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영부 - 큰 변화는 서툰 발차기부터 미래그래픽노블 14
조니 크리스마스 지음, 지민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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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영부/ 조니 크리스마스 지음/ 밝은미래

[우리는 수영부] 조니 크리스마스 작가는 그래픽 노블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는 사춘기인 주인공 브리가 아빠의 직장 때문에 먼 곳으로 이사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아빠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나비 효과'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점이 인상적이다.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주인공 '브리'는 그 미지와 불확실성에 관해 부정적인 감정과 기대감을 오가는, 현실에 있음 직한 중학생으로 매력 넘치게 그려진다. 아빠를 실망시키기 싫어하는 브리가 '아빠'가 그려온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자 하는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머리로는 알지만, 받아들이기 힘겨운 아니 염려와 걱정 때문에 힘껏 응원해 주기 어려운 부모인 나는 또다시 깨우쳤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스스로 닦아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빠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부를 위한 동아리가 아니라 수영부 활동에 재미를 느끼면서 빠져드는 브리를 지켜보면서 덩달아 흥분되었다. 물을 무서워하던 작은 소녀가 수영을 배우고 주변의 비웃음을 이겨내면서 누구보다 먼저 결승점을 터치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은 가슴 벅찬 희열을 선사하였다. 



[우리는 수영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브리가 브루클린에서 플로리다로 이사 와 사귄 첫 번째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클라라를 비롯하여 닻이라 불리는 필리파, 경쟁 학교 수영부에서 퇴출당해 전학 온 케이샤까지 개성 강한 부원들과 한 팀으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수영' 하나로 뭉치게 된 수영 시스터즈, 진심으로 팀을 이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팀원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사정들은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에니스 브리지타 중학교 수영부원들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한 팀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선배이자 코치인 에타 아주머니 덕분에 깨닫게 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어.

- 에타 아주머니




에니스 브리지타 중학교 수영부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제자리에 넣어 퍼즐을 완성해나간다. 브리와 브리 아빠의 관계, 브리와 수영부원들과의 관계, 에타 아주머니와 수영 시스터즈와의 관계  모두 서로에게 진심을 내비치면서 제자리를 찾아갔다. 
고대 아프리카에서부터 전해내려왔지만 잠들어 있는 수영기술 관련 이야기, 에타 아주머니와 수영부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지난 이야기처럼 흑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 브리 아빠의 트라우마?…… 조니 크리스마스 작가의 스토리텔링은 절묘하여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다. 



모든 게 잘될 거예요.

- 브리



브리의 말이 일으킨 물결이 온몸에 부딪쳤다. 따스하고  평온한 기분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수영부] 큰 변화는 서툰 발차기부터




브리가 에타 아주머니에게 수영을 배우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서 다시 떠오르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되었다. 두려움에 발버둥 치던 브리가 자신을 믿고 배운 대로 발차기를 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의 짜릿함을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이룰 수 있는 성취와 영광 또한 말이다. 

수많은 브리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연대와 우정과 열정으로 당당하게 성취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건넨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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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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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신동호 지음/ 한겨레출판




신동호 시인이 들려주는 대통령의 독서 목록은 개인의 독서가 나라의 독서가 되어 국정 철학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잘 드러내준다. 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로 보고, 미래를 그려나가 꿈꾸는 세상을 세우기 위한 방향을 차근차근 잡아간다. 책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믿고, 사람을 사랑하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계획해나간다. 그 평화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믿음과 희망으로 꿋꿋이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에 울컥하였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책과 비전에 한없이 착잡해지면서도 다시금 희망하게 되었다. 괴테의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라는 문장처럼 반칙과 특권 없는, 증오와 편가르기 없는, 책임과 의무에 눈 감지 않는, 평화와 화합의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의 평범한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진실을 짚어준다.














총 20장의 주제를 담은 <대통령의 독서>는 대통령이 읽은 책들이 어떻게 정책과 국정 철학에 녹아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장마다 첨부된 연설문과 기고문을 통해 지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품었던 생각과 철학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각자도생'을 뼈저리게 실감한 오늘날, '함께 잘 사는 나라', '생산적 복지'를 구상하고 추진하고자 애쓰는 지난 행보에 다시금 봄을 향해 손을  힘껏 내밀고 싶어졌다. 불안을 잠재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는 오늘날, 국가와 사회가 국민을 저버리지 않고 걱정해 주고 있다는 안도감이 절실하다.  








'비과학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과학이 변화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본질적 도구라고 말한다.(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과 희망> 중) 국정 운영과 관련된 일이라면 여러 의견을 모아 설득해야 하는 합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가 모두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의 지혜와 행동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어제를 <대통령의 독서>로 돌아보았다.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도서들이 등장하는 만큼, 마지막에 정리된 [참고문헌]이 큰 도움이 된다. 대통령을 뽑는 국민으로서 우리는 스스로 책임지는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유를 이 책이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 9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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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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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콘


솔직히 스탠리 투치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라고 생각했지 음식에 이렇게 조예가 깊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에세이집 [테이스트]를 통해 만난 그는 정체성의 한 기둥을 오롯이 '음식'에 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가 들려주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과 함께 성장해온 이민 2세대의 인생 이야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직 읽는 내내 온갖 음식의 향연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점이 괴로울 뿐이다. 






음식을 통해 삶의 공간을 완성시키고 확장해나가는 스탠리 투치의 가족 이야기는 잊혀가는 우리네 옛 모습을 상기시켰다. 단순히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고 단단히 엮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따뜻한 정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도시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음식'도 외부화되어가는 추세다. 그래서 스탠리 가족이 가족 전통의 레시피를 배워 요리하여 대를 이어가는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듯 가족들이 모여 부모의 … 부모의 레시피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 응축된 맛과 사랑을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행운을 스탠리 투치는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화법으로 위트 있게 전하고 있다. 







그가 요리책을 쓰고 음식 영화부터 음식 다큐멘터리 시리즈까지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옆집 가서 이웃들은 뭐 먹는지 보고 올래?"라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키고 준비된 음식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스탠리 투치의 어머님의 기지와 현명함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워킹맘이면서도 환상적인 요리를 식사 때마다 만든 어머님이 계셨기에 '요리'라는 현실적이고 훌륭한 예술에 심취한 스탠리 투치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맙게도 지금 우리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예술로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랑 이야기도 음식과 관련지어 맛깔나게, 진하게, 매콤하게, 달콤하게 전하고 있다.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첫 번째 부인인 케이트와 그녀 가족과 보낸 추억 속 음식 이야기는 끈끈한 가족애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부인인 펠리시티와의 음식 중심의 로맨스는 그에게 또다시 찾아온 영혼의 단짝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음식을 추앙하는 부부라니~ 

스탠리 투치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직업에 대한 감정을 능가하여 버렸다고 한다. 그의 연기와 연출을 생각하면 부디 지금처럼 '요리와 연기'라는 두 예술 세계를 조합하여 맛있고 즐거운 예술을 창조해나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충족시켜주는 바가 크니 그 즐거움이 계속되길 염원한다. 




각국의 영화 촬영장 케이터링 이야기와 삶의 주된 배경인 미국-영국-이탈리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 관련 추억들과 사람 이야기는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기쁨이자 전율이다. 음식을 통해 한 개인을 이해하고 그 지역을 둘러보고 더 나아가 한 나라를 조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한 시대 혹은 전통을 책임지고 있던 식당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폐업하고, 개인적으로는 암 치료로 식욕을 잃어버렸던 암흑기가 지나갔다. 그 시간들은 스탠리 투치를 각성하게 했다. 음식은 그를 살게 할 뿐 아니라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투치 가문의 레시피들이 다수 수록되어 욕구를 자극한다. 마침 라자냐를 만들려고 샐러리를 사둔 나로서는 투치 라구 소스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도전해 보고픈 요리들이 있다. '팀파노'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책 속 내용처럼 위험한 음식인 듯싶다.




'어린 시절의 가장 멋진 부분은, 우리 가족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었는지'라는 스탠리 투치의 회고처럼 사랑과 서사를 품은 음식은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담을 수 있다. 그가 음식으로 전한 삶은 참으로 특별했다. 음식 특유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따뜻하고 유쾌한 에세이 [테이스트], 맛난 시간을 채워나가고픈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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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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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문학동네





괴테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말씀하시는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 나이 들수록 더 새로워지는 사람은 괴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늘 호기심에 가득 찬 동시에, 정말 대단한 꾸준함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괴테를 연구하고, 괴테의 책을 번역하고, 괴테 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전영애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 속 영상이 글로 출간되었습니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괴테와 함께 한 시간과 개인사가 녹아있는 이 책은 먹먹한 감동으로 스며듭니다. 나이 듦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상에서 어른으로서의 여유와 배려 그리고 열정이 엿보입니다.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갈증이 큰 요즘, 책 속 구절 하나하나 마음을 다독여주는 평온함에 위안을 얻습니다. 이 세상이 기우뚱거리더라도,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이들의 손과 발이 다시 균형을 맞춰가리라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괴테의 철학을 기반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다정한 수업이 계속됩니다. 살아있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고 쭉 가보기를 권하는 괴테 할머니, 꾸준히 가다 보면 그 길 끝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한, 나다운 나를 만날 것이라고 합니다. 묵묵히, 계속, 다만 바른길로 걸어갈 것을 당부합니다. 








괴테가 60년 동안 집필한 <파우스트>가 남긴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영애 교수님이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을 통해 실천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이죠.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를 슬로건으로 사람을 귀히 여기는, 진정 풍요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괴테의 정원집처럼 자연과 함께 괴테 마을을 조성해가는데 힘쓰고 있는 전영애 교수님은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인생의 문제는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괴테가 정면 대결을 통해 훌쩍 커가는 사람이었듯 말이죠. 








[괴테 전집]을 모두 번역하기 위해 하늘에서 거기까지는 좀봐주시면 좋겠다는 문장에서 괴테 할머니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이 궁금해집니다. 괴테의 철학과 전영애 교수님의 철학이 꽃피운 그 공동체에서 따뜻함을 얻을 날을 그려봅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에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괴테 할머니의 삶이 지금 휘청거리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알려줍니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삶에 다정한 이웃들이 주변에 모여드니, 그 작은 세계가 곳곳에서 꽃피우면 어느새 우리나라 전체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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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네오픽션 ON시리즈 30
배기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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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배기정/ 자음과모음/ 네오픽션30




'최애'라는 표현이 몇 년 새 익숙해졌다. 최애, 차애, 홈마, 사생… 다양한 팬덤 문화가 아이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전국에 트로트 열풍이 휘몰아쳤다. '트로트'라는 장르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었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안정적인 경제력을 기반으로 열정과 활력을 깨우는 '트로트 열풍'을 이제는 오늘날 문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소설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는 트로트 가수 '지세준'과 홈마 '연희정'이 어떤 사건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일방적이었던 관계가 조금씩 변하면서 극의 성격은 확 달라지게 된다. 최애를 향한 팬의 덕질 이야기에 개개인의 얼룩진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니 기묘한 분위기가 탄생했다. 



인물별로 화자가 전환되면서 동일 사건을 되짚어나가는 구성이 이야기의 맛과 긴장을 고조시킨다. 중요한 것을 지키거나 얻기 위해 지세준의 입장에서, 연희정의 시선에서, 민성연의 상황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라진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최애를 위해서라면 폭력, 살인도 불사하는 연희정 아니 정연희의 덕질은, 사랑은 기이하다. 







유사 연애라 표현되는 지세준의 팬 관리는 또 어떠한가. 지독한 팬심이 없어서인가 가수와 팬의 관계가 묘하게 다가왔다. 팬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기억해 주는 최애라니, 흥미로웠다. 배기정 작가가 선보이는 덕질 비즈니스의 세계는 십 대 아이돌이 아니라 30대 가수와 40대 팬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좋았다. 주제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지세준과 정연희 둘 다 부모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덕질, 유사연애에 유연하게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최애에 대한 사랑, 그 하나를 위해 맹목적으로 내달리는 정연희의 폭주가 그녀의 가족사를 알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배신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녀의 인생에 '지세준'은 태양같이 빛나는 존재였다. 한순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쳤나 보다. 





"누나는 미친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누나, 이거 칭찬 아니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되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
사랑하는 일이야."




배기정 작가는 덕질 비즈니스와 온갖 범죄·사건을 버무려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 소설의 탄생 비화를 알고 나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과연 다음 이야기는 무얼까?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상황을 사랑으로 단칼에 잘라내버린, 무섭고도 미친 누나 연희정, 정연희가 한동안 계속 떠오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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