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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민한 장의 발견
나이토 유지 지음, 오시연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5년 9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의 장은 단순히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탱하는 거대한 생태계라는 사실을 이 책 《나의 예민한 장의 발견》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장내 세균이 어떻게 신체 전반의 균형을 좌우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겪는 변비, 설사, 과민대장증후군 같은 증상이 사실은 전신질환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장내 세균은 대체로 산소가 있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균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그리고 부티르산]은 우리 몸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부티르산은 장 상피세포의 에너지원이자 뮤신 분비를 촉진해 외부 침입을 막아내며,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대변 냄새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몸을 지켜내는 조용한 조력자다.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장–뇌 축’이다. 뇌가 미주신경을 통해 장내 면역 반응을 조율한다는 점은 이제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파킨슨병과의 관련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환자들이 손떨림이나 근육 강직 같은 전형적인 신경 증상을 보이기 10년 전부터 변비를 반복적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미주신경을 절단하면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가 늦어진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는 장내 세균이 병의 발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단순히 뇌질환으로 여겨졌던 파킨슨병의 출발점이 사실은 장일 수 있다는 관점은 독자의 사고를 크게 흔들어 놓는다.

변비가 단순한 생활 불편으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비가 오래 지속되면 장내 독소와 암모니아 농도가 높아지는데, 치매 환자의 대변에서 이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아가 변비는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결국 장의 건강을 관리하는 일은 장수와 직결된 문제이자, 뇌와 전신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책은 또한 특정 균주의 역할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신생아 시절 풍부했던 비피두스균은 성장과 함께 줄어들지만, 요구르트를 통한 보충이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임상 결과가 소개된다. 서구에서 주목받는 아커만시아균은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일본인에서는 드물게 발견된다는 점도 문화와 식습관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습관을 갖느냐가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바꾸며, 이는 다시 건강 전반에 되돌아온다는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5장에서 다루는 장유형과 장나이 분석은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연구에 활용된 장내세균 유전체 데이터가 세 나라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인의 장내 세균 특성이 배제되었다는 점은 독자로서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 역시 발효식품 문화가 풍부하고 독자적인 식습관을 가진 만큼, 그 결과가 반영되었다면 책의 설득력은 더 커졌을 것이다.
《나의 예민한 장의 발견》은 장을 단순히 소화기관으로 바라보던 시각을 넘어, 뇌와 면역, 대사질환, 노화, 심지어 치매와 파킨슨까지 연결되는 복잡한 교차로로 제시한다. 읽다 보면 장 건강을 지키는 일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일이고, 변비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이 대장암과 신경질환을 막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장은 ‘제2의 뇌’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이 책은 과학적 근거와 생생한 사례로 풀어내고 있다.

P. 20 산소없이는 살수없는 인간과는 달리 장내 세균은 대부분 산소가 있으면 살수없다.
p. 23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무너지면 장염이나 과민대장증후군은 물론 비만이나 당뇨같은 전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43 부티르산은 은행 특유의 냄새원인이 되는 성분으로 대변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부티르산의 영행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단쇄지방산[아세트산,부티르산,프로피온산]
아커만시아균->일본인에게는 드물게 존재하는 균으로 아커만시아균은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신생의 장에는 비피두스균이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성장하면서 그 비율이 점차 감소한다.
p. 97분변이식은 타인의 장 내 세균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으로 유익균뿐만 아니라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균까지 함께 전달될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p. 107일본인 위암 환자의 99%가 헬리코박터균과 연관이 있다.
p. 119 부티르산은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하고, 장 안쪽에 존재하는 장관 상피세포의 에너지원이 되어 점액질의 뮤신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이물질의 침입을 막고, 장의 연동운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p. 147 실제로 장내세균이 없는 무균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p.150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구조 "뇌장상관" 또는 "장뇌축"이라 한다. 실제로는 뇌가 미주신경을 통해 조절 T세포가 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어한다는 점도 밝혀졌다.
p. 152 비티두스균이 함유된 요구르트는 경도인지장애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이 의학저널에 게재되어 화제가 되었다.
p. 159 장과 파킨슨 병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있었다. 파킨슨병 발병 전에 장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수술로 미주신경을 절단하면 병의 진행속도가 완화된다. 이 과정에 장내 세균이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가 점차 밝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