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이은경 그림, 김정하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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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북스그라운드




스페인에서 찾아온 밝고 따뜻한 어린이 소설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2023년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인 이 책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첫 만남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준 터라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왕년의 스타 성악가 카실도. 한순간에 추락한 그에게 꿈같은 일자리 제의가 들어온다. 노래 수업을 제안받은 그는 부푼 마음을 안고 갔건만……. 월세가 밀려 거리에 나앉게 생긴 카실도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레슨을 하게 된다. 음치 거북이들은 노래 경연 대회에서 1등을 바라며, 열심히 연습한다. 카실도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친절한 원더풀 거북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저희는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께서 저희를 가르쳐 주신다면 

1등을 놓칠 수가 없지요."

- 레논 부인이 카실도에게





카실도는 정상의 자리에서 갑자기 추락한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지인들과의 왕래도 끊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살아가던 그의 눈에 비친 원더풀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으리라.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해하며 친절하고 자신만만한 거북이들과 지금의 자신이 대비되어 더 괴로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카실도는 순전히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기에 진실되고 존경 어린 마음과 친절로 대하는 원더풀이 부담스러웠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작가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진심이 담긴 '배려와 친절'의 마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축되었던 카실도를 밝고 활기찬 원더풀 합창단원들이 문을 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레논 부인, 백쉰두 살인 다윈 부인, 쌍둥이 빔바와 밤비, 티나 그리고 산드리타. 제각각 다른 매력 포인트로 우리의 시선을 휘어잡는 거북이 캐릭터들의 종횡무진은 친숙하고 소소하지만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다정한 관심과 친절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른 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애쓰는, 성숙한 레논 부인과 원더풀 단원들 덕분에 카실도는 자신 스스로 키워온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다시 정상에 우뚝 서게 된다. 카실도와 거북이들의 우정은 서로를 한층 더 빛내고 성장하게 만들어주었다. 




"용기를 내, 산드리타. 네가 두려운 것도 당연해. 

누구나 때때로 두려움을 느끼지. 

하지만 두려움에 굴복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돼."

- 카실도가 산드리타에게








친구를 사귀지 않고, 우정을 믿지 않았던 편협했던 카실도가 거북이들과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고 과정을 즐기는 행복을 깨우쳐가는 시간은 독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게 가르쳐 주신 것 중 최고는

'거북이 되기'였습니다.

이제야 알았어요. 중요한 건 과정을 즐기는

일이라는걸요."

- 카실도가 거북이들에게





1등, 최고, 정상이라는 결과나 타이틀보다 수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자장가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울림에 공명하여 온몸이 충만해진다.

우리가 자주 깜박깜박하지만, 삶을 채우고 일으켜 세우는 것은 위대하고 거창한 게 아니라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그 순간들임을 일깨워 주는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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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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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김창석 지음/ 한겨레출판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들을 집대성하다.

저널리즘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김창석 저자는 시종일관 명확하고 깔끔한 어조로 글쓰기의 세계를 이끈다.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좋은 글쓰기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방법과 각자의 내공과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 자기만의 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믿음을 심어준다. 그날을 위해 '고통과 번민으로 점철될 그 여정을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와 함께.

머리글에서 언급한 내용을 머리에 담고 읽기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언론 고시'가 아닌 언론사 '입사 시험'으로 부르면 될 일이라는 저자는 지식 노동자의 기본적인 자세를 잘 제시하고 있다. 권력자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판단 ·선별 ·재가공하여 대중에게 제공해야 한다. 평생 써먹을 지적 능력을 기르는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1장.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

2장. 논술, 설득하는 글쓰기

3장. 작문, 뇌를 깨우는 글쓰기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당선작을 첨부하여 글쓰기 방법론에 적절한 사례까지 더한 효과적인 활용서이다.




기자, PD,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방향과 방법을 전하는 책인 만큼 한겨레신문사 취재 기자로 일한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있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제시한 글쓰기 공부가 인상적이다.

선입견, 편견 등 잘못되거나 불필요한 글쓰기 습관을 꼭 집어서 알려준다.

논설은 설득을 위한 글쓰기로, 기본적인 표현력ㆍ구성력과 논증법과 논제 정리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흔히들 취하는 3단ㆍ4단 구성은 잊고, 글 전체의 통일성과 완결성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고심하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단에 관한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논증이 중요하다. 열한 가지가 넘는 원칙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평가 기준을 파악하면 바람직한 논술을 쓰는 데 더 용이하다. 김창석 저자는 논제의 정확한 이해와 함께 평가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긴 세월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이미 검증된 핵심 내용들을 알기 쉬운 문체로 정리해 주니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는 쉽지만, 좋은 글쓰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좋은 글 한편이 탄생하기까지의 인고를 알기에 새삼 감복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언론사가 작문 전형을 보는 이유는 '창의력'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언론은 인간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이해가 폭넓고 깊어야 좋은 언론인이 될 수 있다. 글은 그 사람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작문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폭을, 창의력을 알아보고자 함이다.

좋은 작문은 통찰력과 감동력 그리고 주목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허용하는 작문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언론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담았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무엇을 {…} 어떻게 (?) [쓸] 것인가

예비 언론인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실용적인 도서이다.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당선작을 접하는 일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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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 이지북 어린이
이철환 지음 / 이지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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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 이철환 글 ·그림/ 이지북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자 화가 이철환의 촘촘한 손끝에서 

가슴 찡한 그림책 《등대와 엄마고양이》가 탄생하였다.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바다 위 배를 지켜주는 환한 등대처럼 

험한 세상에서 아기고양이들을 지켜주는 

엄마고양이의 절절한 사랑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촘촘한 점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콕콕 박히면서 

어느새 이야기와 그림은 우리네 마음 가득 차오른다. 



이철환 저자가 

초등학교 시절 바닷가에서 만난 고양이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읽으니 더더욱 마음이 아렸다. 

핑크색의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하는 모습이 

계속 어른거리는 《등대와 엄마고양이》다. 











길지 않은 글과 보고 싶으면 빠져드는 부드러운 질감의 그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주제 또한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가슴 뭉클한 모성이라 음미하며 공명할 수 있다. 







바다와 등대 그리고 배, 바닷가 마을과 고양이들 그리고 사람. 

친절하고 베푸는 마음이 등불처럼 길이 되어주는 듯하지만, 

강한 파도와 어둠에 고깃배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엄마고양이도 다른 고양이와 인간의 위협에서 

홀로 아기고양이들을 지켜내고자 애쓴다. 

그 마음이 세상의 빛에 따라 변하는 고양이들의 몸빛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우리를 물들인다. 



편안한 색감과 질감의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속 물결이 잔잔해지고 평온해진다. 

가슴 저릿한 사연과 충만한 그림으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그림책 《등대와 엄마고양이》를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을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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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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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전수경 지음/ 창비



"많은 경우 우린 스스로 구원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에 빚지며 살아가야 하죠."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 평행 우주 이론을 바탕으로 상실과 그리움, 치유와 위로를 담담히 그려내었던 전수경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전수경 작가는 SF 장르로 상처와 고통을 공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 담백한 어조로 다정하게  내미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만다. 이번에도 딸 희진과 엄마 미영이 각자 짊어진 상처를, 희진의 친구 윤아를 침잠시키는 우울증을 다중 우주와 연결시킨 흥미로운 접근으로 마주 보게 한다. SF 장르로 과학적 호기심을 배경으로 하면서 인간 내면의 상처와 골을 살피는 따뜻한 전개는 우리네 감각을 깨우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움츠렸던 몸을 펴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너는 오직 여기에만 있어. 

이 세계에만 존재해. 내가 여기에 돌아오는 이유야. 

이 세계는 나에게 가혹하고 매정했지만,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떠날 수가 없어. 

네가 여기 있으니까. 

희진아, 너는 엄마에게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세계야."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고등학교 1학년 '제갈희진'에 공감하며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를 읽어 내려갔다. 희진의 엄마인 미혼모 '제갈미영'에 관한 서사는 세세하지 않았고, 현재의 모습이 부각되었기에 같은 엄마이기에 그녀를 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린 희진의 속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안전한 공간인 텔레비전 앞에 자신을 가둬버린 미영을 말이다. "그래도…… 네가 똑똑해서 다행이야." 희진이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슬펐다. 희진을 바라보는 엄마 미영이 안타까웠다. 서로에게 분명 소중한 존재이건만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모녀가 답답하고 가슴 아렸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우매한 일인가. 희진이는 엄마를 잘 안다고, 윤아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진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일부였을 뿐이고, 희진이의 관점으로 본 그들이었을 뿐이다. '절대'라는 말을 싫어하는 윤아처럼 절대로 확신할 수 있는 것 없으니까. 

우리 세계에서 희진이가 평소와 다른 윤아의 문자 메시지를 그냥 넘기지 않아서, 다른 세계에서 누군가 이동 중 사이 틈에 갇힌 엄마를 구조해서 윤아를, 엄마를 구할 수 있었다. 스스로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했던 희진은 비로소 깨닫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 빚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엄마가 자신을 떠나버릴까 봐 걱정한 희진이의 불안과 두려움에 공감하는 반면, 현 세계를 떠나고 싶을 만큼 두렵고 무섭지만 자신이 선택한 세계인 희진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옹골찬 미영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자신이 잘 살피지 못해 친구 윤아를 떠나보냈다는 자책감에 다른 세계의 윤아를 만나기 위해 이동까지 감행한 소민의 용기에 감동받았다. 그렇게 절실하고 진실한 마음들이 쌓여 타인을 구원하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닐까. 



미영의 말처럼 다중 우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족, 친구, 학교, 학원, SNS 등 다양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세계일지라도 세계가 확장되면 중요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아무도 타인에게 세계를 침범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함께 하며 소중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니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덕분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의 세계를 좀 더 넓혀가는 내일을 그릴 수 있었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은 지금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에게 수많은 세계를 품고 있는 '나'라는 우주를 발견할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전수경표 소설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다른 세계가 우리에게 값진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나 제도, 관습 등이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거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다양하고 유연한 변화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를 이 가을에 다들 만나봤으면 좋겠다.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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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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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산문/ 한겨레출판





웃다가, 입맛 다시다가, 어느새 술상을 차리게 만드는 책, 바로 권여선 작가의 <술꾼들의 모국어>다. 2018년 출간되었던 <오늘 뭐 먹지?> 작품을 2024년 개정하여 출간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권여선 작가가 이토록 '술과 안주'에 심취한 분이었던가? 고개를 갸웃하며 읽기 시작했다. 역시 먹는 것을 좋아하는 1인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해 먹어봐야겠다. 맛있겠는걸. 저런 수고 끝에 맛있는 음식이 아니 안주가 탄생하는 거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피식거리다가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 책, 예사롭지 않다. 




목젖이 바르르 떨려온다.(67쪽)

단식이 짧은 죽음이라면,

단식 후에 먹는 죽과 젓갈은 단연코 부활의 음식이다.(69쪽)

공부와 음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118쪽)







간지에 권여선 작가가 손글씨로 가득 남긴 편지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본인이 엄선한 안주 메뉴판을 건네고, 안주를 성심껏 고르고 한 잔 같이 기울이기를 청한다. 마음이 혹해 얼른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절에 걸맞은 안주들을 면밀히 살펴본다. 



익숙한 음식 아니 안주들도 그의 표현으로 만나니 특별식처럼 느껴진다. 안주와 얽힌 이야기 덕분에 더 풍성해진다. 김밥, 만두, 순대 같은 친근한 음식들이 추억 속 인물들을 소환하여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삼시 세끼 다른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글을 쓰는 작가를 상상하게도 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저자가 추천해 주는 여름 안주들은 특색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여 청양고추만 엄청 썰어 넣은 고추전을 부쳐 먹는지라 매운 음식들 레시피들이 더 눈에 띄었다. '깜장'과 '고추장물'이다. '가슴속 깊숙이 구수하고 복잡하고 그리운 불이 난다'라는 감각적인 표현에 지나간 여름을 다시 뒷걸음질 치게 만들까? 싶었다. 








'목에서 손이 나온다'라는 표현이 재밌었다. 음식에 진심인 마음과 그만큼 맛에 민감하여 정성을 쏟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술과 안주 그리고 사람이 함께 하는 그 공간과 시간에 이야기가 쌓여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우리 독자들에게 들려준 또 다른 이야기의 재료가 되어주었다. 


음식에 정성을 다하시는 저자의 어머니 덕분에 새로운 음식들을 접했다. 사투리인지 구수한 어감으로 불리는 음식들은 괜스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까죽', '까막고기' 음식에 담긴 저자의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친정 엄마의 손맛 담긴 음식들을, 추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음식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배는 허기지고 혀는 친구 식도와 인사할 순간만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머리는 새로 입력된 음식들과 잊혔던 과거의 음식들을 재배치하느라 분주하다. 

"술을 좀 줄이자. 죽을 때까지 먹게."가 '인생의 한 마디'라 밝힌 진정한 술꾼 권여선 작가의 사계절 안주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넉넉하고 만족스러웠다. 



권여선 작가님, 술 한잔하실래요?

안주는 냄비국수 어떠세요? 이제 가을이잖아요.



첫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여, 그 혀를 소중히 여기소서.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행복으로 아는, 그 맛을 지키는데 목숨을 거는 권여선 작가의 다음 주류문학 작품을 기다린다. 일단 아쉬움은 단편소설 《자전거, 캔맥주 그리고 곰》으로 풀어본다. 캬~ 목은 시원한 맥주를 넘기고, 손가락은 책장을 넘긴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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