양파)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살아있고 생명의 강의 흐름에 따라 그렇게 흘러간다...깊은 강 바닥은 수표면에서 파도가 일어도 언제나 고요와 평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

"내가 신을 버리려 해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겁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

신학교에서 제가 가장 비판을 받은 것은, 내 무의식에 깃든, 그들이 보기에 범신론적인 감각이었습니다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

(신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고 오쓰 씨는 적었는데.......) 그녀는 남자와 침대에 같이 있을 때 문득 생각했다. (내게도 여러 얼굴이 있어.)

결국 양파가 유럽의 기독교뿐 아니라 힌두교 안에도, 불교 안에도 살아 계신다고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양파는 그들 마음속에 계속 살았습니다. 양파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 속에 환생했습니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이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깊은 강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불교에서 말하는 선악불이(善惡不二)로,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도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분별해선 안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9-03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있다라는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거 같아요. 저도 이책 읽고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슈사쿠 정말 대단한 작가인거 같아요~!

alummii 2022-09-03 10:59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덕분에 이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초인이 되라는 니체사상과 내면으로 들어가라는 헤세와 상통하는 듯 합니다 제취향입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