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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ㅣ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버블/ 조은오 지음/ 창비/소설Y
안전하다. 하지만 외롭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적이 없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함께 하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을 순수하게 믿고 곁을 내어주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 우리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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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은 '갈등이 존재한다는' 외곽과 '통제되어 안전하다는' 중앙으로 분리된 세상이 배경이다. 공동체의 통제하에 철저히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야만 했던 중앙의 제2인류 '나'는 '타인을 마주하고자' 감은 눈을 뜨고 버블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용기 있는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 소중하고 귀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블의 07 = 온영은 사람이 두려우면서도 궁금하다. 그리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갈등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서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하거나,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감게 하는 등의 공동체 규칙을 다른 사람들은 잘 적응한다는 공동체의 말에 갇혀 지냈다. '자신이 비정상'이라 생각한 '나'가 '자신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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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얼굴을 쳐다본다.
이 행동이 지니는 의미를 이토록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 있었나 싶다. 말이 숨기고 있는 의미를 타인의 얼굴을, 눈을 응시하는 것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눈을 뜨고 타인을 똑바로 마주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진실하겠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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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관계를 차단당한 채 각자의 버블 안에서 살기를 강요당한 중앙의 사람들. 그들이 서로의 버블 안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하는 분투기는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온기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신뢰가 눈빛으로, 손으로, 포옹으로 퍼져나가 온몸을 휘몰아치며 이어져나가는 광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안녕, 내 이름은 이온영이야."
숫자로 불렸던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믿게 되거나 신뢰의 증표로 이름을 밝히는데 뜨거운 무언가가 왈칵 솟구쳐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온전히 믿는다. 믿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존재하지만 불리지 않는 이름을 밝힌다. 그리고 기다린다. 상대방이 반응하기까지 얼마나 초조할까 싶지만, 버블의 인물들은 서로의 버블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그 용기는 삶을 크게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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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영)'는 한결을 믿고 중앙의 안전한 삶을 버리고 중앙의 지원을 받고 갈등이 존재한다고 배운 외곽으로 나가고자 선택했다. 전혀 모르는 타인인 한결의 말에, 눈에, 얼굴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던 '나'는 허락되지 않은 제한구역에 들어가 보았고,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한번 선택을 하고 진실을 깨달았으나 발각되고 만다. 하지만, 버블을 깨고 서로에게 다가서 손을 붙잡은 그들은 상상 이외의 해결책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두려웠지만 용기 내 서로를 믿은 그들은 이제 외롭지 않다.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대화하고 요리를 하는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완벽한 세계'를 깨고 나서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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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버블>은 온영 - 선호 - 채원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온영 - 한결의 그 감정(사랑이라 생각한다)을 기반으로 마지막까지 놀라움을 선사한다. 단단하게 다져진 그들의 관계가 일으킬 파장이 기대된다. 버블을 깨는 방법을 아는 그들은 이제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성장한 그들이 마음을 따르는 선택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소설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온영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내 버블에 들어와 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갇혀있었을 거야.
네가 버블에서 나올 준비가 되면,
이번에는 내가 밖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