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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G를 찾아서
김경현 지음 / 서울셀렉션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4.1
제목을 어디서 봤더라. 뭔가 익숙한데 하면서 빌려왔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매치시킨 소개글이 박혔다.
차례를 읽는데 이게 한글인지 영어인지 의미를 모르겠다.
읽다보니 대충 그 파트의 인상적인 두 단어를 붙인 거란 걸 알게 됐지만.
사실 처음부터 켱킴은 뭐고 큔킴은 뭔가 했다.
그런 식으로 한글로 발음을 옮겨담은 영문을 글 전체에 써제껴놨다.
차라리 영어로 쓰지.
적어도 괄호 안에 영어 단어를 써주는 성의만 보였다면 훨씬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읽다보니 이게 한글소설인지 영문소설인지 의심이 들 만큼 의미불명의 영어발음을 남발하고,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지 말란 건지 지명이며 환경이며 나오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따라가기만도 벅차다.
거기에 시점과 시제 또한 뒤죽박죽 마구 섞인다.
쥐의 세계(G를 소설에 쥐라고 쓰다니 나로선 충격.. 차례를 볼때 찍찍거리는 쥐인줄 알고 더 의미불명이었다. 왜 알파벳을 안 쓰는 걸까)는 분명 매력적인데 도저히 모든 글을 읽을 수 없는 지경이라 좀 많이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는 좋았다.
재미가 없었다면 진작 그 영어 나열에 지쳐서 가차없이 책을 덮었을 거다.
G의 정학으로 인해 경훈과 영미, 토마스가 만났고 페이지와 G를 쫓는 과정에서 영미의 과거와 애령의 이야기, 그리고 경훈이 큔킴이 된 사연이 자연스레 합쳐진다.
그 영어들 말고도 이야기에 겉가지가 너무 많아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이야기였다면 아마 과감히 반 이상을 쳐냈을 거 같지만 메인 스토리 자체는 좋았다.
십대 임신이 메인은 아니지만 그 주제를 미국이라는 배경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무겁진 않지만 진중하게 표현해낸 작품같다.
십대 임신, 낙태나 마약, 표절 같은 문제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십대의 반항과 중년의 방황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추적으로 표방되는 로드무비 타입의 어드벤처라는 장르 특성상 결코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사건이 사건이고 문제가 문제인 만큼 절대 가볍지도 않다.
영미가 엄마에 대해 물은 말에 페이지의 대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엄마가 13살에 자길 버리고 간 순간을 성인 1단계라고 하면 씨드를 낳을 때 성인 2단계가 시작하는 거 같다는 말.
그리고 G가 지훈이라고만 생각했던 독자에게 마지막에 또 다른 G의 존재를 밝히는 것도 매우 인상적.
어쩐지 이야기의 시작은 켱킴이었지.
<잃어버린 G를 찾아서>는 우리나라 소설같지 않다.
문체랄까 그 단어들의 조합부터 그렇긴 하지만 그걸 작가가 의도한 듯한 느낌도 든다.
토마스의 페이지를 대하는 태도와 영미가 지훈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한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데 그들이 미국을 횡단하며 서로에게 상쇄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정체성이다.
나 또한 분명 한국인의 마음가짐으로 페이지의 임신을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끝에 가서는 그래, 알아서 잘 하겠구나 하며 마음놓게 되는 과정이었다.
한국소설도, 미국소설도 아닌 한국과 미국에 양 발을 걸친 소설.
조금만 더 읽기 쉬운 글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기억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