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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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설렘으로 밤잠 설치게 만들던 애니메이션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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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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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화를 상상한 소설. 일본 나오키 상과 서점대상을 석권한 첫 번째 작가인 미우라 시온의 소설.


깊은 숲 속, 계절의 색과 냄새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 것까지 숲의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어느 순간 코 끝으로 피톤치드가 몰려드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숲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변화는 경치뿐만 아니라 냄새와 소리에도 나타난다. 겨울 동안 딱딱하고 차갑게 들리던 시냇물 소리가 초목에 싹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갑자기 부드러운 졸졸졸 소리로 바뀐다. 물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아지고 달큼한 냄새를 풍긴다.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강바닥 모래에 투명한 송사리 떼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64쪽, 가무사리의 신령님


책의 중간 쯤, 세이치의 아이 산타가 없어진 장면에서 <이웃집 토토로>에서 천방지축 메이가 사라진 장면이 겹쳐져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나무를 타는 바람은 역시 토토로다.


미래 따위는 별 관심 없던 찐 도시 소년 유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타임 워프라도 한 듯 비자발적으로 인적 드문 산골 오지의 숲속 마을로 강제 송환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이 소설은 제목처럼 느긋한 나날이라기 보다 꽤나 버라이어티하게 한순간도 느긋하지 않은 마을의 일상이 펼쳐진다.


때론 느긋한 일상을 즐기기도 하지만 갑분싸해지는 마을의 신성한 의식이나, 벌채, 삼나무 롤러코스터 등 긴박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에 몰입도가 굉장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어랏! 자연 공부도 된다. 빼곡한 숲의 나무는 인간이 싸놓은 이산화탄소를 빨아 들이고 인간이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많은 산소를 쏟아 낸다고 알았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뿜어 낸다고는 상상도 안 해봤는데 나무는 평소엔 산소를 들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뿜는다. 광합성을 할 때만 우리가 알고 있듯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혹시 나만 무식한 걸까?


138쪽, 여름은 정열


"매미 소리가 마을을 둘러싼 산들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공기가 맑아서 햇살이 바로 살에 꽂히는 느낌이라 따가울 정도다. 뜨뜻미지근한 바람을 타고 풀숲의 열기가 집 안까지 들어온다. 벼에는 이삭이 패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옥수수는 줄기를 따라 서로 엇갈리듯이 달려 익어가고, 온 사방의 밭에 수박이 널려 있다. 한여름이다." 154쪽, 여름은 정열


한여름을 표현하는 이 멋진 말들이 읽는 내내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판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매미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햇살이 살에 바로 꽂히다니. 그 맑은 공기를 맡아 보고 싶다. 게다가 '가무사리의 여름 경치가 박력이 넘친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만들어 내는가 말이다. 신의 영역이 아닌가!


"논에서 무겁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가 서로에게 몸을 부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213쪽, 불타는 산


"한편으로는 뭔가 고요 했다.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도, 새소리도, 우리의 숨소리마저도 숲을 이루는 몇백 년의 나이테에 빨려 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247쪽, 불타는 산


출근 길,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다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히 조성된 가무사리 산을 생각한다. 환경을 위해, 나무가 산에서 건강하고 잘 자라기 위해 인간이 조림을 하는 곳.


제주도에도 인간이 십 수년 전 조성해 만든 그런 삼나무 숲이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와 생명력과 허파를 심하게 정화해 주는 찬 공기가 있다. 사진에 담으면 멋은 덤이다.


그런데 가무사리 산과는 달리 제주도는 키 큰 삼나무 때문에 토종 식물이 자라는데 방해가 된다 하여 갈아 엎는다는 뉴스였다. 이미 십 수년을 뿌리내리고 잘 자란 녀석들 역시 산의 일부가 됐을 텐데 손바닥 뒤집듯 이제 와서 그렇게 쉽게 갈아 엎는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본은 심고 우리는 갈아엎는다.


273쪽, 불타는 산


다 읽고 나서야 저자가 3개월 만에 쓴 글로 등단하고, 나오키 상, 서점대상, 오다사쿠노스케 상, 시마세 연애문학상, 가와이하야오 이야기 상,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했다는 걸 알았다. 한데 이 정도 상을 휩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고 긴장감 넘치고 판타스틱하다. 가능하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음 작품이길 기대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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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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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긴장감 넘치고 판타스틱하다. 가능하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음 작품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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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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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부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진리가 빼곡히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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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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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앞둔 마당이라 그런지 제목이 무시무시했다. 또 한편으로는 빛내서 집 사라고, 창업하라고 부추기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민낯이기도 해서 마음이 쓰이는 제목이었다. 얼핏 퇴사하려니까 두려운 마음이 겹쳐진 걸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망하지 않는 사장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문장에 한참 머뭇댔다. 나는 무얼 하려는 걸까.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 용감무쌍하게 프랜차이즈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폭망한 저자의 생생 후기 같은 책이다. '성공은 실패를 피한 후에 온다'라는 저자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한때는 대박의 꿈을 품고 2001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집을 날려 본 내게는 참 비수 같은 책이다.


주인공 수호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겪은 경험치고는 술술 읽혀서 미안할 지경이다. 부모님의 흥망을 지켜보며 창업이 답이라는 결론으로 시작한 반찬가게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창업 준비과정부터 프랜차이즈 회사의 악랄한 꼼수에 당하고, 직원들에 치이고 세금 폭탄에 흔들리는 가정사까지 적나라하게 다 담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다 와닿는 건 아니라서, 수호의 허영 끼랄까 허세작렬이랄까 얇아도 너무 얇은 그런 팔랑귀 같은 감정선이 지속돼서 확실히 피로도가 있다. 사실 엉겁결에 프랜차이즈 계약을 시작으로 매도 컨설팅 업체에 속는 걸보면서 당장 책 속으로 들어가 꼴밤 한대 쥐어박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래서 수호는 신중함이라곤 1도 없는 데다 전형적인 P가 아닐까 싶다.


88쪽, 나도 이제 사장님


나 역시 그때 그랬을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실무자로 8년을 일했다. 몇 년 동안 외국 작품의 재하청만 하다 보니 국내 창작물에 갈증이 심했다. 그동안 쌓은 경력과 인맥들도 엄지 척 해주며 일감은 걱정 말라고 바람을 넣었다. 창공에 떠있는 애드벌룬 마냥 한껏 부풀어서 스튜디오만 열면 대박이 날줄 알았다.


이휘재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아래로 힘껏 내리며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신혼집을 빼서 제작 스튜디오를 열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코가 그렇게 심하게 다칠 줄은 몰랐다. 딱 1년을 버티고 문을 닫았다. 벌써 20년이 다 된 일인데 아픈 건 여전하다. 수호와 나는 참 많이 닮았다.


이런 이런 책장이 넘어가면 갈수록 자영업, 그중에 요식업에 대한 노동강도의 어마어마함을 실감하게 된다. 여기에 수호의 딜레마까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부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이 골머리를 싸매는 것과 수호랑 같아서 공감의 농도가 훨씬 깊다.


"내 몸 아픈 것보다 하루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167쪽, 아파도 쉴 수 없는 사람


지인 부부 역시 새벽같이 가게로 나가 두부를 씻고 직접 두부로 만든다. 그러고 나면 그 두부로 요리하는데 늘 뼈를 갈아 넣는다고 한다. 그렇게 월 2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 그중에 3할은 병원비로 날린다고. 결국 골병든 지인 부부도 10년을 운영한 가게를 바닥 권리금만으로 내놓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순이익이 월 500만 원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연봉으로 치자면 6,000만 원 정도. 사실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닌 것도 같지만 알고 보면 사회복지사 입장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액수이기도 하다.


이 액수는 수호가 갈아 넣은 근면 성실함의 결실이라 생각하니 더 대단하기도 하고. 요즘 워라벨이니 욜로니 하며 당장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고 외치며 삶의 질을 위해 노동의 강도를 낮추려는 추세가 아닌가. 이런 시대라서 그의 피 같은 조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183쪽, 소 귀에 경 읽기


"참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실패해도 괜찮다. 우리는 아직 젊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 273쪽, 실패해도 괜찮아


정말일까? 정말 실패해도 괜찮고 젊으니까 망해도 경험이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나는 2001년에 딱 그 마음으로 창업을 했고 딱 1년 만에 접었다. 30대 초반이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란 막연한 희망은 턱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폐업 이후 하던 애니메이션을 하기 어려웠다. 취업도 쉽지 않았고 프리랜서로 한다고 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전혀 다른 업종으로 늦깎이 신입의 길로 새로 시작해야 했다. 이 시대는 실패에 전혀 관용적이지 않아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다리를 가진 사람만 설 수 있다. 함부로 도전을 외칠 일은 분명 아니다.


수호가 처음에 밝혔던 것처럼 실패는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선을 다해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난 후 하는 게 창업이다. 아파트 전세금 날리고 부모님 댁에서 얹혀살면서 아이들 키우고 사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고단하다. 나는 다시 독립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창업하고 얻은 거라고는 나는 사업할 체질이 아니라는 교훈이 다였다. 1억과 맞바꾼 것치고는 많이 아프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 나간다. 창업을 결정하면서 갖게 된 들뜬 마음부터 준비 과정과 운영의 여러 어려움 등을 잘 보여준다. 읽다 보면 막연히 창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작을 하려면 그만큼 다양하게 벌어질 변수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노파심 어린 충고가 깔렸다.


창업이 누군가에게는 부자로 가는 튼튼한 동아줄처럼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 누군가에게는 더 절박한 나락을 밀어 넣는 입구가 될지도 모른다. 부자나 성공이란 열차에 오르려는 욕망만으로는 열차에 오를 수 없음을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부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진리가 빼곡히 담긴 책이다. 예비 창업자라면 두들겨 봐야 할 돌다리처럼 꼭 필요한 책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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