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행복한 인생의 첫 단추 나비 4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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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월 8일자 일간지 기사에 <손자・손녀 돌보기 배우는 할머니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부부이혼률 50%가 넘는 나라, 저출산율을 자랑하는 나라 - 대한민국의 현 주소입니다. 또 요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게 현실이고, 어느 통계를 보면 부부가 서로 맞벌이를 원하는 것이 아닌경우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본 적 있다.

서초구와 구로구에서는 ‘예비할머니 교실’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참가한 할머니 중 한 분은 “애 키운 지 하도 오래돼서 어떻게 키웠는지 다 잊어버렸다”, “오새 애들 키우는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내 방식은 구식이라는 소릴 듣는다”고 한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 조사에 의하면 맞벌이 직장인 4명 중 1명이 친정이나 시댁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고 한다.

각종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의 70.9%가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고 한 취엄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서 48.6%가 ‘부모 도움 없이는 맞벌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통계청 자료 ‘일하는 엄마’ 자녀의 30%정도가 조부모손에서 크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외할머니 밑에서 컸다고 소개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시점에 조손(祖孫) 양육에 의존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가족행복 이야기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법륜스님은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아이가 사춘기시절을 지나면서 폭력적으로 바뀌고, 컴퓨터 오락만 하거나 대인기피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질문한 어느 가정주부에게 현장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봐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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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여러분들이 남녀평등을 법률적으로만 따지지 말고, 마음에서 의지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주인으로 여러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나 며느리가 직장생활 한다고 손자, 손녀를 봐주는 일을 해서도 안됩니다. 손자를 봐주면 일시적으로 좋은데 그 손자는 자기가 태어나서 엄마로부터 사랑받을 권리, 그것을 뺏기는 겁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자기를 위해서는 직장도 그만두고, 아무리 높은 직위도 버리고, 명예도 포기하고 자기를 우선시하는 그 <사랑>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있습니다. 어릴 때 이 ‘사랑’을 받아야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고파병’에서 해방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것을 뺏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팽개치도록 돕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등에 업고 직장을 다니든지 직장에서 휴가를 내든지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라면을 끓여먹고 살 마음이 필요하고, 셋방에서 조그마하게 살 마음이 필요합니다. 애가 세 살 될 때까지는 부모는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렇게 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자녀들이 이제 결혼했으면 자기들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옆에서 ‘아이구 내가 애 봐줄게, 직장 다녀야지~’하면서 어쩌라 어쩌라 합니다. 또 그러면서 잔소리를 엄청 합니다.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는 정을 끊어주는게 최고로 자식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원망을 해도 괜찮습니다. 간섭을 함으로 해서 원망으로 원수되는 경우는 있어도, 얼굴 안 본다고 원수되지는 않아요.


형제간에 돈 빌려 달라 할때에도 안 빌려주고 원수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못갚으면서 원수가 됩니다. 안 빌려주면 조금 미워하고 섭섭해 할 수는 있지만 천천지원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유산 때문에 형제간에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산이 적으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자식들은 적당히 공부시켜 키워주고 끝내야 합니다. 남은 유산은 사회로 환원해야 내 자식들이 화목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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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또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있어 <엄마>라는 존재는 낳아준 존재의 의미보다 <길러 준 존재>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사회적으로 맞벌이 부부는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 사랑을 받을 권리를 뺏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륜스님은 “아이가 생기면 여자로서의 권리보다 엄마로서의 의무가 먼저”라고 당부하듯 이야기한다. 

<예비 할머니교실>에서는 신생아 관리교육, 모유 수유를 통해 아기 재우는 법, 목욕시키는 법, 열날 때 대처법 등 기본적인 관리법을 배운다고 한다. 또 신생아 응급처치 교육과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예방관리를 통해 아이가 동전을 삼키거나 음식물을 삼키다 목에 걸려 숨을 못 쉴 때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배운다. 이러한 내용을 예비, 또는 진짜 할머니들이 임신한 딸이나 며느리와 함께 교육받는다면 좋은 일이다. 실생활에서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 할머니 교실>이 아니라 <예비 엄마교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 본다.  


가족
 

법륜스님이 쓴 <가족>이라는 책을 권해본다. 얇고 작은 책으로 연하북으로 만들어진 책인데 연말 카드대신 작은 책을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누구나 안고 있는 가족간의 문제와 해답을 담고 있어 연말연시 새롭게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

▲ 표지를 거꾸로 열면 카드처럼 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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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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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과 608일동안 나눴던 애틋한 사랑과 추억 담은 책 발간
비공개사진 포함 결혼사진 등이 수록



1.

영화배우 장진영의 죽음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국민배우 최진실의 죽음이후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키기도 전에 잇다라 장진영의 죽음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스캔들이라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아이돌스타도 아니고, 팬층이 두텁지는 않은 듯 하다. 더구나 장진영은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렇지만 영화배우 장진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고, 그렇기에 그녀의 떠나감을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2.
책이 한 권 나왔다. 이 책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남편 정균씨의 삶의 여정이다. 40이 넘은 사업가이면서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로 결혼준비가 늦어졌지만 친구소개로 장진영을 알게 되고, 그 이후 그는 20대의 설레임으로 삶이 바뀌어간다.
그들은 매일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카페에서 집에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갔다. 20대의 연인이 한 번 쯤 꿈꾸면서 데이트를 하는 영화속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장진영이 영화배우라는 공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쉽게 대중들 속으로 노출할 수 없었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정균씨의 세심한 배려속에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미묘한 심리변화와 오해로 인한 서먹함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도 한다. 만난 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때 암 진단을 받고 그들은 절망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키워나간다.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설레임이라면 암진단 후 병실을 지키며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 은 아름다움이다. 글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시시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결말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우리 가슴에 아름답게 숨쉬는 것 같다. 마치 새벽의 찬 공기를 폐부속으로 깊숙이 들이마시는 상쾌함이랄까, 사랑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3.

그러나 지금 시기에 이 책이 발간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이 떠 오른다. 먼저 장진영의 사진과 정균씨와 함께 데이트하던 사진, 공개되지 않았던 결혼식 사진 등이 함께 실려 글을 읽는 사람으로서 행간에 숨어 있는 사랑의 감정 너머 애틋함을 더한다. 그야 말로 한편의 영화를 책으로 옮겨 놓은 듯한 가슴설레는 러브스토리다.

 4.

가슴설레는 러브스토리. 그래서 환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연애를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라면 그런 정균씨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고, 또 남자라면 그런 장진영씨 같은 매력에 가슴설레임을 담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하려면 이렇게’라는 지침서로서 아주 적합할 것이다.

책 출간과 관련해서 세간의 비판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자 김영균씨는 프롤로그에서 책으로 출간하게 된 이유를 몇가지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첫째 : 배우 장진영이 영화인으로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둘째 :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장학금을 전달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이러한 삶의 의미와 메시지를 이어가고 싶었다.

셋째 : 이 책을 통해 암투병에 있어 무분별한 치료에 휘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었다.

넷째 : 결혼서약을 한 남편의 의무로서 사랑이 갖는 가치와 의미에 무게를 실었다.

5.

처음 만나서 끌리는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고 편지를 쓰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는 설레임이 그대로 묻어난다. 당찬 모습만 보이며 살다가 어느날 <여자이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한 배우의 설레임도 느낄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 음식을 함께 만들고, 문화생활의 여유를 맛보고, 등산과 스쿠버다이빙 등의 휴식같은 사랑을 나누는 여정은 영상을 보는 듯 하다.

또 위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시간들은 마치 멈추어버린 듯 하다. 치유를 위한 여행을 통해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남편 김영균. 그렇게 혼인신고를 한 지 4일반에 아내 장진영은 세상을 떠났다.

 



 

MBC의 미니시리즈 <보석비빔밥>을 재미있게 보고있다. 서민가정 궁씨 집안의 자녀들이 각각의 개성있는 연기를 하며 각자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다.

첫째딸은 우연히 세들어 온 남자와 식당을 동업하며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로 사랑을 키웠는데 홀연히 떠나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 기업을 운영하는 부잣집 아들이다. 둘째딸은 간호사이지만 의사와의 연애가 깨지고 다시 출가하기 위해 온 미국인이 미국에서 큰 호텔을 경영하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큰 아들은 떡집 딸과 결혼을 했는데 떡집이 단순히 구멍가게가 아니라 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이라는 교수의 딸이다. 넷째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같은 반 여학생이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한다.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의 기준이 <돈 많은 집>이라는 것에 모든 것이 용서되고 넘어가고 지향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장진영과 사업가 김영균씨의 만남과 사랑이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만남이 아닌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분명 김영균씨가 말하는 사랑의 조건이 <돈과 명예>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을 통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마 책 속에서도 5년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애틋함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들에겐 진실한 사랑이었고, 세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게 사랑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연애와 사랑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하지 못하고, 무슨 평론하는 것 처럼 읽혀지네.

조금이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어지고 이혼하는 요즘의 세태에 새로운 경종이 되고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하는 메시지가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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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없는가 - 종정 법전스님의 수행과 깨달음의 자서전
도림 법전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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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바쁘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걸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정작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지금 여기에 오기 전에는 집에서 왔고, 그 전에는 … 어머니 뱃속에서 왔고, … 다시 어머니 뱃속에 오기 전에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그렇게 온 곳을 모르고 갈 곳 또한 모르고 바쁘게 살고 있다.


<누구 없는가> 한국불교의 최고종단 조계종의 어른 종정스님인 도림 법전(道林法傳) 선사의 수행과 깨달음의 자서전이 나왔다. 처음 책을 보자 마자 가슴이 뭉클했다. 무언가에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라는 것이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목소리에 힘을 넣어 쩌렁쩌렁한 소리로만 읽어야 하는 제목이다. 고함이라도 지르듯 말이다. 세상사람들 다 들을 수 있도록 그렇게 소리지르듯 읽어야 하는 제목이다. <누구 없는가?>

이 시대를 청정하게 이끌 사람, 그 누구 없는가!

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으로 온화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깨달음에 한 생을 바친 조계종 종정 법전큰스님의 자서전. 오로지 수행 하나로 일관하며 일생을 하루처럼 살아온 스님의 치열한 구도적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가 나와야 한다는 믿음으로, 참으로 눈 밝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 마지막 염원인 법전스님. 지혜로운 삶이란 무엇이며, 수행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간절하게 말씀하시는 종정스님의 뜨거운 가르침!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법전스님의 치열한 구도의 삶, 수행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당신의 삶 자체가 가르침이 되고 있다. 그것도 어른스님으로서 그칠 것 없이 내두르는 것이 아니라 스승으로 모셨던 성철큰스님의 말씀으로, 함께 정진했던 선승들의 말씀들을 전하는 형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행자생활할 때 외우고 다녔던 <자경문>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경책하게 한다.

-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금하라
- 나의 재물을 아끼지 말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라.
- 말을 많이 하지 말고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
- 착한 벗은 가까이 하고 삿된 벗은 멀리하라.
- 삼경三更이 아니면 잠자지 말라.
- 나를 높이고 남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 재물과 여자를 대하거든 반드시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 세속 사람을 사귀어 미움받지 말라.
- 대중 가운데 거처해서 마음을 항상 평등하게 가지라.

 이 내용들은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들도 생활속에 품고 살아봄직하다. 먹고 작고 입는 것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경책이 아닐 수 없다.

밥 값 내놓거라, 이놈들아!

성철큰스님은 대중이 앉아서 졸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고함을 지르거나 몽둥이를 내리치는 게 다반사라 온 대중이 바짝 긴장하며 정진했다고 한다.  

“밥 값 내놓거라, 이놈들아!” 성철큰스님이 대중들을 향해 고함치면서 주로 했던 말씀이다. 또 있다.
“돈은 비상과 같데이, 거저 얻게 되는 돈을 뿌리치는 사람이 가장 용기있고 청정한 사람인 기라.”
“공부를 제대로 이루기 전에는 공부란 이름도 붙이지 못한데이.”
“적어도 하루 20시간 이상 화두가 한결같게 들려야 비로소 화두공부한다고 할 수 있단 말이다.”

성철큰스님을 시봉하면서 생활하는 것 모두가 그대로 참선이었던 시절 1954년경 도림道林이라는 법호를 받고 법제자로 인가받았다.

선禪은 직관이자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이나 문자로서는 전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경험해보지 못하고서는 어렵기만 하다. 봉암사아래에 위치한 정토수련원에서는 이러한 선에 대한 내용을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프로그램으로 4박5일동안 진행한다. 불교신자이거나 아니거나,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7일간의 여행>에 ‘깨달음의 장’이 일부 소개되어 있고, 한 번에 20여명의 수련생만이 참가할 수 있고, 평생에 한 번만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깨달음의 장 수련문의 054-571-6031)

누구 없는가?

천제굴에 성철스님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신도들이 찾아왔고 신도들에게 업장소멸을 위한 참회의 3천배를 처음 시작한 곳이 천제굴이었다고 한다. 성철스님 생전에 ‘큰스님을 친견하려면 3천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법칙처럼 되어 있던때도 있다.

어떤 비구니스님이 대중들을 이끌고 와서 밤새도록 3천배정진을 하고 새벽예불 후에 성철스님은 법상에서 주장자를 들어 대중들에게 휘두르면서 “누구 없는가?”하고 일갈하셨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성철스님은 법당에서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 한 마디는 실로 뜻 깊은 법문이었고 세월 흐른 지금도 가끔 그 말씀이 떠 오른다고 한다.

 또 성철스님은 다섯가지 계율을 총림 대중에게 가르치셨다.

첫째, 네 시간 이상 자지 말라.
둘째, 잠담하지 말라.
셋째, 정진 중에 문자를 보지 말라.
넷재, 포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라.
다섯째, 일을 하라.

성철 큰스님께 인가를 받은 다음 태백산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 10년동안 머물렀다. 그때 석주스님, 서암스님, 일타스님, 지유스님과 함께 수행정진 했다고 한다.


서암큰스님은 성철큰스님이 입적한 후 제8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었다. 다섯 비구 중 제일 연장자이면서 소탈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서암큰스님의 말씀은 선사상의 진수를 담아 놓은 <자기 부처를 찾아>와 <어디에도 걸림없네>가 있다.




서암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많이 아는 것은 귀한 것이나 그보다 더 귀한 것은 다 털어버리는 것입니다. 많이 갖는 것은 부한 것이나 그보다 더 부한 것은 하나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남을 이기는 것은 용익있는 것이나 그보다 더 큰 용기는 남에게 져주는 것입니다“했던 분이다.


▲ 서암큰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아 붓으로 옮겨 그리듯 적어보았다. 

그러면서 “
태백산에 들어가 김치 하나, 밥 하나 놓고 10년을 살았다”고 10년 세월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씀속에 소박하게 살았다는 것을 넘어 치열한 구도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자성을 깨치지 못하고 죽으면 지옥행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보는 듯 하다. 일제시대때 출가하여 수행정진하고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겪고, 산속에서 10년간 두문불출 정진하고, 제자들을 지도하고, 해인사로 들어가 25년째 지내고 있다. 한국불교의 격동기를 지낸 산증인이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마음공부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법전스님! 한 번 선방에 앉으면 붙박이처럼 움직이지 않아 ‘절구통수좌’라 불리며, 깨치지 못하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한 한국불교의 살아있는 큰 기둥! 80여년을 오로지 수행으로 일관하며 살아온 인생이야기가 바로 법문이고 가르침이다.

선사들의 선문답은 범부중생으로 알아듣지도 못했겠다. 분명 그 속에 치열함이 있고, 나아감이 있는 것이 느껴진다. 또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들도 스스로 발심하고 정진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일갈하신다.

선사들의 선어록이 큰 가르침이 되고 수행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이 도(道)’라고 했던 선사의 말씀처럼 <행복한 출근길>과 <날마다 웃는 집>은 단순히 직장인을 위한,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아름다운 언어라고만 봐서는 안된다. 질문과 답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해못할 답으로 가슴이 답답해질때도 있지만 그 궁극의 답변에는 <당신,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화두와 같은 되물음이다.



 
부모로부터 오기 전에 그 어디서 왔는가? 하는 본래의 질문에 대답이 콱 막혀버리는 것이 <화두>가 되듯, 지금의 어려움, 괴로움, 슬픔이라는 현실문제속에 <당신,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생뚱한 질문앞에 콱 막히는 경우도 있다. 한 없이 미운 남편에게 <숙이고 참회하라>는 답변은 그야말로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화두>가 되어 살아 숨쉰다. 예나 지금이나 이 화두에 몰두하여 정진할 때 부처를 뛰어넘고, 경전을 뛰어넘는 진정한 행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클릭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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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초일류기업 포스코, 성장과 혁신의 비밀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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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성공한 혁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속도에서 밀리면, 그 순간 끝이다!’ 뭔가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의 현장을 다루고 있고, 사람냄새나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싫다. 한마디로 강한 거부감을 견딜 수 없었다. 그냥 책을 덮으면 되지, 무엇하러 책을 읽으면서 싫다고 하냐? 이 책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속도와 긴박한 경쟁, 화려한 성공신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나를 돌아보고,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돌아보게 만든다.

 


포스코 정준양회장이 추천사에서 회사의 성장과 성과를 화려하게 자랑하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서 딱 한 마디! ‘리더와 사원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한마음으로 공유하면 그 열기는 바이러스처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게 마련’이란다.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그 한가지로 열정을 불태운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움직이고 있는 동력이 이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열정적이지 못한 것은 이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가 부족하다는 말? 대충 그런것 같기도 하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하겠지만 배울게 없느 것으로 한정지으면 평생 어떤것에도 얻을게 없다. 하지만 또 눈을 뜨고 달리보면 그 어떤것도 배움거리이자 공부거리가 될 것이다.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자면 이 책은 처음 읽을때는 ‘포스코의 자기자랑’으로만 보인다. 어느 회사가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책들과 가르침도 많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는 한 문장들은 간혹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금의 나와 나의 조직은 어떠한가? 하는 것을 자꾸 되묻게 된다. 
 

눈에 띄는 책 속 한 문장들 

- 제가 하고자 하는 혁신은 툴이 아니라 마인드입니다. (p34)

 

- 현장을 바꾸려면 먼저 사원들의 마음을 열어 열정을 끄집어 내고, 그 열정이 추진력을 점화하도록 해야 한다. (p35)

 

- 칭찬... 신뢰...리더...(p38)

 

- 그들 역시 현장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사원들의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주었고, (p38)

 

- 리더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p46)

 

- 후배는 선배의 등을 보고 배운다. (p47)

 

- 허소장의 고민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모두가 혁신의 불씨가 되어갔다. (p48)

 

- 왜 눈부신 속도로 현장을 혁신해야 하는가? 바로 이 ‘왜’에 대답할 수 있어야 (p55)

 

- 혁신은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다 (p67)

 

- 문제는 대개 사소한 실수나 무책임, 부주의로 벌어지며 (p76)

 

- 상부의 지시를 받아 일을 처리하는 오랜 습관이 남아 있다면 다른 부서와의 화합은 더욱 어려워 (p77)

 

- 와글와글 토론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문제점을 두고 와글와글 마구잡이로 떠들면서 토론을 벌인다. (p77)

 

- 서로를 벤치마킹하는 포항과 광양 (p87)

 

- 역할이 분리되면서 두 부서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형성되어 (p93)

 

- 조직 체계가 바뀌어도 공동의 목표를 갖기 전에는 진정한 통합이 이뤄진 게 아니다. (p98)

 

- QSS든 식스시그마든 그것을 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p102)

 

- 5S란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 청결(SEIKETZ)을 습관화(SITSUKE)해 현장의 낭비와 무질서를 제거하는 현장 개선활동을 말한다. (p104)

 

- 이처럼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묵은 때를 벗겨내고 기름범벅이 된 채로 배달시킨 도시락을 먹는 장면은 현장 개선 활동을 귀찮게 여기던 현장 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제철소 내에 마이머신 열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p105)

 

- 생산성이 높은 곳을 가보아도 우리만큼 바빠 보이지 않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현장만 분주한 것일까? (p108)

 

- 당장 반드시 해야 하 f일과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도 한눈에 드러난다.(p111)

 

- 상사와 부하, 운전과 정비로 나뉘어 상처를 입히고 입은 사람들, 동료와의 불화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학습동아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사랑을 배웠다. (p118)

 

- 산업혁명 이후 그들이 발전시켜 온 문명의 힘이 결국 철의 힘이라는 (p120)

 

- 이번에도 리더들이 먼저 움직였다. (p122)

 

- 창조는 재미, 흥미, 즐거움에서 나온다. (p127)

 

- 한마디로 기업의 업무는 문서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p138)

 

- 영속하는 기업의 DNA는 규칙을 준수하는 것으로부터 (p149)

 

- 사원들은 리더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따를 뿐입니다. (p151)

 

- 혁신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카누의 노 젓기와 같다고 한다. (p158)

 

- 리더들은 말하기보다 주로 듣는 편이다. (p163)

 

- 리더에게 받는 러브레터 (p166)

 

- 혁신에는 마침표가 없다 (p233)
 

이러한 한 문장들을 곱씹으면서 내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리더가 되었을때, 내가 현장사원이 되었을때, 내가 가장이 되었을때, 내가 부모를 모시는 자식의 입장에서, 친구와 동료의 입장에서 이 말들을 곱씹으면서 나의 공부가 될 수 있었다.

 



 ▲ 포스코의 밤

 


한가지 아쉬운것이 있다면 그들만의 언어로 씌여져 있다. 정말 혁신에 대해 공부하고 싶고, 나도 그와 같이 따라하고 싶다고 할때는 잘 모른다.

- 포스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스시그마와 QSS를 두 축으로 하는 포스코형 식스시그마까지 개발했다. QSS 중에서 일본의 TPM은 설비를 개선하는 마이머신 활동으로 연결시키고, 개선활동은 전 사원이 학습동아리에 참여해 개선하도록 발전시킨 것이다. 

앞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채 이렇게 쓰고 있다. 식스시그마, QSS, TPM, 마이머신, VP 등의 어려운 언와 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 물론 그것 자체만 설명하는데도 책이 몇권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독자들과 함께 포스코의 혁신에 대한 성공신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데, 어떻게 노력해서 어떻게 바뀌었다는 이야기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의 혁신이 어려운데 노력 끝에 성공한 것인지, 본래부터 쉬운 것인데 습관의 문제로 잘 변화되지 않았던 것이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식스시그마'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정작 그 내용은 없다.

 



  

지금의 위기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혁신을 부르짖을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의 인생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행복한가? 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영사에서 발행된 <날마다 웃는집>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가정에서 행복한 삶이 기반이 될 때 모든 생활이 즐거워질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익힌 것을 이제 직장에서 <행복한 출근길>이 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혁신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혁신 프로그램만으로도 부족하고, 거기에는 돈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사람의 변화를 위한 노력 <날마다 웃는집>과 <행복한 출근길>과 결합될때 기업의 혁신이 성공할 것이다. 기업의 혁신은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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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상식적으로~ / 상식을 넘어~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선불교에서 수행자들의 선문답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앞뒤가 꽉 막혀 ‘도대체 무슨 말인가?’하는 것이 ‘화두’가 되어 깊은 공부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선불교 수행자들이 원칙없고 상식적으로 앞뒤 맞지 않는 행각들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원철스님이 쓴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2009, 도서출판 호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경전마저도 부정하는 듯한 도도한 자태에 웃음이라고는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함과 비장함에 장난끼 섞인 만화가 곁들여있다.


 덕산스님은 <금강경>의 대가였는데 용담선사를 찾아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문을 나섰다. 이미 바깥은 깜깜하여 제 신발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다시 들어왔는가?”

“문 밖이 어둡습니다.”

그러자 용담 스님은 종이이 불을 붙여 덕산스님에게 건네 주었다. 덕산 스님이 그 불을 받으려는 찰나 용담스림은 ‘후!’하고 그 불을 꺼 버렸다. 그 순간 덕산 스님은 활연히 깨쳤다.

또 출가 수행자들에게 진짜 무서운 아줌마 선지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선종에서 말하기를 깨달음은 승속이 따로 없다고 한다. 즉, 깨달음에는 출가자냐, 재가자냐 하는 구분이 무색하다는 말이다.


암두선사가 법난을 피하여 속복차림으로 뱃사공 노릇을 하며 사람을 건네주는 것을 수행으로 삼고서 살고 있었다. (중략) 어느날 한 아줌마가 아이를 안고서 강을 건너가려고 나무 판자를 두드렸다.

“춤은 그만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이 애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중략)

“내가 일곱 아이를 낳았는데 여섯 명을 이미 물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이 아이가 온 곳을 답변하지 못하면 이 아이마저 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암두 선사는 앞뒤가 꽉 막혀 버렸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중에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상식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면 답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깨달음을 향한 질문임에는 틀림없다. 이 아이가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의 본래 온 곳을 묻는 것이다. 수많은 출가수행자들이 이 물음을 깨치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선종의 가풍에 대해 소개하고자 함이 아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마치 선객들이 던지는 화두와 같은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스님에게 물었다>라는 이야기로 온라인에서 회자되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가 다시 오프라인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10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대구정토회에서 8주에 걸쳐 직접 법문을 한다. 전국정토회와 해외정토회는 한 주 뒤에 영상법문으로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정토회 참조 : http://www.jungto.org)

어떤 주부가 질문을 던졌다. 쉽게 꺼내기 어려운 질문이다. 질문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남자 아이 둘이 있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괴로워한다. 큰 아들은 힘들어하며 군대에 갔는데 ‘엄마, 이혼해!’하고, 작은 아들은 ‘2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거야! 이혼은 절대 안돼~ 아빠하고도 살고 싶어!’ 이런 남편을 두고 어찌해야 할까요? 하는 것이 질문의 요지다.

스님은 선문답하듯 다시 물음을 던진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듣고는 아무 문제 삼지 않는데 부인과 아이 두 명만 문제 삼으니 문제가 되는겁니다.”

여기 저기서 웅성거린다.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문제가 없다니...?’라는 표정이다.

스님은 울면서 질문하고 있는 분에게 매정하리만치 단호하게, 그러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이들도 괴로워하고 본인도 괴로워하는데 누구 손해냐?”

“아이들의 문제는 엄마가 괴로워하지 않고 당당하면 모든게 해결된다. 엄마가 괴로워하고, 문제를 삼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것이다”

“남편이 돌아오더라도 차갑게 대하지 말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라” 등 질문자가 괴로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출간한 <날마다 웃는집>(2009, 김영사)에서도 ‘바람핀 남편 어찌하오리까?’하는 내용의 글이 몇 개 있다. 날마다 웃는집을 위한 부부의 믿음 이라는 제목의 내용이다.



남편은 같은 직장 여직원과의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제게 눈물로 용서를 구합니다. 용서를 하고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할지요? 저는 남편을 많이 사랑합니다.

법륜스님은 이러한 질문에 오해, 상상, 추궁, 갈등의 4단계를 겪으며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진단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먼저 그로 인해서 괴로워 잠 못 이루고 힘들어하고 있는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거기서 출발해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법적으로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을 따지기 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또한 선사들이 던지는 화두같은 물음같기도 하다. (정말 어떠한가? 하고 곱씹어 볼만한 질문이다)



남편은 자기가 좋아서 딴 여자 만나는데 본인은 왜 밤 잠 못자고 계속 울어야 할까요? 이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나 스스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도 나가서 바람을 피워야 할까요? 그런다고 마음이 편해지고 만족이 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할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괴롭히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날마다 웃는 집>은 ‘부부의 믿음’외에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가족의 마음가짐’, ‘엄마의 마음결’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누구나 거실에 두고 가족이 함께 읽을만한 책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바람핀 남편’ 때문에 울면서 질문하는 여성에게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이 문제는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할 때 참가자 모두들은 박수를 치며 공감을 했다. 정말 누구나 안고 있는 문제일까?하는 의심도 들지만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방법을 <날마다 웃는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문답같은 - 알아들을 수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앞뒤가 콱 막히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어떠한가?', '참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표지와 닮은 사람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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