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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한 내일 ㅣ 트리플 24
정은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평점 :
안녕한 내일/ 정은우 지음/ 트리플24/ 자음과모음
<안녕한 내일>은 트리플 시리즈 24번째 작품으로, 저자는 정은우 작가이다. 2019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진작가이다.
책표지에는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거리를 등장인물일 사람(은선, 한수, 수아)들이 걸어가고 있다. 주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시선을 바닥에, 핸드폰에 고정한 채 빠르게 걷는 그들을 고양이 민디가 지켜보고 있다. 읽기 전에는 서로 관계없는 타인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다른 길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은 후에는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발을 내디디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녕한 내일>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 이를 위해 분투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트리플은 단편 3편과 에세이 1편으로 구성된다. 단편 3편의 제목이 [민디, 한스, 수우]다. 다소 어색한 어감이다 생각했다. 역시나!!!
[민지, 한수, 수아]를 독일인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거였다. 독일 생활에서 겪게 되는 낯섦, 혐오, 폭력 그리고 친절하지만 배타적인 태도 등 타국에서 새로운 출발 혹은 도망을 갈망했던 이들이 마주한 불안한 현실은 제대로 불러지지 못하는 '이름'(존재)에서부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고칠 수 없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그들이었지만, 실제 그들이 견디는 감정은 다 비슷한 듯싶었다.
독일로 떠난 은선과 수산나, 한수와 은혜, 수아 그리고 그들을 그려낸 작가 정은우 또한 독일로 떠나고자 하였다. '독일'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없었다. 그냥 한국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마음, 그 결단과 용기가 중요했으리라.
베를린은 이민자가 많은 도시였다.
모두와 다른 대신 모두가 다른 편이 나았다.
이해받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_ [민디] 9쪽 중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독일에서의 미래도 녹록지 않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이 배경이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차별이 확산되어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 세 단편을 아우르는 소재인 한인 음대 유학생의 폭행 사건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과 3,4년 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암흑 같았던 코로나 팬데믹이 다시금 재생되며 숨 막히는 두려움을 실감하였다. 정체 모르는 전염병에 쓰러져가는 수많은 목숨들을 보면서 느꼈던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가 고향에서 가족과 지인들과 이겨내던 고통의 시간들을 주인공들은 오롯이 그들만의 견고한 성 안에서 견뎌내야 했다.
정은우 작가는 핵심 갈등이나 사건들을 뚜렷하게 서술하지 않았다. 그래서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읽어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야 했다. 그 작업이 그들이 왜 떠나와야만 했는지, 왜 웃고 있는지, 왜 싸움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지, 왜 모르는 척하는지를 마주하게 해주었다.
인간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완전한 회복이란 환상이고 기만에 불과했다.
폭력이 약탈한 건 …… 전부였다. ……
용서를 바라지 않는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_ [한스] 82쪽 중
알고 있으면 잃어버려도 언젠가 되찾을 수 있으니까. _ [수우] 132쪽 중
독일에서 새로운 내일을 위해 떠나온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서면,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래서 각자가 최선이라 생각하는 삶의 태도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은선은 싸우고자 하였고, 한수는 그저 웃음으로 무난하게 넘기고자 하였고, 수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했다. 저마다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며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고양이의 가출, 미하엘의 감기, 숙자의 춤 등 일상을 흔드는 변화를 경험하며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불안을 딛고 한 발짝 내밀고자 애쓰고 있다.
그들이 짊어진 내일에 대한 불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알기에 그들이 선택한 오늘이 부디 안녕한 내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안녕한 내일'을 읊조려본다.
"누가 우리의 미래를 헛말로라도
보장해 줬으면 좋겠어……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