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또 모으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런 책, 예를 들어 북스피어에서 큰 맘 먹고 문고판으로 내고 있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경우에는 야금야금 모아가고 있는데요, 참으로 흡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단 판형이 참 깜찍하고 그 수록된 내용들이 죄다 제가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마니아들은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수집하고 있는 이 시리즈, 에스프레소 노벨라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는 사람은 다多 알아!
마니아들이 더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는 현재까지는 총 여섯 권이 나왔습니다. 시리즈의 첫 편 『집행인의 귀향』이 나올 당시 마포 김사장님의 서문을 통해 이 시리즈가 왜 나왔나 잠시 살펴보기로 합니다.

전집 명은 에스프레소 노벨라로 하자. 어째서 이런 이름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당신은 지금 에스프레소 노벨라 0호를 읽고 있다. 잡지로 치면 창간준비호쯤 될까. 본격적으로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 완벽을 기하려는 의도이니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기대에 어긋나거나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지적 바란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조율하여 출간 목록을 결정할 생각이다. 진초록의 잎들이 하나둘 보일 때쯤 전집의 일차분이 출간되면 전체적인 윤곽을 가늠할 수 있겠다.
전집과 문고본은, 항상 우리들의 로망이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실현하게 되다니,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그만큼 걱정도 앞선다. 한국에서 문고본은 안 될 거라는 편견 때문이다. 이런 편견이 그저 편견일 뿐이라는 우리 생각에 당신이 동의해 준다면 크게 힘이 될 텐데. 흠,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당신더러 나서 달라고 하는 셈이 되는 거니까 모양새는 좀 이상하다만, 뭐 해석은 하기 나름이니까. (PP.6~7)
이런 식의 취지로 만들어진 문고본 시리즈입니다, 에스프레소 노벨라는. (흐흐) 그리하여 포문을 연 0호는 SF를 이야기할 때에 빠져서는 안 될 작가인 로저 젤라즈니의 중편소설 『집행인의 귀향』이 실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네뷸러 상과 휴고 상을 모두 수상한 대단한 작품인데요, 본래는 젤라즈니 중기 걸작 중편집 『내 이름은 레기온』에 실렸던 한 편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발간된 1호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가 쓴 「위대한 탐정소설」입니다.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다른 이름, S.S. 반다인으로 더 유명하죠? 파일로 밴스 시리즈를 적은 바로 그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의 탐정소설에 대한 지식이 총망라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띠지의 말을 살피면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일지 바로 상상이 가능합니다.
탐정 소설은 일종의 게임인 동시에 스포츠이기도 하다.
따라사 작가는 독자에 대해 공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작가는 브리지 게임을 할 때 사기가 허락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속임수나 책략 따위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순수한 창의력만으로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하드보일드 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수많은 블러디 머더 시대의 추리소설가들을 이야기하며 ‘단 한 명’만을 진정한 일급 작가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탐정 소설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렇다.
수수께끼는 충분히 지적이지 못하고,
소설로서는 충분히 예술적이지 못하다.
지나치게 진부하고 실제 세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밴 다인도 코난 도일도 아니라고 한 레이먼드 챈들러가 인정한 작가는 누구일가요? 아, 자기 자신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3호로 나온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의 대단한 대중소설 작가들이 한 번쯤은 탔다는 바로 그 나오키상의 나오키의 작법서입니다. 나오키상은 1935년 문에춘추의 기쿠치 간이 ‘대중문학의 역사를 바꾼 나오키 신주고의 공헌’을 기리기 위하여 창설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자 그렇다면 나오키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책을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아, 이어지는 나오키의 소설을 읽으면 더더욱 알 수 있고요. 때문에 전 잠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었으니 나도 나중에 나오키상처럼 특급변소상을 ... ... 아, 출판사 사장님이 내줘야 하는 거니까 어디 모 김사장님이 내 이름으로 상 좀 ... ... (응?)

「공포문학의 매혹」은 공포소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라성과 같은 존재,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설명이 필요없는 공포소설 작가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누군가 설명을 원하셔서 덧붙이자면... ... 올해에 마침내 황금가지에서 전집이 모두 나왔습니다. 그거 사서 읽으세요. 와 정말 설명 쉽네. 아무튼 이런 러브크래프트가 쓴 이론서는 어떤 내용이냐, 수많은 문학작품 안에 드러난 공포를 다룹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포를 중심으로 나누어서 그 전과 그 이후의 공포가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는데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포가 창조한 유령은 기존 작가들 가운데 누구도 성취하지 못했던 그럴싸한 사악함을 획득했으며 호러 문학 영역에서 사실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수립했다. 거기에 더해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학적인 태도가 비인격적이고 예술적인 의도를 보조했다.~ P.69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발간된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는 오타쿠를 제외한 일반 추리소설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를 작가 ‘도로시 L. 세이어즈’의 글입니다. 이 글에서 세이어즈는 추리소설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러브크래프트가 포의 공포소설 이야기를 했다면, 세이어즈는 포의 추리소설 이야기를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특히 포가 만든 탐정 뒤팽의 이야기를 하며 뒤팽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하는데, 그 분류법이 참으로 감탄할 만큼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이 분류법은 현재에도 당연히 통용됩니다. 또 마지막에는 이런 멋진 말도 나옵니다. 이 말은 앞으로 추리소설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써야할까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독자는 살인자를 추리하는 대신 작가를 추리한다. 그래서 작가의 후기작들은 초기의 역작에 거의, 혹은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의 뮤즈와 결혼하고 이 결혼은 미스터리를 파괴한다.
언젠가 탐정 소설도 끝에 이를 때가 올 가능성이 확실히 있어 보인다. 그저 대중이 모든 트릭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남았고 그동안 새롭고 덜 경직된 공식들이 개발될 것이며 풍속 소설과 좀 더 가깝게 결합하고 모험 소설로부터는 더 멀리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다분히 후자는 인류만큼이나 오래갈 것이고 범죄가 존재하는 동안 범죄 스릴러도 그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 언제나 그렇듯 더 고급 유형이 멸종 위협을 받기 마련이다. PP.84~5
이 인용문을 보면 세이어즈는 지극히 비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합니다만... ... 책을 읽으보면 글쎄요, 느낌이 좀 달라질 걸요?
이상 간단하게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를 소개해 봤습니다. 내용이 대강 저렇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설명할 것이 있다면 이 시리즈의 가격입니다. 이 시리즈는 처음에 말했듯 문고본입니다. 때문에 참 저렴합니다. 000호는 비싸서 7700원입니다만, 나머지는 3800원 4800원 뭐 이렇습니다. 하여 참으로 모으기에 기분이 가뿐합니다. 책장도 가뿐하고요. 그러므로 여러분, 지금 당장 장바구니로 ㄱㄱㅅ?!
이상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를 자기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홍보하는 특급변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