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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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콘


솔직히 스탠리 투치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라고 생각했지 음식에 이렇게 조예가 깊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에세이집 [테이스트]를 통해 만난 그는 정체성의 한 기둥을 오롯이 '음식'에 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가 들려주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과 함께 성장해온 이민 2세대의 인생 이야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직 읽는 내내 온갖 음식의 향연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점이 괴로울 뿐이다. 






음식을 통해 삶의 공간을 완성시키고 확장해나가는 스탠리 투치의 가족 이야기는 잊혀가는 우리네 옛 모습을 상기시켰다. 단순히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고 단단히 엮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따뜻한 정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도시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음식'도 외부화되어가는 추세다. 그래서 스탠리 가족이 가족 전통의 레시피를 배워 요리하여 대를 이어가는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듯 가족들이 모여 부모의 … 부모의 레시피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 응축된 맛과 사랑을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행운을 스탠리 투치는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화법으로 위트 있게 전하고 있다. 







그가 요리책을 쓰고 음식 영화부터 음식 다큐멘터리 시리즈까지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옆집 가서 이웃들은 뭐 먹는지 보고 올래?"라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키고 준비된 음식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스탠리 투치의 어머님의 기지와 현명함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워킹맘이면서도 환상적인 요리를 식사 때마다 만든 어머님이 계셨기에 '요리'라는 현실적이고 훌륭한 예술에 심취한 스탠리 투치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맙게도 지금 우리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예술로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랑 이야기도 음식과 관련지어 맛깔나게, 진하게, 매콤하게, 달콤하게 전하고 있다.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첫 번째 부인인 케이트와 그녀 가족과 보낸 추억 속 음식 이야기는 끈끈한 가족애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부인인 펠리시티와의 음식 중심의 로맨스는 그에게 또다시 찾아온 영혼의 단짝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음식을 추앙하는 부부라니~ 

스탠리 투치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직업에 대한 감정을 능가하여 버렸다고 한다. 그의 연기와 연출을 생각하면 부디 지금처럼 '요리와 연기'라는 두 예술 세계를 조합하여 맛있고 즐거운 예술을 창조해나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충족시켜주는 바가 크니 그 즐거움이 계속되길 염원한다. 




각국의 영화 촬영장 케이터링 이야기와 삶의 주된 배경인 미국-영국-이탈리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 관련 추억들과 사람 이야기는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기쁨이자 전율이다. 음식을 통해 한 개인을 이해하고 그 지역을 둘러보고 더 나아가 한 나라를 조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한 시대 혹은 전통을 책임지고 있던 식당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폐업하고, 개인적으로는 암 치료로 식욕을 잃어버렸던 암흑기가 지나갔다. 그 시간들은 스탠리 투치를 각성하게 했다. 음식은 그를 살게 할 뿐 아니라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투치 가문의 레시피들이 다수 수록되어 욕구를 자극한다. 마침 라자냐를 만들려고 샐러리를 사둔 나로서는 투치 라구 소스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도전해 보고픈 요리들이 있다. '팀파노'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책 속 내용처럼 위험한 음식인 듯싶다.




'어린 시절의 가장 멋진 부분은, 우리 가족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었는지'라는 스탠리 투치의 회고처럼 사랑과 서사를 품은 음식은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담을 수 있다. 그가 음식으로 전한 삶은 참으로 특별했다. 음식 특유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따뜻하고 유쾌한 에세이 [테이스트], 맛난 시간을 채워나가고픈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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