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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죽음 -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봄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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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에 대해 쓴 책은 무수히 많지만, 죽음과 관련된 책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을 볼 때, 저자가 쓴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다. 탄생에 대한 신비를 이야기하고, 모계에서 연결되는 아이들의 성격, 삶의 시작을 알리는 책들은 긍정적인 평가만큼 관련 서적도 많은데, 죽음에 대한 책은 대부분 살인,범죄 등의 자극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오하고 어두운 삶의 끝을 애기하는 책을 선호하지 않는데, 자신의 상태가 죽음과 가까운 질병에 놓여있거나,혹은 가족,지인들이 내 곁을 떠나 급속도의 상실감과 우울을 경험했을 때, 서점에서 보이는 죽음에 대한 주제는 더 가까워 지기 마련이다.
낯선 죽음에 대해 논하고, 정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병원의 호스피스, 간병, 시설과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다.질병에 관한 유기체의 죽음, 간과 폐, 심장이 재역할을 다하고 서서히 움직임을 다함으로써 맞게 되는 임종 과정에는 실제로 죽어가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임종을 맞게 되는 주치의 모두에게 상처가 되며, 심적 스트레스로 다가옴은 물론이다.
가족 중 한명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이를 가족들에게 숨기기 보다는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그리스어로 좋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안락사에 대한 각 나라의 안락사법의 생물학적,종교적 접근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중병환자들에게 투여하는 모르핀의 복용량(통증치료의 약물), 호흡곤란,신경정신병적 증상(섬망증세),완화적 진정요법(일시적인 상태호전효과), 심리적동행(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 간호),애도동행(사망한 사람의 유가족에게 꾸준히 방문하는것), 명상(치명적인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영양과수분공급의정도(사망에 가까운 환자들에게는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이유) 등등의 죽음과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하는 수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사람들과 그들과 가까운 모든 이들에게는 낯설고 낯선 죽음에 대해 전문가가 작성한 책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죽음을 앞두고 생을 다하기 전 마지막으로 쓰는 유언이나, 죽기전에 보살핌(임종하기 전의 대비책)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 통계를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page 44.
"어떤 자식이냐"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 따르면 청중 가운데 여성들은 어렴풋이 감을 잡고 옳게 대답한다. 딸이라는 것이다! 이건 결코 사소한 차이가 아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딸이 집에서 부모를 보살 필 확률은 아들보다 4배나 높다. 심지어 세간의 통념과 달리 며느리가 돌볼 가능성도 아들보다 더 높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임종 대비책으로 딸을 최소한 하나, 아니 되도록 여럿을 낳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건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아들만 낳은 사람이라면 며느리를 고를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하고, 결혼 뒤에는 평소에 며느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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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통계(평균적인 부분)가 그렇다고 발표하고 있으니 이부분 또한 참고할 만하다.
한국과 같은 연령 분포도를 보이는 독일의 경우,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있다. 이제는 인구 피라미드가 아니라, 인구 항아리라고 부르는 연령 분포표를 봤을 때, 나이가 어린 인구보다 50대 이상의 연령대가 두 배 이상 많아짐으로써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에 나의 곁에 있어줄 사람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위와 같은 성별에서 보이듯, 참고해야 하는 부분들을 미리 알아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으며, 마지막의 마무리를 옮바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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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처럼 통계를 확인해 예를 들기도 하고, 의학적인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독일의 완화의학을 의과대학 학생들의 의사 면허 취득 과목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저자는, 2009년 여름 상원의원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완화병동에서 간병 영역에서, 의사들이 시한부 환자들을 대할때의 이해관계에서 이 완화의학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직면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은 의사들의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데. 의사가 대화과정에서 얼마나 공감의 인상을 주었는지 쌀쌀맞게 굴었는지, 아니면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있는지,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느낌은 몇 십 년이 지나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실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내원 환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위계에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다고 자신하며, 환자들의 질문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높은 의학적 지식 만큼을 넘어서는 친절도와 배려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발행된 마야 뒤센베리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통해서도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극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갑과 을에 대한 한없는 사회적 불평등을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가 공감하게 만들게 한다. 완화의료계의 부정적인 측면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나 내면을가르치는 공부나 연구자료를 확인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음과 동시에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수 있게 해야한다. ( 임종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물어보면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소망을 애기한다. 통증으로 부터의 자유와 보호받는 느낌이다.- page56)
그리고 완화의학은 사전연명치료를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선택의 기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효한 부분이다. 그리고, 의사와 간병인만 회진을 도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심리학자, 심지어 성직자도 회진을 돈다는 사실은 유럽의 완화 병동의 특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죽음, 질병, 정신적 슬픔과 우울 등등 죽음을 생각해봤던 사람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사회적인 시스템에 진중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것이다. 완화의학 중에서도 가장 집중하고 있는 호스피스와 안락사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기 때문에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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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7. 죽음 직전의 호흡 곤란 증세, 즉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일명 "죽음의 딸랑이" 현상이다. 이 증상은 환자의 목구멍에 약간의 분비물이나 타액이 고여서 발생한다. 죽음 직전에는 근육이 이완되어 재채기로 목에 걸린 것을 힘차게 뱉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소음은 가끔 매우 커서 가족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page 113. 심각한 애도 과정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자식의 죽음, 갑작스런 죽음,짧은 시간에 연이어 일어난 죽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죽음.이 있다. "
"page 148. 임종 국면에 처한 치매환자나 의식불명 환자일 경우, 개선 징후가 없거나 환자의 뚜렷한 이사표시에 근거해 영양과 수분을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공급하지 않거나 아니면 중간에 공급을 중단하자 예외없이 평화롭게 죽어간 것이다. 게다가 영양과 수분의 인위적인 공급을 끊은 뒤로 환자의 고통상태가 뚜렷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간병 인력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