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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책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이상하게 제 손에 책을 들고 있어도 서점 매대에 같은 책이 깔려 있으면 또 사고 싶어집니다. 최근에 저는 며칠간 다크존, 매스커레이드호텔을 구입하고서도 매대 앞에서 한참동안 책을 노려보다 왔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시작하여 매대에 깔린 것을 발견한 순간까지 손에서 바들바들 떨며 "이걸 사야 해! 사야 해! 집에 있어도 사야 해!"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 주엔 이미 책을 열 권 이상 입양(?)했기 때문에 겨우 참았다가 마침내 월이 바뀌어 카드값의 압박이 덜해진 토요일, 어제 종로타워 지하 반디앤루니스에서 샀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크하하하하하."입니다. 어쩜 이리도 웃기는지! 히가시가와 도쿠야 식의 유머가 아닌 시마다 소지 식 유머는 정말이지, 유쾌하고 통쾌하고 마지막에 깊은 여운이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패스티슈 깊게 읽기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
슬슬 입이 아플 정도로 자주 말했습니다만, 저는 '홈즈가 보낸 편지'라는 소설로 디지털작가상 매경상을 탔습니다. 곧 출간이 될 예정인데요, 이 책이 바로 셜록 홈즈 패스티슈 소설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 님을 오마쥬한 펙션(인가?)소설입니다. (일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셜록 홈즈 패스티슈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마침 셜록 홈즈 백주년을 기념해 나온 영국드라마 셜록 시즌 1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 그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 님의 백 주년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제 나름대로 이 대단한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싶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고난의 가시밭길... (-_-) 대체 내가 어쩌자고 이따구 소재를 갖고 쓰겠다고!!!!!!!!!!!!!!!!!!!!! 이러고 짜증을 바리바리 내며 자료조사를 하고(OTL) 셜록 홈즈를 다시 읽고 당시 시대상을 알기 위해 관련 책들을 읽고... ... 마지막에 탈고 하고 났을 때엔 주석이 76개, 참고도서가 21권이 되어버렸습니다. (-_-) 뭐 일단은 그래도 상을 받았으니까(안 받았음 ㅠㅠ 어쨌어 ㅠㅠ) 책도 나오니까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러는 사이 참 많은 셜록 홈즈 패스티슈 소설들이 국내에 출간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나온 시마다 소지 님의 본 책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셜록의 제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베이커가의 살인 등등, 패스티슈 소설만 모아놓아도 책장 한 줄은 꽉 차버립니다. 또 여러 판본의(?) 셜록 홈즈 시리즈도 나왔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이 판본의 셜록 홈즈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셜록 홈즈 완역본 '붉은 실'입니다.
문장을 살펴보시면 알겠지만 옛날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셜록 홈즈의 활동 당시 우리나라 시대의 말투 그대로가 느껴져서 고풍스럽습니다. 셜록 홈즈가 조선에 왔다면 이랬을까? 하고 "후후" 웃게 됩니다.
시마다 소지의 셜록 홈즈 패스티슈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엔 향수가 있습니다. 동시에 작품 전반에서 다른 패스티슈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깊이를 보입니다. 바로, 소설과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비꼬기입니다. 이 소설은 나쓰메 소세키와 왓슨, 두 명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쓰는 '소설'과 왓슨이 쓰는 '소설'은 전혀 다르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보는 듯합니다. 소설 속 화자가 누군가에 따라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바뀔 수 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합니다. (크크) 작품 중간중간 셜록 홈즈에 대한 어찌 보면 "너무 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시선도 대단합니다. 이 시선은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도 이미 나타난 바 있습니다.
홈즈는 변장의 명인이었지! 백발 가발에 눈썹을 붙인 후 양산을 쓰고 할머니로 변장해서 자주 길거리를 걸어 다녔지? 홈즈의 키가 얼마인지 알아? 6피트가 넘어.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할머니가 있는데 남자가 변장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이런 할머니가 실제로 있다면 괴물이지. 아마 런던 사람들은, 아, 홈즈 씨가 가는구나, 라고 말했을 거야.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왓슨 씨는 알아채지 못해.
p.271, 점성술 살인사건
이 숙녀 말인데, 과연 숙녀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분홍색 긴 치마를 눈길에 질질 끌고 있는 모습은 분명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키가 족히 6척은 넘었는데, 그러다 보니 실크해트를 쓰고 지나치는 풍채 좋은 신사들도 겨우 그녀의 어깨까지밖에 닿지 않는다.
(중략)
며칠 전의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기서 홈즈 씨라고 불렀다가는 또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인들 모두가 시치미를 떼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제야 이해가 갔다. 홈즈 씨는 말하자면 런던의 명물 같은 인물이니까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다들 알면서도 변장에 속아 넘어간 척해주는 것이다.
pp.92~3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대표 탐정 시리즈인 점성술 살인사건 속 '미타라이 기요시'는 셜록 홈즈의 오마쥬입니다. 셜록 홈즈와 이 시리즈를 함께 보면 사건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나 대화의 구조까지도 같아서 그만 "크핫!"하고 웃게 되는데요,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살인사건'은 셜록 홈즈 패스티슈 소설을 표방하는 만큼 더더욱 대단했습니다. 와, 정말.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쓴 또다른 작품인 줄 알았어요! 나쓰메 소세키의 시점으로 적는 문장들은 또 어떻고요.
저는 마침 최근에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인 '마음'을 읽었는데요, 세상에나! 전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적을 수는 없는 거다! 탄복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특히 마음에서 보이는 그 약간은 우울한 회색 빛 문장들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다니...! 대체 시마다 소지는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가 감탄감탄해버렸습니다.
젊을 때의 이 경험은 내 안에서 오래도록 상처로 남았다. 나는 그 뒤로도 간혹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보곤 했다. 내가 이 일에 이토록 빚진 느낌을 받는 것은 당시 내가 너무도 젊고 무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176,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네. 내가 지닌 과거는 인간의 경험 중 일부분으로서 나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지. 그것을 거짓 없이 써서 남겨두려는 내 노력은 자네나 다른 사람들이 인간에 대해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네.
p.314, 마음
시마다 소지의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너무 행복해서, 오늘도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또 한 권 더 읽었습니다. 이 책은 앞서 한참 이야기한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의 한 편인 '최후의 일구'입니다.
오후에 낮잠 퍼질러 자고 일어나서 읽기 시작했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네요.
아, 좋습니다.
이거, 야구추리소설인데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중 마신유희 보신 분들 아시죠? 미타라이 기요시 별로 안 나오잖아요. 이 책도 별로 안 나옵니다. 하지만... ... 아... ... 좋습니다. 이게 제목 보면 아시겠지만 야구추리소설인데요, 사회파네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마구를 합친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보고 나서 시마다 소지의 소설들을 읽으면 늘 느끼는 그 애뜻함을 또 한 번 느꼈다고. ㅎㅎ.
하여, 이 소설의 서평이벤트를 제 블로그에서 진행합니다.
일전 여러 일로 블루앨리펀트 편집장님을 만난다고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여러 이야기를 하며 이 책의 이야기를 듣고는 제가 서평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따가 자정 경에 공지를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흐흐)
아 더불어,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마다 소지 님의 사인이 담겨 있습니다. 그날 편집장님 뵈었을 때 이 책 이야기가 나오기에 "아 시마다 소지 싸인 받아주세요!!!!!!!!!!!" 땡깡 좀 부렸거든요.이 책, 시마다 소지 님이 격하게 아끼시는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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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북 왔닼ㅋㅋㅋㅋㅋㅋㅋ
내 블로그서 제 2회 사인북 서펑이벤트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잘 했지. ㅡㅡV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와
서평이벤트는 이쪽, 네이버 본관 이용.
http://cameraian.blog.me/130144072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