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어떤 애
전은지 지음, 박현주 그림 / 팜파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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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가 없어졌다

          어떤 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반 민진이가 사라졌다

    나는 김민진을 모른다

우리 반 어떤 애 김민진

 

 

<우리 반 어떤 애>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차례를 쭈욱 살펴보았다. 가슴이 시렸다.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시리게 아파서 민진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반 어떤 애/전은지 글/박현주 그림/팜파스



소설 현재 시점에서는 민진이는 등장하지 않은 채 민진이가 무단결석한 상황에 대한 반 아이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결석한 지 몰랐던 어떤 애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선생님은 가족인 할머니와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하지만 그들 또한 아이가 결석한지도,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는지 몰랐다. 학교든 가정이든 그 애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애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죽었을까? 온갖 추측만이 무성하다.

 

 

반 아이들은 민진이가 결석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찾아온 침묵은 그 애에 대한 애도라기보다는 '자살 그리고 죽음'이 몰고 온 압박감이 더 컸다. 그러고는 그 죽음에 자신이 관여했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짧은 글로 어린이가 주독자인 이 책은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이의 부재가 결석 - 실종 - 자살로 사건이 확대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긴장과 죄책감 그리고 갈등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잘 포착하고 있다. 다른 반 아이들은 그 애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다시 그 화살을 반 아이들이 그 애 가족에게 돌렸다. 민진이의 실종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남의 일'로 비껴 서서 비난할 대상 찾기에 혈안이 된 것 같았다.





'나의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이 무심함이 이렇게까지 팽배해 있는 교실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고아영'인가? 아영이 방과 후 교실 옆 친구인가?

 

"아무리 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왜 가출을 했는지,

왜 학교에 안 왔는지,

내일 학교에 올지…….

나라면 그런 게 좀 궁금할 거 같은데."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마음과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호감이 생겨 관계가 맺어지고 깊어지게 된다.

유일하게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관계인 가족도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관심이 그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사랑을 꽃피우게 한다.

그렇다면 전혀 모르는 타인인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너는 나를 안다. 나는 너를 안다.

 

"그럼 지금은 서로 아는 사이네."





아는 사이가 되면 모르는 사이였을 때보다 더 눈길이 간다. 관심이 간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던 민진이. 

이제 나는 민진이를 안다.

민진이는 내일 학교에 올까? 아영이는 민진이에게 아는 척을 할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설렌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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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죽었다 - 영화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사이즈로> 원작 에세이
무라이 리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르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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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

 화내고 울고 조금 웃었던 5일간의 실화


오빠가 죽었다/무라이 리코 지음/오르골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무라이 씨 휴대폰 맞습니까?"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갑자기 울린 휴대폰 너머로 생소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오빠가 추정 오늘 오후 4시경에 사망하였고, 최초 발견자는 함께 살던 아들이라고 전해주었다. 이제 저자는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고, 그의 죽음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 책은 소원한 관계였던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남긴 유품을, 흔적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5일간의 실화를 담고 있다. 계획된 일정 때문에 바로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고 며칠이 지난 후 오빠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시작부터 저자의 부담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기에 미처 오빠는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채 떠났다.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그의 삶 속에 '그' 없이 덩그러니 홀로 남아 정리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미움이 전해졌다.

 

"안 슬퍼? 세상에 하나뿐인 오빠잖아?"

저자는 둘째 아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남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존재할까? 세월에 갇힌 해묵은 이야기가 먼지를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활짝 펴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오롯이 혼자 혈육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저자처럼 당황하고 무서울 것 같다. 더욱이 하나뿐인데 미워했던 오빠의 고독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모르는 인생의 흔적을 걷어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상상하는 순간부터 심장이 세차게 뛰고 손에 땀이 났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오빠의 전처 가나코와 고모가 동행하였다. 서로 의지가 되어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오빠의 마지막을 저자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안도했다.

 

 

"한시라도 빨리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버리자."

 

 

시오가마시에 가서 오빠의 시신을 인수하여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오빠의 유품을 정리해 집을 빼고, 차를 폐차한다. 조카 료이치는 엄마 가나코와 함께 살 것이다. 리코의 머릿속 구상이었다. 감정은 배제된 채 서둘러 끝내버리고 싶은 과제처럼 계획을 세웠다. 과연 그녀의 뜻대로 흘러갈까?

리코와 가나코는 사흘 동안 경찰서, 오빠 집, 장례식장, 조카 료이치의 학교, 시청, 아동상담소, 마트, 쓰레기 처리 시설, 자동차 판매점 등 많은 곳을 종횡무진하였다. 그러면서 리코는 몰랐던 오빠의 면면들을 알게 되고, 잊어버렸던 오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싫은 오빠였는데…… 갑자기 떠나게 된 오빠가 가여워진다. 행복해하는 료이치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 그. 리코는 그가 놓친 행복들을 안타깝고 분통하게 여겼다. 무책임하다고 느꼈던 오빠였기에, 항상 남에게 의지하는 오빠였기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고 그가 남긴 공간에서 마주한 그의 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빠를 잃고 나서야 오빠를 마주 보게 된 저자를 보면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해본다.

 

징글징글한 족쇄 같아 벗어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간절히 사랑받고 싶다.

같이 있으면서도 외롭다.

옆에 있으면 평안하다.

언제든 기댈 수 있고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항상 나를 믿어주는 존재이다.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족'은 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도 미운 오빠라도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마지막 인사 "안녕!"을 고한 게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끊어지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라는 진득함이 저자에게 오빠를 다시 찾아주었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한 오빠의 이력서와 행복 컬렉션이라 할만한 가장 행복했던 시기의 사진들, 가메키치 거북 그리고 오빠의 어린 시절을 닮은 료이치를 보면서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게을렀던 오빠를 지우고, 아들과 KFC 치킨과 작은 케이크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던 다정한 아빠였던 오빠를 새겼다.




'이제 더 이상 료이치가 이별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고인이 된 오빠의 삶을 정리하는 일 중 가장 신경 쓰이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아빠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료이치였을 것이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아동상담소에서 보호받다가 위탁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료이치. 엄마 가나코와 7년간 떨어져 살았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료이치가 아빠와 함께 보낸 7년의 시간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들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평범한 우리네 가족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반 친구들이 있었다. 료이치를 위한 환송회를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남자의 갑작스럽고 고독한 죽음. 이를 정리한 5일간의 기록을 내가 함께 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인의 삶의 궤적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동생과 전처 그리고 아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여정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제 떠난 그가 엮어준 인연들이 제자리를 찾아 행복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도 평온할 거라 믿고 싶다.

 

"오빠, 이제 정말 안녕."

 

무라이 리코의 국내 첫 에세이  <오빠가 죽었다> 

죽음,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찾아오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 묵직함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정을 가벼이 따라나섰다가 한 줌의 재로 변한 그가 이어준 인연들을 만나 웃고 울다가 뭉클해지고 만다. 그리고 언제일 줄 모르는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떠난 이는 모르고 남겨진 이들이 정리하고 받아들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헤아려보게 될지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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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삶의 영어
정은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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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et to know Scarlett together!

 

개성 넘치는 영어책을 만났다.

영어 에세이면서 영어 회화를 다루고, 문법과 다양한 표현 그리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는 책, 바로 <꿈을 찾는 삶의 영어>이다.



꿈을 찾는 삶의 영어/정은혜 지음/메이킹북스




스칼렛을 같이 알아보러 가봅시다! 이 책은 호기롭게 외치고 있다. 스칼렛은 바로 저자 자신으로, 스칼렛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구조이다.

 

스칼렛 알아가기

- 기본적인 인사/대답하기

- 취미 물어보기

- 스트레스 해소법 알아보기

- 주된 일상 공유하기

 

<스칼렛 알아가기>에서는 기본적인 표현들로 구성되어 있다. 초급으로 영어에 대해, 스칼렛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이다.




단어가 가지는 뉘앙스를 파악하는 게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이나 나라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예를 접하는 게 좋다. 저자가 글 중간에 작은 글씨로 설명을 첨삭하여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알려주고 있는 점이 좋았다.




<스칼렛의 설명 시간>을 통해 일반적으로 책 안에서 접하는 문장이 아니라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문장들을 알려주고, 문화적 차이 등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문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여러 예문들을 들어 이해를 도와준다. 그리고 직접 작문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도록 권한다. 글로 배우고 글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입으로 직접 말해보게 함으로써 일상 속 영어를 유도하고 있다.

 

<스칼렛 더 자세히 알아가기>에서는 중급/중상급 표현들을 접할 수 있다. <스칼렛 알아가기>에서 알게 된 스칼렛에 대한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제별로 한글로 에세이를 먼저 쓰고 영어로 다시 썼다. 영어 표현에서 알아야 할 단어, 숙어들을 박스로 정리해 줘서 한눈에 딱! 보기 편하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같은 뜻을 가진 문장들을 익힐 수 있다. 언어는 표현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기에 다양한 표현들을 접할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이 책이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자 저자 스칼렛의 에세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친구들과 다정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찍은 사진이나 공부거리로 가득 찬 책상 사진 모두 그녀를 글과 함께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유튜버와 영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추전하고 있다. 각 유튜버마다 특징과 주제들을 잘 정리해 줘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고3이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과 의지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안다. 그녀의 글 안에서 힘과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더 열심히 달려 지금에 이르렀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꿈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 에세이, 감사히 잘 읽었다. 그리고 다양한 영어 문법과 표현, 회화도 함께 익힐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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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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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______ 사랑하고/현요아 지음/허밍버드




 

"엄마, 무슨 책인데 그래요?"

 책을 읽으면서 한숨을 내쉬는 나를 보고 딸이 물었다. '아, 신경 쓰일 정도로 한숨을, 감정을 내비쳤구나.' 싶었다. "자살 사별자가 쓴 에세이야.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언니가 세상에 보내는 다정한, 연대의 메시지야. 그런데 동생도, 언니도 큰 불행을 겪어서 많이 지친 부분이 엄마를 할퀴네." "아~." 짧은 대화를 끝맺고 다시 책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면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 신문 기사 혹은 뉴스로 접했을 만한 그늘진 삶이 실체를 띠고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누군지에게 쏟아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분노와 화가 솟구쳤다.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싱그러운 청년들이 아닌가. 왜 그들이 이런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해 괴로웠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요아 저자는 오히려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처럼 고통을 겪은 이, 떠나보낸 이, 남겨진 이, 떠나고자 하는 이…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다정히 편지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글 한 편 한 편이 물줄기가 되어 온몸을 타고 숨을 이어주고 있다. 불행 울타리를 넘은 자의 사유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방법을 찾아가는 자의 의지가 지치고 넘어진 이에게 용기를 꿈꾸고 기댈 수 있는 내일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 

이 책에서 처음 듣고는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2018년 1월 16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해당 장관은 외로움 관련 전략을 마련하고 폭넓은 연구와 통계화 작업을 주도하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라며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의 '고독·고립' 장관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2월 고독·고립 장관을 임명하였다. 국가의 책임 아래 고독에 방치된 사람들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우울증은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사회적 동의는 당연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로 10대부터 30대는 자살, 40대 이상은 암이 사망원인 1순위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나라 전 세계가 우울한 시기를 겪었기에 '코로나 블루 = 코로나 우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런 추세를 살펴볼 때 저자의 염려와 염원처럼 우리나라도 외로움을, 아픔 어린 사연을, 상처를 드러내도 외면당하거나 비난당하지 않고 위로받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게 도와주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사회 주도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살아 있잖아요."

 

 

 

 갑자기 떠나버린 동생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을 읽으면서 현요아 저자의 생명력에 감복하였다. 한 움큼의 약을 삼켜야 버틸 수 있는 하루의 시간. 하지만 자살 사별자가 되어보니 그 상처가 너무 커서 절대 못 떠나겠다고, 오히려 이기적으로 살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이다. 삶을 지극히 사랑하고 고통 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탐구하고 묻는 그의 행보를 바라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상처를 마주 볼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기에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아픈 이들의 편이 되어주려 한다.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따뜻하게 내미는 손길과 말들이 쌓여 연대와 공감의 울타리가 되었다.

 

 

버티는 날이 모이면 언젠가는 버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겠지.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사람들이 당신의 경험을 앞세워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본인의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하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익혔다는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현요아 저자는 자신의 문제, 상황, 감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이 자살 사별자로서 그리고 조울증 환자로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고통에 침잠하지 않고 사회로 돌아오는 여정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정답이라 강요하지 않는다. 아픈 이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손잡아 주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당신들의 편이라 믿음을 심어주고 사랑을 쏟는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책이 동생이 묻고, 저자 본인이 묻고, 우리가 묻는 질문, "왜 살아야 해요?"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부재를 온몸으로 부딪쳐 이겨나가고 있는 저자에게 격려와 감사의 안부를 전한다. 책임이 강하고 사랑이 깊어 더 힘들게 몸살을 앓고 있는 가녀린 영혼에게 찰나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행복이 영원토록 깃들기를 바란다. 웃고 싶을 때는 맘껏 웃어요.






 디지털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도 가까우면서도 너무도 멀어 외로운 것 같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생산해 내고 보여주고 보고 좋아요??로 서로 쉴 새 없이 교류하는 듯한데 막상 너와 나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고 약속하였다, 나 자신과.





내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또 네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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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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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문장으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이 소설 『카지노 베이비』, 심상치 않다. 열 살 아이의 목소리로 전하는 내용이 근대화와 투기 자본주의로 몸살을 앓는 땅, 지음과 그 안에서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인생들이다.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전당포에서 살고 있는 동하늘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세상의 단면을 전해주고 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하늘이 품고 있는 의문과 신기한 꿈에 대해 답을 달라 재촉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철렁했다. 빠른 흐름의 소설은 아니지만 지음 안에서 벌어진 일련의 역사가 굴곡져 이를 따라가는 여정이 심적으로 녹록지 않아 집중하게 만들었다.





카지노 베이비/강성봉/한겨레출판





 어느 날, 갑자기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인 동하늘!

전당포 가게에 사는 이들이 식구가 되었다. 할머니 동영진, 엄마 임정희, 삼촌 임정식가 생긴 것이다. 신기하게도 할머니 성을 따랐는데,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셈에 밝은 동 할머니가 어린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는 무더운 여름밤 끈적거리는 몸을 뚫고 내 안으로 들어와 촉촉한 비를 내리고 따사로운 숨결로 싹을 틔웠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몸으로 병실에서 단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하늘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늘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리듯 떠올리면서 <할머니의 유산 - 이야기>을 읽어나갔다.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큰 흐름을 유연하게 타고 넘어갈 줄 알았던 현명함을 지녔던 할머니는 자신을 찾아온 생명에게 그리고 자신을 살려줄 생명에게 그간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둘이 맘껏 땅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동안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하늘이 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를 얼마나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한 세대에서 또 다른 세대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주었다.








 박수 할아버지가 할머니 장례식에서 건넨, 마지막 인사말이 할머니의 고된 인생을 어루만져 주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불씨를 품고 생명이 다하기까지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던 할머니는 생전에 도서관에 하늘이를 데리고 가려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책에서만 뭘 배우는 건 아니니. 책만 보면 지 혼자만 아는 눔이 되고, 혼자만 되면 절대루 돈을 벌 수 없어. 하늘이를 그런 멍텅구리로 키울 거나? 돈이 어찌 생겨서 흘러가고 써지는지 알믄 그게 시상을 배우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돌아가신 후, 지음을 위해 그리고 남은 가족들을 위해 큰 뜻을 남기신다. 고향을 떠나 새로 자리 잡은 '지음'은 할머니에게 평안한 삶을 안겨주지 않았지만, 긴 세월 동안 함께 한 땅과 이웃을 끝까지 어른으로서 보듬어 주었다.








 지음에 탄광이 들어서든 랜드가 들어서든 그 속에서 오가고 생기는 돈은 결코 지음 주민들의 차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음 주민들은 그때마다 흐름에 휩쓸리기 바빴다. 특히 랜드가 들어서고는 마을의 명칭도, 거리에 들어선 가게 업종도 크게 달라졌다. 어느 누구 하나 랜드를 거치지 않은 이가 없다. 하지만 여유롭게 태평하게 웃을 수 있는 이도 없다. 도박의 끝은 쪽박공원으로 향한다.

 

 

 한 세대를 아우르는 긴 세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이 다채로워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가고 있다. 특히 강원도 사투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꼼꼼한 사전조사가 돋보이는 탄탄한 구조의 소설로 우리네 근현대사의 사건사고를 적절히 배치하여 공감대를 넓히고 투기 자본주의로 파괴되어가는 시골과 서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전당포 동 할머니로 시작하여 하늘, 정희, 정식으로 이어지는 지음을 사랑하고 사람을 믿고 돌보는 삶의 자세이다. 할머니가 남긴 유산 세 가지를 하늘, 정희, 정식 이 세명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해내는지 아니 해낼 걸 알기에 기쁘게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저 혼자 걷기 시작했을 때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계속 걸어가는 거라고

할머니가 그랬으니까."

"지키는 게 어려운 거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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