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바쁘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걸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정작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지금 여기에 오기 전에는 집에서 왔고, 그 전에는 … 어머니 뱃속에서 왔고, … 다시 어머니 뱃속에 오기 전에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그렇게 온 곳을 모르고 갈 곳 또한 모르고 바쁘게 살고 있다.

<누구 없는가> 한국불교의 최고종단 조계종의 어른 종정스님인 도림 법전(道林法傳) 선사의 수행과 깨달음의 자서전이 나왔다. 처음 책을 보자 마자 가슴이 뭉클했다. 무언가에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라는 것이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목소리에 힘을 넣어 쩌렁쩌렁한 소리로만 읽어야 하는 제목이다. 고함이라도 지르듯 말이다. 세상사람들 다 들을 수 있도록 그렇게 소리지르듯 읽어야 하는 제목이다. <누구 없는가?>
이 시대를 청정하게 이끌 사람, 그 누구 없는가!
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으로 온화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깨달음에 한 생을 바친 조계종 종정 법전큰스님의 자서전. 오로지 수행 하나로 일관하며 일생을 하루처럼 살아온 스님의 치열한 구도적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가 나와야 한다는 믿음으로, 참으로 눈 밝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 마지막 염원인 법전스님. 지혜로운 삶이란 무엇이며, 수행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간절하게 말씀하시는 종정스님의 뜨거운 가르침!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법전스님의 치열한 구도의 삶, 수행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당신의 삶 자체가 가르침이 되고 있다. 그것도 어른스님으로서 그칠 것 없이 내두르는 것이 아니라 스승으로 모셨던 성철큰스님의 말씀으로, 함께 정진했던 선승들의 말씀들을 전하는 형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행자생활할 때 외우고 다녔던 <자경문>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경책하게 한다.
-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금하라
- 나의 재물을 아끼지 말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라.
- 말을 많이 하지 말고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
- 착한 벗은 가까이 하고 삿된 벗은 멀리하라.
- 삼경三更이 아니면 잠자지 말라.
- 나를 높이고 남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 재물과 여자를 대하거든 반드시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 세속 사람을 사귀어 미움받지 말라.
- 대중 가운데 거처해서 마음을 항상 평등하게 가지라.
이 내용들은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들도 생활속에 품고 살아봄직하다. 먹고 작고 입는 것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경책이 아닐 수 없다.
밥 값 내놓거라, 이놈들아!
성철큰스님은 대중이 앉아서 졸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고함을 지르거나 몽둥이를 내리치는 게 다반사라 온 대중이 바짝 긴장하며 정진했다고 한다.
“밥 값 내놓거라, 이놈들아!” 성철큰스님이 대중들을 향해 고함치면서 주로 했던 말씀이다. 또 있다.
“돈은 비상과 같데이, 거저 얻게 되는 돈을 뿌리치는 사람이 가장 용기있고 청정한 사람인 기라.”
“공부를 제대로 이루기 전에는 공부란 이름도 붙이지 못한데이.”
“적어도 하루 20시간 이상 화두가 한결같게 들려야 비로소 화두공부한다고 할 수 있단 말이다.”
성철큰스님을 시봉하면서 생활하는 것 모두가 그대로 참선이었던 시절 1954년경 도림道林이라는 법호를 받고 법제자로 인가받았다.
선禪은 직관이자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이나 문자로서는 전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경험해보지 못하고서는 어렵기만 하다. 봉암사아래에 위치한 정토수련원에서는 이러한 선에 대한 내용을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프로그램으로 4박5일동안 진행한다. 불교신자이거나 아니거나,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7일간의 여행>에 ‘깨달음의 장’이 일부 소개되어 있고, 한 번에 20여명의 수련생만이 참가할 수 있고, 평생에 한 번만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깨달음의 장 수련문의 054-571-6031)
누구 없는가?
천제굴에 성철스님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신도들이 찾아왔고 신도들에게 업장소멸을 위한 참회의 3천배를 처음 시작한 곳이 천제굴이었다고 한다. 성철스님 생전에 ‘큰스님을 친견하려면 3천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법칙처럼 되어 있던때도 있다.
어떤 비구니스님이 대중들을 이끌고 와서 밤새도록 3천배정진을 하고 새벽예불 후에 성철스님은 법상에서 주장자를 들어 대중들에게 휘두르면서 “누구 없는가?”하고 일갈하셨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성철스님은 법당에서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 한 마디는 실로 뜻 깊은 법문이었고 세월 흐른 지금도 가끔 그 말씀이 떠 오른다고 한다.
또 성철스님은 다섯가지 계율을 총림 대중에게 가르치셨다.
첫째, 네 시간 이상 자지 말라.
둘째, 잠담하지 말라.
셋째, 정진 중에 문자를 보지 말라.
넷재, 포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라.
다섯째, 일을 하라.
성철 큰스님께 인가를 받은 다음 태백산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 10년동안 머물렀다. 그때 석주스님, 서암스님, 일타스님, 지유스님과 함께 수행정진 했다고 한다.
서암큰스님은 성철큰스님이 입적한 후 제8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었다. 다섯 비구 중 제일 연장자이면서 소탈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서암큰스님의 말씀은 선사상의 진수를 담아 놓은 <자기 부처를 찾아>와 <어디에도 걸림없네>가 있다.

서암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많이 아는 것은 귀한 것이나 그보다 더 귀한 것은 다 털어버리는 것입니다. 많이 갖는 것은 부한 것이나 그보다 더 부한 것은 하나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남을 이기는 것은 용익있는 것이나 그보다 더 큰 용기는 남에게 져주는 것입니다“했던 분이다.

▲ 서암큰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아 붓으로 옮겨 그리듯 적어보았다.
그러면서 “태백산에 들어가 김치 하나, 밥 하나 놓고 10년을 살았다”고 10년 세월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씀속에 소박하게 살았다는 것을 넘어 치열한 구도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자성을 깨치지 못하고 죽으면 지옥행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보는 듯 하다. 일제시대때 출가하여 수행정진하고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겪고, 산속에서 10년간 두문불출 정진하고, 제자들을 지도하고, 해인사로 들어가 25년째 지내고 있다. 한국불교의 격동기를 지낸 산증인이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마음공부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법전스님! 한 번 선방에 앉으면 붙박이처럼 움직이지 않아 ‘절구통수좌’라 불리며, 깨치지 못하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한 한국불교의 살아있는 큰 기둥! 80여년을 오로지 수행으로 일관하며 살아온 인생이야기가 바로 법문이고 가르침이다.
선사들의 선문답은 범부중생으로 알아듣지도 못했겠다. 분명 그 속에 치열함이 있고, 나아감이 있는 것이 느껴진다. 또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들도 스스로 발심하고 정진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일갈하신다.
선사들의 선어록이 큰 가르침이 되고 수행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이 도(道)’라고 했던 선사의 말씀처럼 <행복한 출근길>과 <날마다 웃는 집>은 단순히 직장인을 위한,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아름다운 언어라고만 봐서는 안된다. 질문과 답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해못할 답으로 가슴이 답답해질때도 있지만 그 궁극의 답변에는 <당신,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화두와 같은 되물음이다.

부모로부터 오기 전에 그 어디서 왔는가? 하는 본래의 질문에 대답이 콱 막혀버리는 것이 <화두>가 되듯, 지금의 어려움, 괴로움, 슬픔이라는 현실문제속에 <당신,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생뚱한 질문앞에 콱 막히는 경우도 있다. 한 없이 미운 남편에게 <숙이고 참회하라>는 답변은 그야말로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화두>가 되어 살아 숨쉰다. 예나 지금이나 이 화두에 몰두하여 정진할 때 부처를 뛰어넘고, 경전을 뛰어넘는 진정한 행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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