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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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덟단어로 압축적이지만 조심스레 정리한 이 책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청춘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지만 아직도 삶을 방황하는 이 땅의모든 사람들 - 중고생부터 50대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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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필로소피 - 손으로 생각하기
매튜 크로포드 지음, 정희은 옮김 / 이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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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제목<모터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 ‘오토바이의 철학’이 궁금해서도 아니고, 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공이 되었다는 저자의 인생역정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표지에서 발견한 몇가지 단어 때문이다. ‘손으로 생각하기’, ‘손일의 매혹’, ‘사무실에 갇힌 당신의 공허한 삶’ 등의 말들이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의 삶’이라는 것은 적게 일하거나 편하게 일하고 보수는 많이 받는 직장을 다니는 일이다. 그래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육체노동은 천한 것이고, 정신노동을 하는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을 폼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애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 매튜 크로포드가 말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들에 공감하면서 몇가지 짚어보고 싶었다. 저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보면 ‘손일의 매혹’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통해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은 어떠한가?>라는 새로운 명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특징 : 무한경쟁시대, 소비주의시대
단언컨대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또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좁게는 개인적으로 봐도 그렇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려고, 괴로워하고 싶어서’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과거 100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도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그 성질과 내용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뭘까?  

행복한 삶을 위해서 누구나 노력하지만 그 기준과 방향이 잘못되었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소비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욕망을 충족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과 불행을 판단하는 것에서 그 출발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향한 현대인들의 무한질주는 결코 행복과는 거리와 멀어질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위해 ‘갈등과 경쟁’은 필수적이다. 남을 속이고 빼앗는 것을 넘어 싸우고 죽이는 ‘투쟁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연환경파괴’를 통해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소유와 소비’를 위한 ‘갈등과 경쟁’의 무한질주 속에서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경쟁사회에서 낙후되고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메튜 크로포드는 한방향으로의 무한질주속에서 벗어났다.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 직종’을 스스로 포기하고 나와서는 후회하거나 좌절하는게 아니라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면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들은 보통사람들의 이러한 삶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비난의 눈길을 보내면서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사람의 선택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질까? 가령 ‘서울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바드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는 말에 관심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무한질주하는 경쟁사회에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되풀이해서 이야기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경쟁사회’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 ‘멈출 수 있는 용기’는 행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어떠한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무한질주의 경쟁사회’는 자살률 1위, 이혼율1위, 우울증 급증, 인간성상실, 공동체붕괴, 자연환경파괴 등으로 우리가 추구하던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추지를 못한다.  

<모토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작가는 공구사용의 감소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이 간다. 요즘 사람들은 공구를 쉽게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A/S센터를 찾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A/S센터에서도 부품을 통째로 갈아끼우는 방식이 많다. 예전에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CD롬이 문제가 있어 A/S센터를 찾아갔더니 통째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역시 삼성이 A/S도 맘에 들게 하는군’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보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프린터기가 고장이 났는데 고치는데 20만원이 들고, 새로 사는데 27만원이라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한 때가 있었다. 물론 경제적 효율을 따지면서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것이다. 그것은 경제적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의 이야기이다.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자원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의유한자원을 생각하며 고장이 잦은 제품을 조금 더 써 보겠다고 20만원을 지불하는게 나을까?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오래쓰는게 좋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리는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사무실근무(관리직)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병폐는 우울증이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모두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 건강한 외모를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분명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 : 생명가치
<모터사이클 필로소피>는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지금 여기 나의 삶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위에 우리사회가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영역에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의주례사>의 저자인 법륜스님은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려는 것은 성공의 삶이 아니라 도둑놈심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리고 ‘빗자루가 빗자루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쓸려야 하고, 걸레가 걸레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닦여야 한다. 중요하다고 금으로 만든다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빗자루와 걸레가 더 이상 자기기능을 하지 못할때는 명을 다했다고 말하듯이 생명가치는 잘 쓰이는 것에 있다’고도 말했다.  

행복은 물질적 가치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이 책의 저자가 자기 인생을 통째로 도박하듯 걸어서 경험한 ‘행복찾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말은 더 이상 머리굴려서 뭔가를 창조하려는 것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찾으면서 결국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생각버리기>라는 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지금 복잡한 생각속에 갇혀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좋다 싫다’ 등의 온갖 분별하는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그럴것이다. ‘생각을 버려야지, 생각을 놓아야지’ 하고 결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이다.  

저자는 손으로 하는 일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행위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립과 자족의 삶, 행복한 삶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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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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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과 608일동안 나눴던 애틋한 사랑과 추억 담은 책 발간
비공개사진 포함 결혼사진 등이 수록



1.

영화배우 장진영의 죽음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국민배우 최진실의 죽음이후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키기도 전에 잇다라 장진영의 죽음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스캔들이라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아이돌스타도 아니고, 팬층이 두텁지는 않은 듯 하다. 더구나 장진영은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렇지만 영화배우 장진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고, 그렇기에 그녀의 떠나감을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2.
책이 한 권 나왔다. 이 책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남편 정균씨의 삶의 여정이다. 40이 넘은 사업가이면서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로 결혼준비가 늦어졌지만 친구소개로 장진영을 알게 되고, 그 이후 그는 20대의 설레임으로 삶이 바뀌어간다.
그들은 매일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카페에서 집에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갔다. 20대의 연인이 한 번 쯤 꿈꾸면서 데이트를 하는 영화속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장진영이 영화배우라는 공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쉽게 대중들 속으로 노출할 수 없었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정균씨의 세심한 배려속에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미묘한 심리변화와 오해로 인한 서먹함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도 한다. 만난 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때 암 진단을 받고 그들은 절망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키워나간다.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설레임이라면 암진단 후 병실을 지키며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 은 아름다움이다. 글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시시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결말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우리 가슴에 아름답게 숨쉬는 것 같다. 마치 새벽의 찬 공기를 폐부속으로 깊숙이 들이마시는 상쾌함이랄까, 사랑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3.

그러나 지금 시기에 이 책이 발간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이 떠 오른다. 먼저 장진영의 사진과 정균씨와 함께 데이트하던 사진, 공개되지 않았던 결혼식 사진 등이 함께 실려 글을 읽는 사람으로서 행간에 숨어 있는 사랑의 감정 너머 애틋함을 더한다. 그야 말로 한편의 영화를 책으로 옮겨 놓은 듯한 가슴설레는 러브스토리다.

 4.

가슴설레는 러브스토리. 그래서 환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연애를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라면 그런 정균씨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고, 또 남자라면 그런 장진영씨 같은 매력에 가슴설레임을 담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하려면 이렇게’라는 지침서로서 아주 적합할 것이다.

책 출간과 관련해서 세간의 비판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자 김영균씨는 프롤로그에서 책으로 출간하게 된 이유를 몇가지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첫째 : 배우 장진영이 영화인으로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둘째 :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장학금을 전달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이러한 삶의 의미와 메시지를 이어가고 싶었다.

셋째 : 이 책을 통해 암투병에 있어 무분별한 치료에 휘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었다.

넷째 : 결혼서약을 한 남편의 의무로서 사랑이 갖는 가치와 의미에 무게를 실었다.

5.

처음 만나서 끌리는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고 편지를 쓰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는 설레임이 그대로 묻어난다. 당찬 모습만 보이며 살다가 어느날 <여자이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한 배우의 설레임도 느낄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 음식을 함께 만들고, 문화생활의 여유를 맛보고, 등산과 스쿠버다이빙 등의 휴식같은 사랑을 나누는 여정은 영상을 보는 듯 하다.

또 위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시간들은 마치 멈추어버린 듯 하다. 치유를 위한 여행을 통해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남편 김영균. 그렇게 혼인신고를 한 지 4일반에 아내 장진영은 세상을 떠났다.

 



 

MBC의 미니시리즈 <보석비빔밥>을 재미있게 보고있다. 서민가정 궁씨 집안의 자녀들이 각각의 개성있는 연기를 하며 각자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다.

첫째딸은 우연히 세들어 온 남자와 식당을 동업하며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로 사랑을 키웠는데 홀연히 떠나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 기업을 운영하는 부잣집 아들이다. 둘째딸은 간호사이지만 의사와의 연애가 깨지고 다시 출가하기 위해 온 미국인이 미국에서 큰 호텔을 경영하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큰 아들은 떡집 딸과 결혼을 했는데 떡집이 단순히 구멍가게가 아니라 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이라는 교수의 딸이다. 넷째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같은 반 여학생이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한다.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의 기준이 <돈 많은 집>이라는 것에 모든 것이 용서되고 넘어가고 지향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장진영과 사업가 김영균씨의 만남과 사랑이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만남이 아닌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분명 김영균씨가 말하는 사랑의 조건이 <돈과 명예>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을 통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마 책 속에서도 5년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애틋함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들에겐 진실한 사랑이었고, 세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게 사랑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연애와 사랑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하지 못하고, 무슨 평론하는 것 처럼 읽혀지네.

조금이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어지고 이혼하는 요즘의 세태에 새로운 경종이 되고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하는 메시지가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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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초일류기업 포스코, 성장과 혁신의 비밀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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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성공한 혁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속도에서 밀리면, 그 순간 끝이다!’ 뭔가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의 현장을 다루고 있고, 사람냄새나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싫다. 한마디로 강한 거부감을 견딜 수 없었다. 그냥 책을 덮으면 되지, 무엇하러 책을 읽으면서 싫다고 하냐? 이 책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속도와 긴박한 경쟁, 화려한 성공신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나를 돌아보고,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돌아보게 만든다.

 


포스코 정준양회장이 추천사에서 회사의 성장과 성과를 화려하게 자랑하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서 딱 한 마디! ‘리더와 사원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한마음으로 공유하면 그 열기는 바이러스처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게 마련’이란다.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그 한가지로 열정을 불태운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움직이고 있는 동력이 이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열정적이지 못한 것은 이 미래에 대한 비전공유가 부족하다는 말? 대충 그런것 같기도 하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하겠지만 배울게 없느 것으로 한정지으면 평생 어떤것에도 얻을게 없다. 하지만 또 눈을 뜨고 달리보면 그 어떤것도 배움거리이자 공부거리가 될 것이다.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자면 이 책은 처음 읽을때는 ‘포스코의 자기자랑’으로만 보인다. 어느 회사가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책들과 가르침도 많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는 한 문장들은 간혹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금의 나와 나의 조직은 어떠한가? 하는 것을 자꾸 되묻게 된다. 
 

눈에 띄는 책 속 한 문장들 

- 제가 하고자 하는 혁신은 툴이 아니라 마인드입니다. (p34)

 

- 현장을 바꾸려면 먼저 사원들의 마음을 열어 열정을 끄집어 내고, 그 열정이 추진력을 점화하도록 해야 한다. (p35)

 

- 칭찬... 신뢰...리더...(p38)

 

- 그들 역시 현장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사원들의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주었고, (p38)

 

- 리더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p46)

 

- 후배는 선배의 등을 보고 배운다. (p47)

 

- 허소장의 고민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모두가 혁신의 불씨가 되어갔다. (p48)

 

- 왜 눈부신 속도로 현장을 혁신해야 하는가? 바로 이 ‘왜’에 대답할 수 있어야 (p55)

 

- 혁신은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다 (p67)

 

- 문제는 대개 사소한 실수나 무책임, 부주의로 벌어지며 (p76)

 

- 상부의 지시를 받아 일을 처리하는 오랜 습관이 남아 있다면 다른 부서와의 화합은 더욱 어려워 (p77)

 

- 와글와글 토론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문제점을 두고 와글와글 마구잡이로 떠들면서 토론을 벌인다. (p77)

 

- 서로를 벤치마킹하는 포항과 광양 (p87)

 

- 역할이 분리되면서 두 부서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형성되어 (p93)

 

- 조직 체계가 바뀌어도 공동의 목표를 갖기 전에는 진정한 통합이 이뤄진 게 아니다. (p98)

 

- QSS든 식스시그마든 그것을 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p102)

 

- 5S란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 청결(SEIKETZ)을 습관화(SITSUKE)해 현장의 낭비와 무질서를 제거하는 현장 개선활동을 말한다. (p104)

 

- 이처럼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묵은 때를 벗겨내고 기름범벅이 된 채로 배달시킨 도시락을 먹는 장면은 현장 개선 활동을 귀찮게 여기던 현장 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제철소 내에 마이머신 열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p105)

 

- 생산성이 높은 곳을 가보아도 우리만큼 바빠 보이지 않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현장만 분주한 것일까? (p108)

 

- 당장 반드시 해야 하 f일과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도 한눈에 드러난다.(p111)

 

- 상사와 부하, 운전과 정비로 나뉘어 상처를 입히고 입은 사람들, 동료와의 불화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학습동아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사랑을 배웠다. (p118)

 

- 산업혁명 이후 그들이 발전시켜 온 문명의 힘이 결국 철의 힘이라는 (p120)

 

- 이번에도 리더들이 먼저 움직였다. (p122)

 

- 창조는 재미, 흥미, 즐거움에서 나온다. (p127)

 

- 한마디로 기업의 업무는 문서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p138)

 

- 영속하는 기업의 DNA는 규칙을 준수하는 것으로부터 (p149)

 

- 사원들은 리더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따를 뿐입니다. (p151)

 

- 혁신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카누의 노 젓기와 같다고 한다. (p158)

 

- 리더들은 말하기보다 주로 듣는 편이다. (p163)

 

- 리더에게 받는 러브레터 (p166)

 

- 혁신에는 마침표가 없다 (p233)
 

이러한 한 문장들을 곱씹으면서 내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리더가 되었을때, 내가 현장사원이 되었을때, 내가 가장이 되었을때, 내가 부모를 모시는 자식의 입장에서, 친구와 동료의 입장에서 이 말들을 곱씹으면서 나의 공부가 될 수 있었다.

 



 ▲ 포스코의 밤

 


한가지 아쉬운것이 있다면 그들만의 언어로 씌여져 있다. 정말 혁신에 대해 공부하고 싶고, 나도 그와 같이 따라하고 싶다고 할때는 잘 모른다.

- 포스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스시그마와 QSS를 두 축으로 하는 포스코형 식스시그마까지 개발했다. QSS 중에서 일본의 TPM은 설비를 개선하는 마이머신 활동으로 연결시키고, 개선활동은 전 사원이 학습동아리에 참여해 개선하도록 발전시킨 것이다. 

앞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채 이렇게 쓰고 있다. 식스시그마, QSS, TPM, 마이머신, VP 등의 어려운 언와 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 물론 그것 자체만 설명하는데도 책이 몇권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독자들과 함께 포스코의 혁신에 대한 성공신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데, 어떻게 노력해서 어떻게 바뀌었다는 이야기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의 혁신이 어려운데 노력 끝에 성공한 것인지, 본래부터 쉬운 것인데 습관의 문제로 잘 변화되지 않았던 것이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식스시그마'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정작 그 내용은 없다.

 



  

지금의 위기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혁신을 부르짖을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의 인생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행복한가? 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영사에서 발행된 <날마다 웃는집>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가정에서 행복한 삶이 기반이 될 때 모든 생활이 즐거워질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익힌 것을 이제 직장에서 <행복한 출근길>이 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혁신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혁신 프로그램만으로도 부족하고, 거기에는 돈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사람의 변화를 위한 노력 <날마다 웃는집>과 <행복한 출근길>과 결합될때 기업의 혁신이 성공할 것이다. 기업의 혁신은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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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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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장편소설 <남한산성>을 읽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이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인다는 부정적인 생각속에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읽은 이병주님의 <지리산>과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이후 소설을 책을 들었던 분명한 기억은 없는것 같다. 아마 들었어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나 스스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을거다.  

내가 살아온 과거, 즉 역사가 궁금했다.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시절 어려운 왕조의 이름을 외우기 힘들어 포기하다시피해서 기억하는 상식도 없는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말고 진짜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다. 흐름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에 관련된 책이라면 흥미를 조금 가지는 편이다.  

아마도 <남한산성>을 잡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소설이지만, 내가 조선시대 인조에 대해 기억하는 것도 없거니와 남한산성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부끄러움이 자리했기 때문일거다. 
 

글이 아름답다 

오늘 글을 시작하는 것도 소설 <남한산성>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남한산성으로 천도하고 인조를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과 백성들의 삶을 아파하고 애통해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리고 청나라의 불손함과 야만함을 지적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세상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작가 김훈의 손냄새라고 할까, 지금은 언어와 사뭇 다른 사극을 다룬 드라마의 대사같은 알듯 모를듯 한 말들 때문이다.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부드럽지만 강한 뜻을 전달하는 그 뭔가의 힘이 있다. 
 

요새 우리들은 토론문화가 발달해 있다고 하지만 말이 직설적이고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부부간의 대화도 그렇고, 친구간의 대화는 더욱 그러하다. 그냥 의미를 전달할 뿐이지 속내를 드러내어 주고받기에는 부족하다 싶다.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표현하고 그 속뜻을 분명히 전달할 때 말하는 이의 사람됨-예의범절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이 살아있을것이다.

 

마음을 담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표현들
- 경들은 저 너머 겨울 들판이 보이는가? 나는 보이지 않는구나.
- 너의 소疏를 읽었다. 뜻이 가파르되 문장이 순하니 아름답다.
- 적병이 이미 도성을 에워싸서 왕명이 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서북 산성에 군율이 닿겠느냐.
- 임금의 말투는 장님이 벽을 더듬는 듯했다.
- 산줄기들은 가까이 다가와 성을 겹으로 외호했고, 물은 동쪽으로 흘러서 성 밖 들에 닿았다.
- 산이 물러서며 성 안팎으로 길이 열리는 자리가 조붓했다.
- 깎고 쪼고 뚫고 파고 훑고 후비고 깨고 베고 거두고 찧고 빻고 밀고 당기는 모든 연장들이 서날쇠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 그렇겠구나. 그래서 병판은 적의 추위로 내 군병의 언 몸을 덥히겠느냐? 병판은 하나마나한 말을 하지 말라.
- 우리 부자의 죄가 크다. 하나 군병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젖고 어는가.
- 밤에, 임금은 군병들의 창자 속으로 스미는 기름기를 생각하며 자리에서 돌아누웠다.
- 국은 간이 엷어서 뒷맛이 멀었다.
- 임금은 국물에 밥을 말았다. 실진 밥알들이 입속에서 낱낱이 씹혔다. 임금은 혀로 밥알을 한 톨씩 더듬었다.
- 사물은 몸에 깃들고 마음은 일에 깃든다. 마음은 몸의 터전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니, 일과 몸과 마음은 더불어 사귀며 다투지 않는다.
- 명길은 울면서 노래히고 웃으면서 곡하려는 자이옵니다.
- 전하, 빙고를 정리하다가 밴댕이젓 한 독을 찾아냈사온데, 씨알이 굵고 삼삼하게 삭아 있사옵니다. 마리 수가 넉넉지 못하오니 어명으로 분부하여 주소서.
- 수라상에 졸인 닭다리 두 개가 오르던 다음 날부터 성 안에서 닭은 울지 않았다.
- 명길이 사직을 헐어서 적의 마구간을 짓고, 백성의 나락을 거두거 적의 말먹이 풀로 내주려 하니 명길이 과연 누구의 신하이옵니까.
- 명길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적진에 보내시고 그 간을 으깨고 염통을 부수어 성첩에 바르소서.
- 언관들의 말이 심히 가프르나 대의를 밝혀 아름답다.
- 차가운 날씨에 어찌 먹이고 있는가?
- 쌀죽에 간장을 풀어서 한 그릇씩 먹였사옵니다.
- 물을 많이 붓더라도 고루 먹이고 뜨겁게 먹여라. 뜨거워야 몸이 풀린다.
- 문서에 청병을 가리켜 오랑캐 적狄 자를 쓰면 실없이 적을 노하게 할 것이므로 맞생대 적敵 자가 마땅하고 또 화친을 염두에 둔다면 북래군北來軍이나 외병外兵이 합다할 것이라고 호조는 말했다. - 상궁은 말린 산나물과 밴댕이젓으로 저녁 수라상을 차렸다. 산나물을 데쳐서 통깨를 뿌리고, 실고추와 미나리로 밴댕이젓 위에 고명을 올렸다. 빨간 실고추와 파란 미나리가 밴댕이젓 위에서 색동으로 피어났다.
- 조정이 가난하여 너희들의 추위를 덮어주지 못하니 나의 무덕이다. 너희들이 이 외로운 산속에서 얇은 옷에 떨고 거친 밥에 주리며, 살이 얼어 터지고 발가락이 빠지는 추위에 알몸을 드러낸 채 성을 지키고 있으니, 나는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듯 아프다.
- 고립된 성은 위태롭기가 머리카락과 같고 … 개미 새끼 한 마리 구원하는 자가 없으니 … 군부의 위급함이 이 지경에 이르러 신민의 충정에 기대려 함은 … 삼남의 군사들은 밤을 새워 달려오라. 너희 의로운 신민들은 달려오고 달려오라.
- 도성을 더나 야지에 나와 있어 기름지게 먹이지 못하나, 너희가 뜨거운 국물을 마시니 내 몸이 훈훈하다. 너희 몸이 내 몸임을 알겠으니, 너희도 그리 알라.
- 지금 사대부들이 성첩에 올라와서 한 가지를 보며 열 가지를 말하고, 문자를 써서 무식한 군병들을 꾸짖고 조롱하며, 주역을 끌어대며 군의 길흉을 입에 올려 군심을 불안케 하니, 사대부들의 성첩 출입을 금하여 주소서.
- 이시백은 돼지를 삶은 가마솥에 엉긴 기름을 걷어 내고 무명천을 그 기름에 쟁여 놓았다. 동상에 걸린 군병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비장들이 기름먹은 무명천을 잘라서 환부를 사매주었다. 손발을 들이미는 자도 있었고, 고개를 돌려 귀를 들이대는 자도 있었다.
- 품계 높은 사대부는 길을 몰라 갈 수 없고, 품계 없는 군병은 못 믿어서 못 보내면 까마귀 편에 보내려느냐.
- 서날쇠의 행장은 가벼웠다. 초로 봉한 격서를 기름종이에 싸서 저고리 속에 동였다. 등에 진 바랑 하나가 전부였다.
- 세모에 영신迎新의 예를 갖춤은 적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옵니다.
- 보내라. 동방의 예법을 보여서 저들이 이웃임을 스스로 알게 하라.
- 다만 적장을 만나서 싸움이다 화친이다 말하지 말고 이웃간에 송구送舊의 예법이라고만 말해라. - 언 땅에서 뽑아낸 냉이 뿌리는 통째로 씹으면 쌉쌀했고 국물에서는 해토머리의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났다. 겨우내 묵은 몸속으로 냉이 국물은 체액처럼 퍼져서 창자의 먼 끝을 적셨다. 쌀뜨물에 토장을 풀어 냉이 뿌리를 끓인 다음 고춧가루를 한 숟갈 뿌렸는데, 도살장 계집종의 솜씨와 수라간 상궁의 솜씨가 다르지 않았다.
- 백성들의 국물에서는 흙냄새가 나는구나.
- 제발 예판은 길, 길 하지 마시오. 길이란 땅바닥에 있는 것이오. 가면 길이고 가지 않으면 땅바닥인 것이오.
- 전하, 오직 죽을 사死속에 수, 전, 화의 길이 모두 있을 것이옵니다. 화를 논할진대 어찌 사를 논하지 않으시옵니까.
- 두려움이 말을 가파르게 몰아가는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소서.
- 칸은 문체를 꾸며서 부화한 문장과 뜻이 수줍어서 은비한 문장과 말을 멀리 돌려서 우원한 문장을 먹으로 뭉갰고, 말을 구부려서 잔망스러운 문장과 말을 늘려서 게으른 문장을 꾸짖었다.
- 말을 접지 말라. 말을 구기지 말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 새카만 묵즙이 눈에서 나오는가 싶었다. 묵즙이 흘러서 연지에 고였다. 최명길이 붓을 들었다. 최명길이 붓을 적셨다. 최명길이 젖은 붓을 종이 위로 가져갔다.
- 이제 스스로 새로워지고 기뻐서 따르려는 소방의 뜻이 돌담 안에서 시들이 않도록 살펴주시옵고, 모든 생령들의 살고자 하는 기운을 거두어서 기르시는 황제의 천하에 소방이 깃들게 하여 주시옵소서…
- 붓끝이 얼어서 종이가 서걱거렸다. 연지에 고인 묵즙에도 살얼음이 잡혔다.
- 황제의 깃발 아래 만물이 소생하고 스스로 자라서 아름다워지는 것일진대, 황제의 품에 들고자 하는 소 방이 황제의 깃발을 가까이 바라보면서 이 돌담 안에서 말라 죽는다면 그 또한 황제의 근심이 아니겠나이까. 하늘과 사람이 함께 귀의하는 곳에 소방 도한 의지하려 하오니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 마지막 몇 글자가 마르기 전에 얼어서 종이가 오그라져 있었다. 최명길은 아침 햇살에 글자들을 녹여서 말렸다.
-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거가셔야 할 길바닥이옵니다.
- 아들아, 너는 목숨을 귀하게 여겨 몸을 상하게 하지 마라. 아아, 너희들은 생명에 칼질을 하지 마라. 고향에 조용히 엎드려서 세상에 나오지 마라.
- 풀 먹인 무명 옷자락이 서걱거렸고 갈아 신은 버선코가 반듯했다.
- 때가 되었다. 나는 죽으니, 너희는 그리 알라. 너희는 방 밖에 정히 앉아서 나를 보내라.
- 알았다. 당분간 살아 있으마. 미음을 가져와라.
- 민촌은 술렁거렸으나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고요했다.
- 조선 왕은 오랫동안 이마를 땅에 대고 있었다. 조선 왕은 먼 지심 속 흙냄새를 빨아들였다. 볕에 익은 흙은 향기로웠다. 흙냄새 속에서 살아가야 할 아득한 날들이 흔들렸다.
- 이새백은 쌀밥을 따로 짓고, 밴댕이 젓을 얹어서 질청에 누워있는 김상헌에게 보냈다.  


위의 글들은 문장이 수려하여 마음을 붙잡아 두는 곳을 새로 기록해보았다. 그 중에는 특히 말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넘어 임금의 백성을 향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인도의 빔비시라 왕이 붓다를 찾아와 나라가 멸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 물었을때 붓다의 대답중 ‘백성을 내 친아들 대하듯 하라’는 부분이 있다. 백성이 임금을 믿고 따르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고대왕조들의 임금과 백성의 관계뿐만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씀을 돌아볼 일이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말을 다듬을 일이다. 그러한 붓다의 중생을 위한 교화사례를 담은 책도 있다. 샨티출판에서 발행한 법륜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에 보면 아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대하는 붓다의 설법을 통해 그 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붓다, 나를 흔들다 (샨티)의 본문내용

차례를 통해서도 얼핏 엿볼 수도 있겠지만 붓다는 누가 욕을 할 때나 해치려 할 때조차도 한결같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자비롭고 진실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 살려주고, 가난한 이를 보면 돌보는 그런 마음씨, 그런 말씀, 그런 행동을 보면 붓다의 인격을 알 수 있고, 그 인격에 감화되어 존경을 하게 된느 것이다. 나아가 ‘나도 저분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조선의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는 그 자애로운 심성속에 백성들은 아마도 임금을 존경하고 따랐을 것이라고 본다. 아래 글은 자연을 표현한 부분들이다. 날씨와 계절, 생태환경의 변화, 그리고 지금의 기계문명과 달리 과거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자연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상상으로 써내려갈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다. 


▲ 김훈 작가 / 많은 사진들 가운데 정돈된 느낌으로 가장 잘 어울렸다.
 

내가 작가 김훈을 잘 모르긴 하지만 글을 통해 이 분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세심하게 관찰했을 법한 살아있는 생태운동가라고 말하고 싶다. 계절의 변화가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고, 날씨의 표현이 마치 내가 지금 그 안에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듯하고, 그 영상을 직접 보고 있는 듯 하다. 

날씨, 계절, 자연생태를 담은 멋진 글들 

- 청천강은 얼었는가?
- 헐떡이는 말들의 허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눈보라도 보였다.
- 흐린 날은 일찍 저물었다.
-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 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 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 칼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눈 덮이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 긴 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 주린 노루들이 마을로 내려오다가 눈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었다.
- 새들은 돌멩이 처럼 나무에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강바닥의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
-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 순한 물은 여름에도 땅을 범하지 않았다.
- 겨울 해가 짧아서 산에 기댄 성 안은 일찍 어두워졌다.
- 눈 덮인 행궁 골기와 위에서 초저녁 어둠이 새파랬다.   

- 겨울 새벽의 추위는 영롱했다.
- 아침 햇살이 깊이 닿아서 먼 상류 쪽 봉우리들이 깨어났고, 골짜기들은 어슴푸레 열렸다.
- 그 사이로 강물은 얼어 붙어 있었다.
- 언 강 위에 눈이 내리고 쌓인 눈 위에 바람이 불어서 얼음 위에 시간의 무늬가 찍혀있었다.
- 다시 바람이 불어서 눈이 길게 불려갔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간의 무늬가 드러났다.
- 깨어나는 봉우리들 너머로 어둠이 걷히는 하늘은 새파랬고, 눈 덮인 들판이 아침 햇살을 품어 냈다.
- 숲에서 새들이 날개 치는 소리가 들렸고, 잠깬 새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앉을 때마다 눈송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정갈한 추위였고, 빛나는 추위였다. 말발굽 밑에서 새로 내린 눈이 뽀드득거렸다.
- 새벽에 눈이 내렸다. 눈이 쌓여서 사공의 시체가 언 강 위에서 하얀 봉분을 이루었다.
- 그날 새벽에 강은 상류부터 먼 하류까지 꽝꽝 얼어붙었다.
- 성첩에 뚫린 총안마다 새파란 하늘이 한 개씩 박혀 있었다.
- 소화가 잘된 곱고 굵은 똥을 물에 풀어서 일 년쯤 그늘에서 고요히 삭히면 그 위에 거품이 잡히고, 거품을 걷어 내면 맑은 똥물이 익어 있었다. 서날쇠는 익은 똥물을 밭에 뿌려서 배추 잎을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았고 땅 힘을 돋우었다.
- 밤에 비가 내렸다. 질기게 내려서 깊이 적셨다.
- 말들은 흙냄새 속에서 아직 돋아나지 않는 풀냄새를 더듬었다.
-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
- 날이 저물어서 먼 숲에 어둠이 스몄고 순찰로 앞쪽이 흐려졌다. 멀리 나갔던 새들이 성 안 오리나무 숲으로 돌아왔다.
- 달이 능선 위로 올랐다.
- 묵은 눈 위에 밤새 또 눈이 내렸다.
- 봄이 오지 않겠느냐. 봄은 저절로 온다.
- 눈 쌓인 우둠지가 햇빛을 튕겨 냈다. 바람이 마른 숲을 흔들면 빛의 줄기들이 부딪쳤다. 잎 진 나무들은 줄기만으로도 길차고 싱싱했다.
- 겨울 해는 일찍 저물었다. 눈 덮인 산속의 어스름은 차고 새파랬다. 하얀 성벽이 노을 속으로 뻗었고 먼 노을에 닿은 북장대 족 성벽은 붉고 선명했다. 



- 아비가 사공이니 물가에서 자랐겠구나. 송파강에는 물고기가 많으냐? 무슨 고기가 잡히는고?
- 쏘가리, 배사가리, 어름치, 꺽지…
- 아하, 그러냐. 그게 다 생선 이름이구나. 이름이 어여쁘다. 꺽지란 무슨 생선이냐?
- 강 가장자리 쪽에서 사는 생선인데, 꼬리가 둥글고 아가미가 무지개 빛이라 하옵니다.
- 송파강은 언제 녹느냐?
- 봄에…, 민들레꽃 필 때…
- 바람이 마른 숲을 흔들어 나무와 눈이 뒤엉겼다. 눈에 눌린 나뭇가지 찢거지는 소리가 장지문 창호지를 흔들었다. 바람이 골을 따라 휩쓸고 내려가면 바람의 끝자락에서 나무들이 찢어졌다.
- 밝음과 어둠이 꿰맨 자리 없이 포개지고 갈라져서 날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 오목한 성 안에 낮에는 빛이 들끓었고 밤에는 어둠이 고였다.
- 아침에는 소나무 껍질의 고랑 속이 맑아 보였고, 저녁에는 성벽에 낀 얼음이 노을에 번쩍였다.
- 행궁 마당에는 생선가시 같은 비질 자국이 선명했고, 저녁의 빛들이 가시 무늬 속에서 사위었다.

- 바람이 잠든 날 눈이 내래면 숲에서는 길이 먼저 하얘지고, 들에서는 언덕이 먼저 하예졌다. 바람 부는 날 눈이 내리면 산에서는 골짜기와 먼 바위가 먼저 하얘졌고, 마을에서는 초가지붕과 나무 꼭대기가 먼저 하얘졌다.
- 추위가 팽팽해서 별들이 닿을 듯했다. 가까운 별들이 성 안에 가득 차서 아른거렸다.
- 묵은 눈이 갈라진 자리에 햇볕이 스몄다. 헐거워진 흙 알갱이 사이로 냉이가 올라왔다. 흙이 풀려서 빛이 드나드는 틈새를 싹이 비집고 나왔다. 바늘끝 같은 싹 밑으로 실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 뿌리가 깊어야 싹을 밀어 올린다. 봄은 지심地心에서 온다고, 냉이를 캐던 새남터 무당이 말했다.
- 눈 녹은 물이 인마의 시체로 썩어 가던 불을 물을 밀어내고 강을 가득 채웠다. 새 물로 흘러가는 강은 향기로웠다. 강물은 먼 산악 속의 비린 봄냄새를 실어왔다. 어린 물고기들은 햇볕이 쪼이는 따스한 물가 가장자리로 몰려들었다.
- 조선의 봄은 어린 계집과도 같구나.
- 송파강의 여울은 빨랐다. 지저귀는 물 위로 물비늘이 튀었다.
- 해가 하류쪽으로 내려앉으면 강물은 붉은 노을 속으로 흘렀다.
- 눈녹은 논바닥에 물기가 잡혔고 진한 흙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 올봄은 해가 곱구나. 꼭 저승에 내리는 햇볕 같구만… 기침을 쿨럭이는 늙은 옹기장이가 말했다.

- 먼 봉우리들이 깨어나고 안개가 골짜기 아래로 깔렸다. 새벽빛이 닿은 숲이 열려서 젖은 향기를 풀어냈다.
- 남쪽에는 눈이 녹아서 개울물이 불었고 산수유 꽃망울이 맺혀서 산들이 구름처럼 부풀었으며, 청병이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들은 비탈 논에 쥐불을 놓고 두엄을 실어 냈고 두 살배기 어린 소를 빈 논으로 끌고 나와 매질을 해서 농사일을 가르쳤다.
- 며칠 전 성첩에 올라가서 삼전나루 쪽을 살폈사온데, 물빛이 푸르게 살아났고 먼 상류부터 물 위에서 햇빛이 튕기면서 흘러 내려왔으니, 송파강은 이미 녹은 것으로 아옵니다.
- 우물이 시체로 메워졌고, 무너진 우물 옆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밀어내고 있었다.
- 봄 물이 부풀어서 강은 가득 차 흘렀다. 물 위로 먼 산악의 봄냄새가 실려 왔다.
- 물이 불어 송파강은 숨이 찼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이식시킨다
아마도 이러한 표현들이 우리들을 새롭게 살린다. 자연을 체험하지 않고 자랐을 요즘 세대들에게 새로운 생태적 감수성을 간접적으로 이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내안의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내고 그 연관과 조화를 깨달을 수 있다면 심성이 고와질 것이다. 고요해진 심성과 부드러워진 우리들의 삶이 어찌 이 소설이 기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뒤에는 남한산성 고지도가 실려있는데 글을 다 읽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산성을 미리 가보고 훤히 알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리 본다고 한들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잃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적을 생각하며 지도를 보면 그 맛이 새롭다. 
 

또 <조선왕조실록>중에서 <인조실록>부분을 날짜별로 짧게 정리한 부분도 있다.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니다. 기막히다. 사실과 사실을 이어주는 작가의 상상력이 현재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꼭 읽어볼 만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간결하고 단아해서 그 맛이 입안에서 남는다. 직설적이고 건조한 요즘의 언어를 걷어내고 나도 흉내내면서 살아볼까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출근전에 문자를 넣었다. 
 

귤이 먹고 싶소. 백성들은 차디찬 사무실에서 언 발과 시린 무릎을 두 손으로 부비며 지내고 있을터인데 배부른 욕구가 아닐까 두렵기만 하오.  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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