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4.3
북플을 하면서 새로운 책을 접하는 루트가 하나 늘었다.
`추천마법사`라는 건데, 알 수 없는 기준 탓에 종종 뜬금없는 책들이 눈에 띄게 보여 애용하진 않지만 나름 그때 그때의 취향과 장르를 파악할 수 있다.
한껏 읽어제낀 추리소설 덕분에 마법사가 내게 추천한 책들의 목록은 늘 비슷했다.
무슨무슨 탐정단이나 제목만 봐도 수상함이 넘치는 의미심장한 책들에 기담이나 판타지가 조금 끼어있고, <십이국기>와 <사자가 있는 거리>, <죽이는 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 <방랑탐정과 일곱개의 살인>.

같은 추리소설이라도 이왕이면 유쾌함이 가미된 게 좋다.
코난에서 코고로 형사가 주는 재미같이 유머러스하고 능글맞은 면모가 있는 탐정이 소설에선 훨씬 매력적이니까.
그런 면에서 표지는 중요했는데 그 수많은 추리 소설들 중에서 표지가 눈에 띈건 <사자가 있는 거리>와 이 책 둘이었다.
그리고 문화의 날을 맞아 일주일 만에 방문한 도서관에서 그 두 권을 다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하지만 평소보다 2권을 더 빌릴 수 있는 기회임에도 유독 땡기는 게 많아서 결국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이 한 권만을 빌려왔다.
작가가 `우타노 쇼고`니까.

우타노 소고의 이름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알게 되었다.
정작 읽어본 적은 없지만 반전이 쩌는 명작 추리소설이라는 평을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첫만남인가 하고 작가 소개를 보니 낯익은 책이 보여서 놀랐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책꽂이에 2.0까지 두권이 세트로 나란히 꽂힌 <밀실살인게임>이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방랑탐정 시나노가 등장하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벚꽃->과 <밀실살인게임>보다 더 먼저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단편이라 등장인물이 많아서 사람 이름들이 꽤 헷갈린다.
책은 역시 작가가 쓴 순서대로 보는 편이 가장 좋다는 걸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벚꽃->을 암시하는 문장이 확인해준다.

시나노는 코난, 김전일과의 인물인 듯.
이들이 가는 곳엔 무조건 사건이 있다.
그것도 살인사건.
시나노 미나시는 칼로 찌르고, 목을 조르고, 굴리고, 던지고 하며 사람을 죽인 뒤 하나같이 증거인멸에 힘쓰는 사람들에겐 자수할 기회를, 그리고 수사 진행 중 자꾸 헤매는 경찰들에겐 실마리를 제공하는 탱크탑 청년이다.
처음 등장만 해도 그저 엑스트라일 줄 알았는데 점점 추리가 막힘이 없다. 사기캐 느낌.
중간에 작가가 독자에게 트릭을 맞출 시간을 주는데 걔가 범인인 건 알겠는데 난 도저히 트릭까진 상상불가였다.
하긴 그것도 그런 게 두 번째 살인을 어떻게 추리할 거야...

단편이라 많이 아쉬웠지만 괜찮았던 것 같다.
시나노가 나오는 시리즈가 뭐 있다는데 또 천천히 찾아봐야겠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도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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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G를 찾아서
김경현 지음 / 서울셀렉션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4.1
제목을 어디서 봤더라. 뭔가 익숙한데 하면서 빌려왔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매치시킨 소개글이 박혔다.
차례를 읽는데 이게 한글인지 영어인지 의미를 모르겠다.
읽다보니 대충 그 파트의 인상적인 두 단어를 붙인 거란 걸 알게 됐지만.

사실 처음부터 켱킴은 뭐고 큔킴은 뭔가 했다.
그런 식으로 한글로 발음을 옮겨담은 영문을 글 전체에 써제껴놨다.
차라리 영어로 쓰지.
적어도 괄호 안에 영어 단어를 써주는 성의만 보였다면 훨씬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읽다보니 이게 한글소설인지 영문소설인지 의심이 들 만큼 의미불명의 영어발음을 남발하고,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지 말란 건지 지명이며 환경이며 나오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따라가기만도 벅차다.
거기에 시점과 시제 또한 뒤죽박죽 마구 섞인다.
쥐의 세계(G를 소설에 쥐라고 쓰다니 나로선 충격.. 차례를 볼때 찍찍거리는 쥐인줄 알고 더 의미불명이었다. 왜 알파벳을 안 쓰는 걸까)는 분명 매력적인데 도저히 모든 글을 읽을 수 없는 지경이라 좀 많이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는 좋았다.
재미가 없었다면 진작 그 영어 나열에 지쳐서 가차없이 책을 덮었을 거다.
G의 정학으로 인해 경훈과 영미, 토마스가 만났고 페이지와 G를 쫓는 과정에서 영미의 과거와 애령의 이야기, 그리고 경훈이 큔킴이 된 사연이 자연스레 합쳐진다.
그 영어들 말고도 이야기에 겉가지가 너무 많아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이야기였다면 아마 과감히 반 이상을 쳐냈을 거 같지만 메인 스토리 자체는 좋았다.
십대 임신이 메인은 아니지만 그 주제를 미국이라는 배경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무겁진 않지만 진중하게 표현해낸 작품같다.
십대 임신, 낙태나 마약, 표절 같은 문제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십대의 반항과 중년의 방황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추적으로 표방되는 로드무비 타입의 어드벤처라는 장르 특성상 결코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사건이 사건이고 문제가 문제인 만큼 절대 가볍지도 않다.

영미가 엄마에 대해 물은 말에 페이지의 대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엄마가 13살에 자길 버리고 간 순간을 성인 1단계라고 하면 씨드를 낳을 때 성인 2단계가 시작하는 거 같다는 말.
그리고 G가 지훈이라고만 생각했던 독자에게 마지막에 또 다른 G의 존재를 밝히는 것도 매우 인상적.
어쩐지 이야기의 시작은 켱킴이었지.

<잃어버린 G를 찾아서>는 우리나라 소설같지 않다.
문체랄까 그 단어들의 조합부터 그렇긴 하지만 그걸 작가가 의도한 듯한 느낌도 든다.
토마스의 페이지를 대하는 태도와 영미가 지훈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한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데 그들이 미국을 횡단하며 서로에게 상쇄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정체성이다.
나 또한 분명 한국인의 마음가짐으로 페이지의 임신을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끝에 가서는 그래, 알아서 잘 하겠구나 하며 마음놓게 되는 과정이었다.
한국소설도, 미국소설도 아닌 한국과 미국에 양 발을 걸친 소설.
조금만 더 읽기 쉬운 글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기억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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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만화클럽
박주현 지음 / 곰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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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만화라는 건 정말 설레는 말이다.
세일러문도, 웨딩피치, 네티도, 그랑죠나 해모수, 슬램덩크 같은 어릴 적 추억들이나 동생 덕분에 접한 골드런, 탑블레이드, 유희왕 같은 것도 그렇고 중학생 시절 만화방에 살면서 내리 읽었던 사디쿄, 바람의검심, 코난, 테니프리, 따따베, 아이실드21, 디그레이맨, 강철, 궁, 오디션, DVD 등등등에 판도라하츠, 노자키같은 꾸준히 나오는 신작들 그리고 원피스까지.
잊혀진 것들도 기억나는 것들도 모두, 만화는 사랑이다.

<로드러너 만화 클럽> 표지가 조금 걸렸지만 만화라는 단어 하나로 빌렸다.
시간이 없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에 슬쩍 내용만 훑고 빌려왔는데 이렇게 두서없을 줄이야.
첫째로 97년과 현재를 아무런 기준없이 마구잡이로 넘나드는 시점.
둘째는 김연분 여사 파트 외엔 의미가 불분명한 신문기사들.
셋째로 이랬다 저랬다 무엇 하나 진득하게 이야기를 풀지 못하는 작가.
딱 주인공들의 과거 흑역사 시절같은 이야기다.
스토리도, 개연성도, 결말도, 소재 이외의 모든 것을 버린 듯한 작품에 그래도 그 소재가 있어서 천만다행인 책.

`만화가라니, 농담 같은 장래희망을 현실로 만들다니 끈질기잖아. 웃기잖아. 부럽잖아.` -p.269
저 말에서 만화가를 소설가로만 바꾸어 작가에게 들려주고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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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5.0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은 <빙과>밖에 몰랐다.
아무래도 <빙과>가 데뷔작이었으니 가볍게 추리를 다루는 라노벨 작가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띄엄띄엄나오는 <빙과> 시리즈들 사이에 간격이 커질수록 작가 소개가 늘어가는 걸 발견하곤 궁금해졌다.
설명대로 미스테리 추리협회상 등등 미스테리 관련 상을 휩쓸 정도면 정말 정통적인 추리물일텐데 과연.

<부러진 용골>이란 제목 따라 배와 관련된 이야긴가 싶었는데 죽 나열된 목차와 등장인물이 왠지 심상치 않다.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떠난 왕을 둔 나라, 솔론이라는 독립된 영토의 칭송받는 영주.
그의 딸인 아미나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불쑥 찾아와 마술을 익힌 암살기사에 대해 경고하는 기사,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불로불사의 종족, 전쟁을 대비해 모은 용병들의 각기 다른 나라와 저주들.
아미나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아버지가 다음 날 아침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까진 이 책이 미스테리라고 보긴 힘들다.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추리를 해나가면서도 포로의 탈출이나 데인인과의 전쟁 준비 등의 상황 탓인지 단지 미스테리물이라고만 보기에는 그 세부설정이 아까울 지경.
그리고 그외에도 `마기`를 연상시키는 청동거인 탈로스라던가 리터의 눈물같은 마술이 계속 등장하는 점도 이야기의 색채를 모호하게 만든다.
사실성이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에 판타지가 섞이면서 <부러진 용골>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다 읽고 나니 그저 놀랍다.
그리 좋아하는 소재도, 시대도, 내용도 아니지만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세계사를 배웠어도 전혀 암기에 소질이 없던 탓에 거의 문외한일 정도로 생소한 남의 나라의 역사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 시대에 검과 마술이라는 키워드로 특수 설정 미스테리를 펼쳐보인 건데 어떻게 이만큼의 세계를 짤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다.
미스테리로 명목을 세운 소설이지만 꼭 실제 전설을 담은 역사서를 읽은 느낌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시대상과 전설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꽤 재미있는 기록같은 책이다.
제목의 이유를 설명하는 니콜라와의 그 대사로 후속편이 나올만한 여지는 충분히 남긴 듯 한데 그럴 생각은 없다니 아쉽다.
실제로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이름에 바로 붙는 소설은 아닌 것 같지만 나로선 <빙과> 다음으로, 어쩌면 <빙과>보다 먼저 떠올릴 책이 된 듯하다.
소시민 시리즈가 유명하다던데 안 읽을 수 없겠네.

쓰고보니 이 호불호갈리는 작품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등장인물의 정보가 적힌 페이지, 배경은 중세 유럽, 무엇보다 판타지와 현실을 혼합해 그려낸 이야기.
네크로폴리스, 라이온 하트, 우리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등등.
이 방면으론 잘 아는 작가가 한명 있지.
내가 아주 아주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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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4.5
정세랑의 <이만큼 가까이>는 정말 의미있는 책이었다.
재밌고 따뜻했고 아련했고 포근했고 말랑말랑했고.
그 책 이후로 난 창작과 비평사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정세랑을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작년 12월 출간된 <재인, 재욱, 재훈>.

올해 초 도서관에 신간들이 대량입고가 되었는데 몇달 전만 해도 검색하면 해당 결과를 찾을 수 없다던 책들이 대출가능의 초록 딱지를 붙이고 딱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내 책도 아닌데 뿌듯한 기분.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많이 놀랐지만.

재인, 재욱, 재훈은 삼남매다.
늘 이혼 위기의 바람둥이 아빠와 스트레스로 가득찬 엄마를 둔.
그리고 그 밑에서 몇 번씩 마음 졸이고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을 하며 자라온 셋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서먹서먹하지만 그래도 재욱의 출국 전 휴가를 떠난 셋은 한 칼국수 집에서 형광빛나는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을 맛본 후 각자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
특별함과 쓸모없음 사이 어딘가에 놓인 그 능력을 허비하고 있을 때 세 명은 각각 `Save 1/2/3`라는 메모와 함께 선물을 받게 된다.

읽으면서 예고편만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슬로우비디오`도 생각나고 `플랜맨`이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읽은 <세 마리 아저씨>.
아무래도 일상의 히어로들은 생각보다 꽤 많은 모양이다.

아무튼 짧은 것 치곤 좋았다.
단편은 짧아서 별로지만 간결함은 딱 떨어져서 괜찮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다시 정세랑의 장편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이만큼 가까이> 정도의 감성을 기대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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