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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평점 :


이야기는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 바다를 항해하는 사르담호에서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배의 선원들과 귀족들, 그리고 죄수와 승객이 주요 인물들이다. (정확히는 승객 아렌트 헤이즈와 귀족 사라 웨셀, 크리지 옌스 그리고 죄수 새뮤얼 핍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왜 냐고?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이 그들이니까. )
현재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말하는 바타비아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향하는 승객들은 저마다의 계획과 꿈이 있다. 그 중, 총독 얀 하얀은 아내 사라 웨셀과 딸 리아 얀을 배에 태우고 승선한다. 사라는 남편을 따라 배에 오르지 않으려 하나, 억압적인 남편에 의해 억지로 배에 오른다. 얀하얀은 죄수 새미 핍스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조카 아렌트 헤이즈(사실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헤이즈의 할아버지와 얀 하얀은 오래도록 친했던 사이였다.)
장장 8개월에 걸리는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여정에서 한 문둥병 환자가 부두에서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사르담호의 화물은 죄악이며, 그 배에 승선하는 자들은 모두 무자비한 파멸에 이를 것이다" 라는 말을 하며, 불길에 휩싸인다. 그런데 그는 혀가 짤린 상태였고, 다리 또한 한 쪽이 없었다. 그는 말을 할 수도, 높은 곳에 올라갈 수도 없었다. 이를 부두에서 지켜본 승객(탐정 새뮤얼과 아렌트, 사라와 리아)는 각자의 방식으로 추리를 해나간다. 새뮤얼은 본능적으로 그의 손가락을 확인하고, 그는 목수일 것이라 추측한다. 사르담호에서 일했던 목수, 새미는 정확히 누가 우리를 위협하는 지를 알아내려 한다. 말도 안되는 협박을 하는 누군가,
새미(새뮤얼) 핍스는 바타비아의 총독(얀 하얀)에게서 총애를 받았었지만, 누군가의 음해로 인해 곧 처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새미 핍스는 절친인 아렌트 헤이즈와 화약고에 불을 붙여, 배를 침몰시킬지 모르는 누군가를 막아야 한다. 총독을 보호하는 야코비 드레히트에게서 화약고에 불을 붙이면 배는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화약고를 찾는다.
바타비아의 총독 얀 하얀의 아내 사라 웨셀은 귀족답지 않은 착한 성품의 소유자지만, 배의 부두 위에서 문둥병자의 주인이 이 배를 어떻게 공격하려고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자신과 딸을 지키기 위해서 불에 온몸이 타들어간 저주의 말을 했던 목수가 했던 말의 근원지를 찾으려 한다. 배의 객실에 선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핑계로 목수를 불렀고, 어린 소년 목수(앙리)가 찾아온다. 앙리에게서 보세(절름발이로 분신해 죽은 목수의 이름)에 대해 발설하면, 선원들을 지휘하는 갑판장이 가만두지 않을거라고 대답한다. 갑판장의 이름은 요하네스 와이크였다.
얀 하얀은 조카 아렌트에게 새미 핍스를 믿지말라고 한다. 실제 얀과 아렌트는 혈연관계가 아니다. 아렌트의 할아버지와 얀리 서로 좋은 친구였고, 얀은 아렌트를 애정어린 표시로 "조카"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아렌트 출신 가문의 비밀은 얀과 아렌트만의 비밀이다. 그런데 얀의 시종장이자 참모인 코넬리우즈 보즈 또한 새미를 믿지않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아렌트는 5년간 함께해온 새뮤얼을 믿는다.
보즈가 안내한 화약고에는 활처럼 허리가 구부러지고, 한쪽 팔이 없는 노인이 오물에 젖은 바지를 입고 화약고를 지키고 있었다. 그 화약고 중앙에는 포세이돈이 보관된(포세이돈은 부품을 조립하면 별과 달 태양의 고리로 둘러싼 지구본이 되었고, 톱니바퀴가 돌며 움직이는 물건이다. 신사 17인회가 가장 뛰어난 탐정을 보내서 되찾아 오도록 할 만큼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다.) 화물 상자가 부주의하게 취급당해 있었다. 늙은 문지기는 아렌트의 질문에 문둥병자는 이 배에 없으며, 화약고에 출입할 수 있는 이는 본인을 포함해 일등 항해사, 크로웰스 선장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 배를 침몰시켜도 깡통과 빵이 사방에 있어서 불이 배를 잠재우기 전에 미리 손을 쓸 수 있을 거라고도 말했다.
page.132
"그렇다면, 사르담호를 침몰시키는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소?"
"저라면, 선장을 제거하려고 하겠습니다요."
"크로웰스 선장을?"
"크로웰스 선장은 이 배에서 가장 훌륭한 선원이지요. 탐욕스러운 레이니어 반 슈텐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있습니다요, 커다란 배에 화물을 싣고, 암스테르담에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크로웰스 선장이 꼭 필요하지요. 이배의 선원들은 질이 안 좋지만, 그들 모두가 크로웰스 선장을 존경하지요. 그들은 투덜거리고, 음모를 꾸밀테지만,절대 선장에게 반항하지 않을 겁니다요. 선장은 사납지만, 부하들을 공정하게 다루고, 선장이 있어야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짐승같은 선원들도 머리를 숙이고, 통제를 받아들이는 겁니다요."
"선장이 죽으면 어떻게 되겠소?"
"난쟁이는..." 문지기가 경멸하듯 말했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겁니다요. 선장이 죽으면, 이 배는 불타버릴 겁니다요. 두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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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 작품[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을 읽었던 터라 2월에 출간한 [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에 기대를 많이 했다. 전 작이 일곱 번의 삶을 사는 내용이라면, [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은 배 안에서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악의 존재를 묘사하고 있다. 왕좌의 게임 혹은 대서사시의 느낌을 주는 1600년 대 배경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작가 스튜어트 터튼의 작품은 세세한 배경 묘사가 놀랍도록 생생하며, 인물의 특징과 함께 연결되는 관련 인물까지 어색하지 않다. 따라서 그의 필력은 섬세한 반면에 방대한 느낌까지 주는 데,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과 중반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반면, 마지막을 향해가는 엔딩의 느낌이 다소 산만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많은 이야기를 끌고 가려고 하니, 마지막에는 그 내용을 다 풀기가 벅차보인다고 할까..
하지만, 이야기가 화려하고 때론 웅장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만족도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엔딩이 "악의 마음을 선택하는 인간이야 말로 악, 그 자체이다."라는 나름의 진리(?)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악의 본성은 감춰져 있을 뿐, 억압되는 환경에서 발현된다. 등장인물 중 야코비 드레히트가 그렇다. 스튜어트 터튼은 배 안에서 "올드 톰"이라는 악마를 소환해낸다. 그 악의 배경에서 아렌트 헤이즈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새로운 인물이 반전을 불러온다. 선원들, 귀족, 죄수와 승객의 등장 인물만으로도 전 작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배경을 바꾼 글을 쓰는 것이 어디 쉬운가. 일단 완독한 나의 평점은 9점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지만, 그의 전 작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의 일곱 번과 [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의 여덟 번을 읽고 나니, 다음 작품은 아홉 번이 그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은게, 숫자로 이어지는 느낌이라 스튜어트 터튼의 2년 후의 작품은 어떤 이름이 될까 무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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