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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친애하는 슐츠 씨/ 박상현 지음/ 어크로스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찰스 슐츠는 우리에게 <스누피>로 익숙한 <피너츠>를 그린 만화가이다. 책 제목 <친애하는 슐츠 씨>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일화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래된 편견과 그를 넘어서고자 한,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박상현 저자는 '당연'이 아닌 '왜 그런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어느새 인류의 오래된 습관으로 자리 잡은 편견을 바꾸는 이들의 행보를 전하고 있다. 일상에서 편견을 맞닥뜨린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따르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부터 시작되었다.
오래된 습관으로 자리 잡은 편견을 부수기 위한 사람들의 결단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에게 편하고 익숙한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큰 차별이고 편견이자 폭력일 수 있겠다는 자각에 흠칫 놀랐다. 이런 개개인의 깨달음이 모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키고 행동의 방향을 좀더 나은 세상을 향하게 할 것이다.
<친애하는 슐츠 씨>가 던진 흥미로운 화두로 감았던 눈을 뜨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 펼쳐졌다. 가제본으로 책의 모든 내용을 살펴볼 수 없었지만, 인류의 오래된 습관들 중 '개인적 습관'을 넘어 '사회적 관습'으로,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박상현 저자는 흡연, 의복 내 주머니, 참정권, 보스턴 마라톤 등 시대와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차별의 현장을 증거와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가 날카롭게 지적한 지점을 마주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개인적 습관이 사회적 관습이 되면 다양한 이권이 개입하게 되고, 이를 철저히 감싸고 보호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소나기에는 온몸이 금방 젖지만 이슬비에는 젖는 걸 잘 모르는 것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지는 편견과 차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합의와 공동체 참여가 편견을 옹호하고 있다면 더더욱 힘겨울 것이다.
차별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에 사회가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연대의 움직임이 꿈틀 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흑인 인권 신장에 힘쓴 마틴 루서 킹이나 장애인 인권을 부르짖은 주디 휴먼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쉽지 않다.
박상현 저자는 슐츠 씨와 아니 브릭스 씨의 사례를 들어 사회 변화에 동의하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 아주 상식적인 결정이라 말한다. 아주 오래되고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깨닫고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
친애하는 슐츠 씨가 해리엇 글릭먼 씨의 부탁에 귀 기울여 흑인 아이 '프랭클린 암스트롱' 캐릭터를 그린 것처럼,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 씨가 요청한 여성 스포츠 재단 이사 자리를 기쁘게 수락하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엄청 열심히, 경쟁적으로 하는 여자아이들' 캐릭터(특히 페퍼민트 패티)를 그린 것처럼,
기이한 이유로 여성의 등록 자체를 금지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캐서린 스위처가 첫 공식 여성 완주자가 될 수 있도록 변칙 참가를 도운 브릭스 코치처럼.
변화는 동참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더 빠를 것이기에 <친애하는 슐츠 씨>를 통해 이 시대의 슐츠 씨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오래된 습관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경청하고 수용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무지에서, 외면에서 비롯된 습관에서 벗어나는 선택의 손을 내밀고 있다. 주저 말고 덥석 손을 잡아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