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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스 Infogrphics : 인체 과학 팡팡 돋보기 시리즈
사이먼 로저스 지음, 정희경 옮김, 피터 그런디 그림 / 국민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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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심장과 남성의 심장의 각각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재채기할 때 분사되는 물() 분자들은 얼마나 될까?

잠을 자는 동안 꿈속에서 본 그 색이 어떻게 빛깔이라 할 수 있을까?

일주일 동안 태어난 아기가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날은?

 

 

얼핏 보면 엉뚱하고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주제들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사실과 현상을 다른 이유들로 연결 지어보면 괜히 더 알고 싶어진다. 이유를 붙이자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심장과 뇌의 기능을 암기하기 위해 노트에 그림을 그려 색을 입혔던 기억이 있다. 분명 오른쪽인데 좌심방이라 하질 않나, 혈관도 다 똑같은 혈관이 아니라 암기량만 많아지는 기분이 문득 들지를 않나. 생물에 대한 환상과 흥미가 암기과목이라는 어두운 면에 갇힐 뻔하기도 하며. 어쨌거나 순환 경로와 방향을 색깔별로 표시하며 나름 재미있게 암기했었다. 그림을 좋아하고, 디자인 툴을 다루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표지만 보고서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읽었다는 표현보단 눈으로 감상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단순화하여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에 글(text) 자체를 읽어가는 걸 귀찮아서 책읽기를 멀리하는 아이가 있다면 먼저 이런 책으로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감각들,생식,심장,,소화,골격,인체 공장7가지로 나누어 종류, 크기, 기능, 속도 등 다양하게 보여준다. 가늠되지 않는 것도 실생활에서 쉽게 보이는 개체들과 함께 비교를 해둔 부분이 인상 깊다. 우리 인체에 관련된 정보가 흥미롭게 풀려있다. 복잡한 인체를 어떻게 얇은 책으로, 그것도 얼마 안도는 문장들로 전달될 수 있을까 싶지만. 한눈에 보인다. 무엇보다 귀엽고 센스있게 표현된 그림 덕에 정보가 쉽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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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피터 S. 비글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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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아주 작은 일부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것.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리벡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영혼은 기억이라고 한다. 죽음도 삶과 같다고 한다.

어째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것보다 오래 남아 있는 걸까요?

다른 것보다 더욱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죠.” - p.301

간절히 원하는 것이 기억이 되고, 영혼의 삶이 된다. 죽음 후에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무() 일 테고, 그것이 각자에게 의미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공간적 개념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이곳에 있고, 이곳에서 만든 생각과 감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의 존재를 더듬어 이해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기억이 삶이 된다는 말이 꽤나 와 닿는다. 없는데 있다며 의미의 존재를 덧붙이기엔 모순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질문 없이는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소설인데 소설이 아니다. 이만큼 모순적이면서도 그러네할 법한 주제와 관념적인 것들을 묘지 안에서 이야기 한다. 죽음, 사랑, 살아있다는 것을 감각과 기억으로써 삶을 대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 후의 삶은, 살아있는 날들이 주었던 흔적과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살아있는 이들에게만 의미있다는 천국과 지옥을 떠올리면 지금껏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국과 지옥의 공간적인 개념은 우리가 알 수 있는 한계에서 가장 쉬운 의미로 이해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고 사실은 자신들이 품고 있었던 마음의 방향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_했다. 이곳에서도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 미움이 꽉 찬 사람은 자신의 불편한 마음에서 오는 자신만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질 않는가.

기억을 붙잡으려 하는 마이클(죽은 영혼)의 노력 또는 살아온 삶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 그의 집착 덕에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여러 번 고쳐보기도 했다. 책 안에서 감각없는 영혼끼리 사랑하는 감정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육체에서 벗어난 영혼이 육체에 묶인 듯 묘지 밖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것도, 영혼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표현하는 것도 모두 다른 생각을 불러온다. 갑자기 데미 무어가 여주인공으로 나온 '사랑과 영혼'이 떠오른다.


 

하나의 결말을 향해 흘러가는 소설책으로 기대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삶에 대해,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자연스럽게 이 책의 흐름을 결말보다도 더욱 궁금해하며 읽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결말이 궁금하지 않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삶에는 답이 없다는 말처럼 공동묘지에서의 대화가 계속 질문을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알차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이내 인생을 낭비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이클 모건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구성했던 모든 요소를 기억해내고, 하나하나 세어보고, 무게를 달아보았다.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요소들은 한데 모아놓은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도, 조금 뒤에는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죽은 덕분에 그는 지금껏 겪은 일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때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p.26


 

그들은 이런 아침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초여름 뉴욕의 아침을 더욱 사랑한다. 그런 아침이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은 풀밭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을 생각을 하고, 경찰관은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니다가 공기가 뜨겁고 시큼해지기 전에 바깥바람을 쐬러 나온 사탕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라고 해봐야 수영이나 야구를 하러 가면 좋겠다는 게 전부지만, 사실 도시의 길모퉁이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103,104


 

삶은 두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 청설모가 말했다. “바로 목적과 시(). 첫 번째 요소는 우리가 청설모와 까마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족시킬 수 있어. 너는 하늘을 날고, 나는 나무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그렇지만 시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만 해. 아무리 비천한 삶이라도 그 안에는 그 나름의 시가 존재하는데, 그걸 찾아내지 못하면 자아를 실현할 수 없거든. 음식이 없는 삶, 보금자리가 없는 삶, 사랑이 없는 삶, 빗속의 삶, 그런 건 시가 없는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 p.128

 

사랑은 결국 자신의 필요를 시로 쓰는 거예요.” - p.304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영묘 안이 무척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리벡 씨의 마음속도 그런 모습일 것 같았다. 좁은 공간 안에 오래된 것들이 언뜻 보면 깔끔하지만 사실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상태. - p.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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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힘으로 가라 - 인생의 참된 방향을 찾아가는 8가지 지혜
조셉 M. 마셜 3세 지음, 공민희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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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생각과 소망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자 기도할 수 있는 곳이란다. (...) 하지만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단다. 내면의 침묵은 삶의 실체에서 도망쳐 숨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과 네 진실한 자아와 마주하는 곳이라는 점이지. - 「침묵이 가져다준 선물」, p23

지금 내가 잃어버린 행복이

아련한 시절 집 앞 우체통에서 발견하는 반가운 친구의 엽서뿐일까? 

엊그제 아침, 선물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선 그날 하루를 한가지 생각으로 채워 넣었다. 나는 비록 잃었지만.. 잃어버린 것이 있었기에 새로 채워지는 것이 있었고, 잃었다는 의미 안에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던 나름의 과정이 있지는 않았는지 하고.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던 시간이 흐르면서 '잃다'는 말을 소멸의 뜻으로만 받아들이며 분명 서글퍼했던 옛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순간들이 오히려 행복을 만드는 나만의 시절이 된 셈이지 않을까. 또는 그것이 아니라면. 허우적대는 내 모습이 싫어 홀로 버텨내기 위한 자기 주문에 불과했던 것일까. 어쨌든 적어도 지나친 감정에 사로잡혀 나를 보듬는 방법마저 망각해버리지는 않았으니 그걸로 된거다.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하게 된다는 인생의 뒤안길 그 순간에서, 그간 걸어온 흔적을 되짚어봤을 때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직은 때이른 고민이겠지만 이런 고민 자체가 가끔은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에 빠져있다는 사실이 괜스레 두근거릴 때가 있다. 아빠의 밤낚시 친구로 동행할 때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지혜만큼이나 잔잔히 스미는 가르침을 얻는다. 어설프게 인생을 마주하고 있는 딸의 모습에서 아빠 또한 지난날들을 떠올리셨는지도 모른다. 삶의 여정에서 답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본인의 선택과 감정을 현명하게 풀어내는 것. 주변의 것으로부터 헷갈려하고 흔들리게 되더라도  너 자신만은 잃지 말라는 말씀이 지난 날 아빠의 시간들을 마음으로 읽어내게 해주는 것 같았다. 아빠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전해지는 쓸쓸함이.고독이. 무언가에 깃든 향처럼 깊고 차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아빠의 향을 제대로 느꼈다. 어릴 적 기억하고 있었던 아빠의 양복과 스킨향이 아닌, 이런 느낌도 한 사람의 향이 될 수 있구나.

인생에 대한 회고로부터 무언가 과제를 하나 받아 가는 것 같다.  제출하고 끝내는 시점은... 여생을 마치는 순간일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내게 주어진 과제. 아빠와 이 책에서 전해주는 옛 이야기의 공통점이기도 한.


하늘은 뻥 뚫린 것 마냥 반짝거리며 깊고

어딘가에선 풀벌레의 화음이. 평소엔 징그러워하던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마저 하나의 연주가 되고.

바로 옆에 계시던 아빠의 표정마저 읽어내기 힘들 정도로 주변은 온통 어둠으로 에워싸여 눈뜬 장님이 되었던 밤에.

감성보단 이성에게 물었다.  

지나간 시간이 시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가지고 오는 순간순간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번질 수 밖에 없는.. 그윽한 향취가 되는 것. 그렇게 인생의 뒤안길이 되는 건 아닐까 라면서.



인디언들에게 한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물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동에 있었다. - p.14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 중 일부는 순수함이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현실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게 제약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약과 편견이 없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순수함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관용이다. 관용을 위해 순수해질 필요는 없다. 단순히 순수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 p.75

나는 그런 희망의 씨앗이 생존을 위한 인간의 기초적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념은 그 같은 본능을 움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있을 수 있도록 해준다. 선이 악을 이기고 옳은 것이 그른 것을 압도할 것이라는 영원한 희망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신념인 것이다.  - p.101

여정을 이어가며 그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우리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살고 있는 방식대로 인생을 본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숨어서 또는 공공연하게 우리는 각자의 여정에서 세상을 봅니다. 모든 생물이 아는 것을 다 모은다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지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여정이 필요한 이유는 지식이 지혜로 가는 열쇠이고 모든 존재는 반드시 여정 즉 삶을 통해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 p.202

“그건 자네가 결정할 문제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네. 선택이 결과로 이어지지.
그러니 자네도 가슴과 마음을 잘 살펴보게나.”
“가슴과 마음을 살펴보라니요? 그곳에서 제가 무엇을 찾을 수 있나요, 어르신?” - p.2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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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파인더 -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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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때는 낯선 것과 생뚱맞은 것을 마주하게 되어 좋다. 여러 감각에 의지한 채 나만의 방식대로 마음에 담아보려 시도하는 그 과정이 좋다.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와 시간이 남기고 간 흔적이 있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나를 내려놓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겸손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기에 여행이 나는 좋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에서 미리 설치해둔 마이크를 앞에 두고, 알 수 없는 노래로 리듬을 타던 원주민들(Aborigine). 주문을 외우듯 높낮이가 없는 빠른 언어로 진행된 그들의 무대는 함께 섞인 외부환경과는 조화롭지 않았다. 돈을 지급하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리듬의 중간중간, 멘트를 넣어 오묘한 조화로 모델료를 말하던 그들이 생각난다. <웨이파인더>는 여러가지 연결점으로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음미하며 읽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의 원주민을 바로 눈앞에 둘 수 있었던 그 기억과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기회를 잠시 붙잡아 둔 낯선 인류문화여행은 아직도 현실에서 꿈꾸게 한다.

우리는 모두 제각각의 '문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화라는 그 자체의 의미 말이다. 요즘 초등학생 중엔 어느 한 사회 형태를 우위에 두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무조건 좋다고 믿는 위험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단계이므로 아이들의 생각을 넓게 키워주는 역할이 필요한 만큼이나, 우리들의 생각과 포용력은 얼마나 닿아있는지 '문화'라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문화의 정수를 전달하는 매개인 '언어'가 사라져 가고, 이와 함께 깃든 정신적 산물이 함몰되어 생태계의 푸름이 퇴색되어 간다고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가 만약 대한민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 가 지금의 역사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러한 현실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 라는 생각해본 적은 있다. <웨이파인더>는 존엄성과 현존하는 문화, 이곳저곳 살아 숨 쉬는 부족(또는 토착민)들의 지혜를 들어볼 수 있음과 동시에 파괴, 손상, 침해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인종과 삶, 살아가는 방식, 생각 등에 우월성을 말하려는 듯한 발전속도, 과학적 진보, 여러 가지 척도 등의 기준은 다양성을 발견하는 데 좁은 시야로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알아야 소중함을 느낄 것이고, 소중함을 알아야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이 책은 '왜' 우리가 '어떻게' 인류 속의 가치를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을 때, 선택해보아도 무방한 입문서다. 생경한 인상을 받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두근대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세계 곳곳에서 누구와 함께하든 그들로부터 배우는 공통점이 하나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사고방식, 저마다의 선택, 저마다의 가능성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제 방식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참으로 희망을 주는 깨달음이다. - p.11

문화는 장식이나 기교가 아니며, 흥얼거리는 노래나 읊조리는 기도문이 아니다. 삶에 의미를 주는 위안의 담요이고, 무한한 인간 의식의 감각을 이해하고 질서도 의미도 없는 우주에서 질서와 의미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지식의 묶음이다. (중략) 문화와 문명의 제한이 사라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다면 지금의 세계를 돌아보고 지난 세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라. - p.213

다양한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정신적, 경제적 공간에 인간을 적응시킬 다른 방법, 다른 대안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비산업사회 방식을 흉내 내자거나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박탈하자는 순진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택한 경로는 유일한 길이 아니다. 우리가 내린 일련의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음은 이미 과학이 입증했지만 운명까지 확정하지는 않았다. 이 사실에서 위안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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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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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5일, 12 25. 어린이가 아닌 이,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의 별도 반짝거리는 이날. 모두 저마다 가슴 한 켠, 간직하고 있었던 희망과 의지에 불빛을 점화시킨다. 내가 바로 어린이라며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어린이날'이 누구에 의해 생겨났는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집에 있던 한 테이프를 통해 5월 5일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재생버튼만 누르면 엄마가 사주신 <꼬맹이 위인방> 테이프에선 그날에 대한 이야기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대해선 들어보질 못 했다. 당연히 서양에서 건너왔으니 위인방에서야 접할 수 없었겠지만 생각해보면 그 외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분명한 출처는 알 수 없었다. 명성황후의 호기심을 끌었다던 크리스마스. 이 시즌만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 외치면서 정작 그날에 얽힌 이야기와 의미를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성당을 다니면서 알게 됐지만.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으며 점차 우리의 문화로 재형성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의 사실들에 대해 눈여겨보게 된다. 형형색색 수놓은 불빛 대신 연등으로 장식했던 배재학당 앞 조선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시작으로, 점차 본래 의미가 변질되기도 했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쁨은 외면할 수 없는 감성을 만들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결혼식에서 신부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하얀 드레스의 근원, 백의민족였던 우리가 개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쟁이가 되기까지 문화의 정착 시기를 어림짐작이 아닌 사실로써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의 참고자료와 그날의 기록들신문기사이 생생히 말해준다.

 

근대의 모습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었다.「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놀이의 이중성」,「신풍속의 탄생」에는 패션, 화장에 눈을 뜨게 된 미의 풍조와, 성병에 대한 이야기 (파우더, 팩트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 화장품들의 뿌리는 박가분이라고- 실은 옷을 구입해가는 분들에게 서비스로 챙겨주었던 수제 화장품이었다고 한다. / 성병에 감염된 이들을 육체적 통증보다 더 아프게 했던 건 사회적 차별과 배제, 그리고 병명에 덧씌워지는 낙인이었다고 한다.) 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 아픔의 일면을 싣고 있다. 놀이와 장난감에 얽힌 사연은 자연과 함께 어울렸던 아이들의 모습 외엔 현재와 크게 다를 건 없다. 교육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던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와 부모들의 고충도 지금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실생활에서 좇고자하는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연들은 예사롭지 않다. 당연하게 여기던 우리의 생활상은 시간과 여러 의식이 만나 형성되었는데, 받아들이거나 배제하기도 한 시도로 오늘날이 존재할 수 있었기에 그 시대의 사연들은 평범하지 않다. 아니 똑같은 풍경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사연은 어느 누구에게 결코 평범할 수 없다 해야 하나?

 

그(류두찬)는 이런 고민의 하나로 민족 고유의 색상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중국옷이 청람색, 일본옷이 화문패턴으로 특징지어 진다면, 우리 옷 고유의 특색은 무엇일까 물음을 던진 것이다. 그 답으로 흰색 외에도 홍색과 녹색이 있으며, 색에 대한 취미는 시대와 정서에 따라 변하므로 흰색만 아니면 무슨 색이든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민족의 흰 옷 사랑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흰 옷을 예복으로 정해 명절이나 제삿날에 입게 하자고 제안한다. 「패션 2030, 근대 조선의 의생활」p.19

아직도 염집부인들은 구식 그대로의 화장법을 쓴다. (…) 크림 대신에 꿀을 발느고 덩어리 납으로 만든분을 회벽하듯 발넛다 캄캄한밤에 만나면 독개비로 속으리만큼 기독하게 분을 발느고는 인印을 물에 풀어서 연지로 썻다 - 『신동아』,1932년 11월 1일, 169~170쪽



위의 글은 당시 유행하던 화장법을 설명한 일부분이다. 납으로 만든 분을 회벽 바르듯 두껍게 바른 얼굴은 마치 도깨비와 같다고 설명한다. 납분을 바르는 것을 전혀 거리끼지 않고 당연시할 뿐만 아니라 아주 두껍게 발랐던 것을 보니, 납 성분이 든 화장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막 근대 문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조선 땅에는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근데, 아름다움의 독을 바르다​」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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