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 - 스무 살, 크루즈로 4대륙 12개국 세계 여행한 기록
임태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크루즈를 타고 4대륙 12개국 세계를 여행하면서 대학 1학기 학점이 인정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없다?

<Semester at Sea>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데 대학 학점까지 인정받는다.

이 놀라운 소식을 바른북스 출판 블로그에서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임태우 저자가 친절하게 책을 출간하였다.


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임태우/바른북스


호기심 가득으로 펼친 책은 다양한 사진과 각국의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Semester at Sea 크루즈 학교 프로그램도 설명이 되어 있어서 유익했다.



이후 저자는 6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 학교에 다니면서 어학연수와 문화 체험을 하고, 유럽 여행을 했다고 한다.




Semester at Sea(SAS)는 1963년 Institute for Shipboard Education(ISE) 단체에서 설립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SAS의 가장 큰 특징은 크루즈가 학교라는 점이다. 6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크루즈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 그 안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데, 방문하는 국가에 대해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관점에서 배우게 되며, 에세이도 쓰고 시험도 본다. 배에서 내리면 보통 한나라당 5~6일 정도 방문을 하는데 개별 여행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서 단체여행도 인솔해 준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1학기 학점(보통 12~15학점)이 인정되며, 자기 본교로 학점이 넘어가게 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부터 각국에 대한 지리적 정보, 여행지 정보, 맛집 정보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여행 가이드북으로 참고하여도 괜찮을 것 같다. 가족여행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저자의 스무 살 젊은 감성이 즐기는 세계여행을 접하니 여행을 다녀온 나라들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천 명이 타는 크루즈이고 수업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크루즈 내부 설명도 재미있었다. 실내수영장, 마사지 스파, 대강당 베를린 홀, 베를린 레스토랑, 도서관, 헬스장, 캠퍼스 스토어, 이용실, 영화관 키노 시네마, 조종실, 야외 수영장,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긴 여정 동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세계 여행뿐만 아니라 크루즈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저자는 국제학, 해양학, 세계 음악학, 언어학 개론을 선택하였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을 배우고 현지에서 수업하는 현장체험까지 겸하니 더 알찬 수업이 될 듯싶다. 방문하는 나라의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하고, 언어학의 기초를 익히고 방문하는 나라의 언어 현황과 언어 경관을 배웠다고 한다.

언어학 수업 프로젝트로 각 지역의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어 지형을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 언어 경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계속 태평양의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매일 한 시간을 얻어 자기 전 시계를 한 시간 뒤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월 15일 국제 날짜 변경선을 넘어가면서 16일 하루가 사라지고 바로 17일이 되었다고 한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떠올랐다.

아시아 대륙의 중국, 홍콩, 베트남, 미얀마 여행 내용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홍콩의 디즈니랜드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상하이 디즈니랜드 소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테마파크라 즐길 거리가 많을 것 같아 가족여행으로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피 국수, 우육면, 딤섬 등 지역별 유명한 음식과 맛집도 소개해 줘서 여행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 프랑스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 작품이라는 깜짝 정보도 획득하고, 신발을 벗고 타는 버스 얘기도 상상하며 웃으면서 읽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제각기 다른 문화들이 존재하기에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도 여행한 나라였다. 아픔을 겪기 전 너무나 평화로운 사람들이 찍힌 사진과 글들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한 미얀마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부계, 모계 사회가 아니라서 성이 없는 나라로, 일주일에 8일이 있고 그에 따른 8명의 신이 있다고 믿는다 한다. 미얀마식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 들어가서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다르게 쓴다고 해서 놀라웠다. 미얀마의 명소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미얀마 사정이 안정화되면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모나코 등 12개국의 독특한 문화와 장소, 음식, 역사들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세계 여행도 있구나, 신세계였다.

크루즈 안에서는 수업과 함께 대학 캠퍼스처럼 운동회, 넵튠데이,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져서 600여 명의 학생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국적이 다른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인맥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청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저자가 국제고를 다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서 외국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 여행 간 나라에서 현지 친구를 초대해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SAS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세상이 더 팽창되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4개월의 기간 동안 학업과 세계 여행을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의 기록이라 한 권이 묵직하고 정보가 가득하다. 스무 살 이 여행 전과 후 성장하고 변화된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결과를 중요시하던 예전과는 달리 과정 중심이 되었다는 저자, 여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실감하고 신념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으니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세계 여행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책, 신기한 간접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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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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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살겠지만, 이왕이면 행복하면 좋겠다. 다들 바라는 바가 아닐까? 그럼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하고 너희도 행복하고 더 나아가 인간도 행복하고 개, 고양이, 북극곰, 사막 여우 모든 동물도 행복하고 지구도 행복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여기 이런 예쁜 마음이 가득한 책이 있다.



이왕이면 행복해야지/도대체 글.그림/Lik_it/은행나무출판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에세이 책을 내시는 도대체 작가님께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겪은 일화와 감정

, 생각을 오롯이 담아 <이왕이면 행복해야지>을 엮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마음가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류와 소통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초등학교 시절 학교 정문 앞 병아리 파시는 어른이 있으면 엄마 졸라 한 마리 피우는 정도, 금방 죽어버리니 이 일도 금방 시들해졌다. 그래도 싫다는 아니고 있으면 예쁘다, 없으면 아무 생각 없는 무심한 아이였다.

어느 날, 친구들과 공터에서 놀고 있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만지려는 순간 내 손을 훌쩍 넘어갔는데 물컹~한 느낌이 느껴졌다. 고양이 배 쪽이 스친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동물을 만질 수가 없었다. 이해는 안 되지만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거라 그냥 살아왔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아이들이 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소리에 만류하기를 몇 번. 그러다 애견, 애묘 카페를 알게 되어서 애들한테 미리 그 환경을 알려주기 위해 3,4번 다녀왔다. 아이들과 좋아하고 아직도 경직되긴 하지만 무릎에 앉혀놓고 쓰다듬어줄 수는 있어서 나도 즐겁게 다녔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 첨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울고 아쉬워하더니 몇 번의 체험에 반려견 얘기는 쏘옥 들어갔다.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몸소 느끼더니 자연스레 포기하였다. 이 또한 아쉽기도 했지만 반려견, 반려묘 양육은 쉽지 않아 신중히 결정할 가족문제이니 온 가족의 뜻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지구별에 사람 하나, 개 하나, 고양이 둘 이렇게 가족이 되어 살아가기까지의 여정이 기록된 <이왕이면 행복해야지>를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추억도 떠오르고, 산책길에 만나는 터줏대감 길고양이들도 떠올랐다. 우리 동네도 캣맘, 캣대디가 있는지 길고양이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아이들과 생태조사 수업 시 길고양이 사진들도 찍는데 사람들에게 애교 부리는 다양한 포즈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다 같이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별에서 다른 존재에게 정을 베풀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고양이 간식거리라도 챙겨서 아이들과 산책을 나서야지.` 하는 소박한 결심도 하게 된다.


대장, 흰둥이, 꼬맹이, 멍충이, 꼬리 잘린 놈, 못난이 등 많은 인연을 접하는 동안 쌓인 그 많은 이야기들은 나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만들기도 하고 눈물짓게도 만들었다. 길고양이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가도 길고양이의 삶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된 사연>

꼬맹이가 사라진 지 알았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 뽕나무 구역으로 데려다 놓은 일이 '정말 다시 데려다 놓은 게 잘한 일인가?'란 의문이 들었다는 작가님. 꼬맹이는 원치 않는데 제가 지나친 개입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인간이 내미는 손길이 고양이가 바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도움을 주려다가 자칫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일이었습니다_85쪽






연이 닿은 꼬맹이, 못난이(장군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함께 한 태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책이 끝난다.

작가님이 고양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이 나에게 건네는 안부 같기도 하고, 작가님과 태수, 길고양이들의 유대가 부럽기도 하였다. 작가님 말씀처럼 미래의 일은 모른다. 태수도 작가님도 생각지도 못한 대가족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매일이 특종이고 매일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집이어서 바라보는 내가 더 행복하다.


동물보호법도 개정되어 반려동물에 대한 관리도 좀 더 촘촘해지고, 동물 학대에 대한 환기, 각성이 되는 분위기이다. 다들 힘내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삶을 조금씩 구현해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이왕이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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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 책 먹는 고래 24
황미숙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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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글 황미숙/그림 김지영/고래책빵


예쁜 동화책입니다. 이래서 동화책을 읽나 봅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표제작인 <손가락만 까딱하면>과 5편의 단편동화가 들어있는 이 책은 내용을 잘 표현해 주는 그림과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꼬북이 탈출 작전>

꼬북이 탈출 작전


꼬북이 탈출 작전?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편입니다. 어항 속 거북이와 군인이 그려진 그림처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이야기네요.




<손가락만 까딱하면>

표제작인 이 단편은 예상대로 휴대폰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초등학생이 대상일 줄 알았는데 4살 아이여서 좀 놀랐어요. 휴대폰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움이 컸어요. 코로나19로 가정 내 부모 자식 간 갈등이 커지는 주범인 휴대폰에 대한 환기를 요하는 동화였습니다.


<즐거운 제사>

즐거운 제사


제삿날 제사상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이 재미나게 그려진 동화입니다. 수빈이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네요. 할아버지들께서 맛나게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제사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는데 각주로 풀어주니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겠어요. :D




<다시 하나, 둘 첨벙>

다시 하나, 둘 첨벙


우리는 언제쯤 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지수는 수영 강사에게 칭찬받을 만큼 수영에 소질이 있는데 친구들의 험담 때문에 수영장에 가기 싫다고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에이스 할머니처럼 물살을 가르는 아기 돌고래 같은 지수를 기대해 봅니다. 자신의 체형이나 외모에 상관없이 당당하고 즐겁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노란 꽃무늬 밥상>

노란 꽃무늬 밥상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버려졌지만 아직 쓸만한 밥상을 주워서 산동네 집까지 가지고 올라가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항상 물건을 아끼고 또 아끼는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가 떠올랐네요.

<흰 고양이 109>

흰 고양이 109


앞집 치매 할머니에게 책도 읽어주는 마음씨 따뜻한 소민이. 우리 집 아이들도 어렸을 때 아토피 피부병 때문에 고생해서 알레르기가 얼마나 불편한 병인지 압니다. 그런 소민이가 흰 고양이 109가 준 고양이 수염 소원을 다른 걸 빌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큰 소민이는 잘 치료받아 꼭 낫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네요. 은서랑 사이좋게 잘 지내요.

"흰 고양이 109야. 소민이 소원 꼭 들어주렴."


6편 모두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들이어서 읽으면서 따뜻해졌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동화 속 친구들처럼 건강하고 밝고 친절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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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책 먹는 고래 23
박혜자 지음, 지연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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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폴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


이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됩니다.

17세기 바로크의 대가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잘 알려진 《한복 입은 남자》 '한복을 입은 남자' 속 조선인은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설이 유력한데, 안토니오 꼬레아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잡혀 이탈리아 상인에게 팔려간 인물로 유럽을 처음으로 방문한 조선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림 한 장으로 이끌어내는 이야기라 상상력의 힘은 참 대단하네요. :)



한복 입은 남자/박혜자 글/지연 그림/고래책빵


정우는 툴툴거리면서도 다른 친구들이 꺼려 하는 친구 태리를 살뜰히 챙겨주는 마음 착한 소년입니다. 정우와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태리, 과학 천재 사차원 석규는 루벤스 작 <한복 입은 남자>를 보고 궁금증이 생깁니다. 임진왜란 때에 노예로 팔려간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걸 알았으나 어떻게 이탈리아까지 갔는지 더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겨 주름부채를 통해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주름부채?

부채의 주름과 시간의 주름을 연결시켜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발상을 시작으로 정우가 겪게 되는 임진왜란의 고통, 강제로 고국을 떠나 일본을 거쳐 유럽과 신대륙으로 노예로 팔려가게 되는 여정이 펼쳐지는 내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저미기도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임진왜란 시기로 이동한 정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 다른 시간 여행자라고 착각한 할아버지, 자신을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여기는 모자, 왜군에게 잡힌 포로들. 홀로 조선 시대에 와서 기댈 곳 없이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정우,

하지만 아주 씩씩하게 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힘겨운 시간 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온 정우는 예전과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겠죠?


\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힘을 일깨워주고,

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는 동화책 『한복 입은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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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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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내뿜고 있는 가지이 미나코와 호랑이가 변한 듯한 버터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황금빛 액체로 변하는 호랑이가, 그 버터를 소개하는 듯한 가지이 미나코가 시작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우유는 소의 피라고 한다. 그래서 노란 표지를 벗겨내면 빨간 표지의 책이 나온다. 피가 우유로, 우유가 버터로 변하는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져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빨갛고 하얗고 노랗게 변하는 과정 속에 우리를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


버터/유즈키 아사코/권남희/이봄


작가 유즈키 아사코는 2009년 일본 열도를 경악시킨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 일명 꽃뱀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범인인 기지마 가나에를 모델로 가지이 미나코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실제 사건이 불러온 파장을 재해석하여 <버터>를 집필하였다.





세 명의 남성 살해 혐의로 수감 중인 용의자 가지이 미나코는 흔히 생각하는 꽃뱀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30대 중반의 뚱뚱한 여성이었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여성 혐오로 번지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주간지 기자 '마치다 리카'가 '가지이 미나코'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공을 들이게 되고 친구인 '사야마 레이코'의 조언대로 레시피를 물었더니 냉담하던 가지이 미나코가 변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인 리카, 레이코, 미나코 모두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리카는 부모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리카의 아버지가 갑자기 죽었다. 리카는 이 죽음에 대해 부채를 느끼고 있다. 중학생인 그녀가 아빠와 약속된 날에 가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아 죽었기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줄곧 잊고 있던, 봉인해온 분노를 문득 자신의 갈라진 살 틈으로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32쪽)


레이코는 절친인 리카와 성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결벽하다. 부모님하고도 연을 끊고 산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외도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이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나코는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여성이다. 성향이 너무 다른 어머니는 그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이는 관계가 어긋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버지와의 깊은 유대관계는 그녀에게 일그러진 성 역할, 성관념을 심어주게 된다.



가지이 미나코에게 빠져들어 동화하는 듯한 리카의 모습. 기존에는 일에 집중하여 집도 음식도 챙기지 않았는데 '버터 간장밥'을 계기로 미각에 눈을 뜬다. (우리집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라 에쉬레버터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먹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어서 마음껏 먹는다. 이런 것을 풍요로움이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고 확장된 그녀의 세계를 환영한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일련의 제약들로 인해 주간지 기자로 의식 있는 사람인 리카조차 외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뚱뚱하다는 게 자기관리를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로 이어지고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리카는 가지이 미나코와의 만남을 통해 맛에 눈을 뜨고 요리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몸이 변하고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가지이 미나코를 좋아하게 된 리카는 그녀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가지이는 단호히 거부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숭배자뿐. 친구 따위 필요 없어." (156쪽)

리카는 가지이에게 3명의 다른 피해자처럼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면서 리카 주위의 친구들은 긴장하게 되고 레이코는 그녀를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버터>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하는 역할, 희생, 이미지 등을 '버터'를 중심으로 풍미 가득한 요리의 세계와 함께 풀어나간다. 버터가 지닌 황금빛 풍미가 글 곳곳에 스며들어 뚝뚝 떨어지는 맛의 향연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녹아들어 갔다. 가지이가 좋아하는 버터는 그렇게 매혹적이다.

리카가 가지이에게 끌렸던 이유, 가지이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날씬함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을 인정했다. 그런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호기심과 가지이와 얽힌 남성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아는 것을 통해 자신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부채를 털고 당당하게 마주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리카와 리카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가지이와의 면회를 통해 피폐해져가는 그녀의 영혼을 치유해 줄 수 있어서 가지이의 피해자들과는 다르게 리카는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쉽지않은 과정을 거쳤다. 가지이와의 만남이 리카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왔지만, 리카의 삶을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일에만 치중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게 되고 지인들과 제대로 교류하게 되면서 리카가 진정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손님인 시노리 요시노리의 맨션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교차로 같은 집, 정자 같은 집을 마련하는 리카를 보면서 그녀의 강한 면모를 새삼 느낀다. 그리고 가지이의 레시피를 수정해가면서 자신의 맛을 찾아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리카는 리카가 없는 곳에서 리카를 아는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새로운 관계가 생겨도, 여러 방향에서 리카 얘기를 해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지? 그런 사람 상당히 드물어. 다들 손해보지 않으려고, 가진 것을 지키는 데 필사적이잖아." _ 레이코가 리카에게 (447쪽)


여왕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틀만 고집하는, 외로운 가지이. 사람을 조종하는 일이 유일한 처세술인 그녀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주는 것이 인간관계라 여겨져 예측이 불가능하면 즐기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이다. 퐁파두르 부인이 되고 싶다고 하였으나 가장 사랑한 것은 본인이었던 그녀는 3명 아니 아버지와 아가노 맨션에서 자살한 남자까지 주변 5명의 남자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내가 만약 사람을 죽였다면 당신과 같은 방법인 거야. 그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은 것뿐. 풍성하게 주던 것을 아무 예고 없이 뚝 끊은 것뿐." _ 가지이 미나코의 고백 (392쪽)


"다들 엄마가 돌보지 않게 된 아기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나한테 응석만 부리던 그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을 텐데. 언제나 나만 기를 쓰고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정말로 혼자구나 생각했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_ 가지이 미나코의 고백 (394쪽)


시노이씨 말처럼 누군가와 함께하는 호흡이 중요하다.

리카, 레이코, 시노이씨처럼 주위의 인연들을 제대로 마주 보고 대할 수 있는 여유와 당당함, 배려가 중요하다.

<꼬마 삼보 이야기>의 호랑이, 삼보, 아버지처럼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 아버지가 가져온 버터가 과연 호랑이들이 녹아서 생긴 버터일까? 아버지도 삼보도 모를 일이다. 그 책을 읽은 우리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일 수도 있다.

가지이 미나코를 이해한 리카는 그녀를 초대한다.

"단지 많은 사람이 비난하는 여자아이를 혼자 응원할 용기가 없을 뿐인 거야." _ 마코토에게 리카가 430쪽

리카는 이제 자신의 적정량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 분명하다.

"금식이 면제되는 사람은 여행자, 환자, 임산부, 어린이, 생리 중인 여성, 의지력이 약한 사람, 그리고 실수로 금식을 어긴 사람."

괜찮다.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 모든 일에 다 해당하는 얘기다.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게 더 중요하다. 자신의 적정량을 받아들이자.


책을 읽으면서 어떤 요리일지 상상하게 되고 입맛을 다시게 되는 활자의 맛 향연을 제대로 즐긴 기분이다.

활자로도 이렇게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니 놀라운 책이다. <버터>

"시럽을 듬뿍 머금은 작고 단단한 파이는 어금니가 찌릿할 정도로 달아서 평소 쓰지 않는 뇌의 부위에 꿀 색깔의 빛이 내리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_ 터키의 라마단 체험행사 중 리카 553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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