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도른자들
테사 웨스트 지음, 박다솜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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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 않은 주제를 흥미롭게, 이직을 피하는 방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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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웹툰 만화시집 1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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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와 웹툰 작가 다홍의 콜라보로 엮어낸 감성 폭발 만화 시집이다. 시인은 '시와 만화가 어울린 첫 책'이라 했는데, 어쩌나 싶었다. 내 기억에 이미 만화 시집 <구체적 소년>이 있다. 풀꽃 시인은 아쉬움이 들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 작렬하는 책은 누가 뭐래도 이 책이 아닐까.


https://m.blog.naver.com/djanmode/221009400363


시 한 편을 두고두고 오래 바라보며 시상을 상상해 보는 게 지친 일상에서 소소하게 위로가 되었다,는 다홍의 말이 그동안 시를 부러 찾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던 시간에서 알게 된 것은 아무리 많은 독서를 했어도 지친 일상이 그만큼의 위로를 받지 못했던 이유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가 소중한 이유를 깨닫는다.




어쩌면 이렇게 상상해 낼 수 있을까. 엎어진 아이 옆에 같이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하늘을 보고 예쁨을 보고 상상을 보게 하는, 시인의 시에 다홍의 따뜻한 위로가 올려져 코끝 찡하게 울컥해졌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25쪽, 풀꽃3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69쪽, 혼자서


꽃이 된 건지는, 외로운 건지는 모르겠으나 늘 아내 손에서 보호 받던 시간이 순식간에 홀로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되고 나니 이 시구가 마음을 사정없이 뒤 흔들었다. 그러다 외로워졌다.


74쪽, 다시 중학생에게

127쪽,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시인이 아이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와 시선이 비단 아이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자꾸 자꾸 늙어 가는 내게도 온다. 그래서 많이 살고파졌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어쩌면 추운 가을, 이 책 한 권이면 호빵도 붕어빵 없이도 견뎌낼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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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진심 - 언어의 마음을 알려주는 40가지 심리학
최정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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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가, 작가 및 강연가로 살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 글에서 갸우뚱했다. 15년 간 직장인이었다가 지금은 신나는 직업인으로 살고 있다니. 두 사이 간극이 '신나는'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다.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가 뭐길래 인생이 신날까? 나는 직장인이라 죽을 맛인가? 그 차이가 뭘까. 단순히 마음가짐이지, 라고 한다면 시작부터 말장난이 심하다.


"누군가 자주 하는 말, 즐겨 쓰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8쪽, 프롤로그


내가 쓰는 말이 나를 드러내는 창구가 될 수 있다니 무섭기도 하다. 아니, 어느 정도 그렇다니 말뽄새라는 말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화에 욕지거리를 자주 쓰는 데, 참 거시기한 인간으로 낙점이 뻔하겠군.


<사후 결정 부조화, post-decision dissonance)>를 읽다가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을 생각한다.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를 넘어 그런 선택 후에 결과에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헤어진 전 여친이 알콩달콩 잘 사는 걸 보거나, 드럽고 치사해서 때려치운 회사가 잘 나갈 때, 조언이랍시고 해준 말과 다른 선택을 한 친구가 잘 풀리는 걸 볼 때 질투 같은 감정이 묻어나기도 해서 당황했던 순간들이 이것 때문이었구나, 선명해졌다.


현존하거나 이미 세상을 등진 학자들은 다 모셔온 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말에 대한 심리를 풀어 놓는다.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을 토대로 저자의 해설 붙여 흥미롭다. 어딜 봐도, 어디에 있어도 게다가 눈알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위의 기대에 무조건 부응하기보다 자신의 현실에 맞춰 적절히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보만 찾거나 그런 방식으로만 정보를 해석하고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열심히 노력 하되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심리적 충격과 실의, 절망감, 패배감에 빠질 수 있다."47쪽, 05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에 자기 성찰이 수반되지 않으면 되레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조언을 눈여겨 보게 본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부응할 만한 기대를 받았던가, 생각해 보니 씁쓸해진다. 반면 네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녹음기를 돌리는 것처럼 반복해서 듣던 엄마의 말을 곱씹게 된다. 설마 나한테 기대를 했던가? 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산 건가? 쓰다 보니 되게 슬픈 이야기다.


출근해서 주고받는 인사가 '사회적 거절'로 인식되는 순간 자존감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설명에 좀 놀랐다. 늘 새벽 출근해서 책을 보다가 출근하는 동료의 인사를 받는데 종종 책에 빠져 있다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기도 해서 어쩌면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이후 태도의 변화가 없는 걸로 봐서 그 동료의 자존감은 안녕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인사는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한다.


136쪽, 22 일단 부정부터 하는 사람의 심리


읽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뽄세에 내가 대입된다. 내가 그런 것 같은데 아니면 이건 난데? 하면서 억지로 같다 붙이는 느낌이랄까? 스스로 막 깎아 내리려고 안달 난 것처럼. 아니면 진짜 나는 그런 인간인데 아직 깨닫질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늘 반대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분명 나다.


그리고 나는 강의하는 데 있어 대면도 좋고 비대면도 상관없지만 상호작용이 잘 되는 대면을 선호하긴 하는데, 또 이상하게 전화 통화보다는 메신저나 이메일이 편하고 좋다. 이런 나는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사람일까? 사람들 틈에 있으면 빨려 나가는 기가 보일 지경인데 그게 사회적 불안도의 지표일 수 있다니 좀 심각해진다.


206쪽, 36 그거 부탁이야, 명령이야?


36번째 주제를 보면서 성격이 급한 것이 늘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에 대한 압박으로 말이 명령조가 되거나 말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시간 압박 이론'은 그렇게 일을 빨리빨리 해치우듯 일하는 유형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일을 순서대로 척척 해낸다고 한다. 반면 속도 조절 없이 밀어 붙이다보면 휴식 타이밍을 놓쳐 소진이 된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말과 관련된 40가지 유형의 심리적 태도를 다룬다. 적절한 사례와 그에 맞는 심리 해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서 슬기로운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덤으로 자신에게 입 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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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보다
이수배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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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날 준비를 하며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 글이 뭉클하다. 어쩌면 늦게나마 내가 십수 년 몸담은 복지현장과도 맞닿아 있을지도.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할많하않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다.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가의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독자도 충분히 그 바람을 공감할 테니 걱정 마시라, 전하고 싶다.


'시우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 묵직한 메시지가 역시나 길게 뻗어 내가 몸담은 복지현장으로 연결된다. 얼마 전, 어제 안부를 묻고 일용할 반찬을 가져다 드린 어르신을 오늘 영정 사진으로 만났다. 건조한 두 번의 조아림이 끝나고 어르신을 명단에서 지우는 일로 관계가 끝날 때 우린 헛헛할까 아니면 일이 줄어 편하다고 생각할까? 마음이 복잡해진다. 작가의 인간적인 고백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91쪽, 흥정


소설은, 아니 현장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시우 엄마와 브로커와 박윤기를 그려내는 작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어림 짐작을 한다. 거기에 나는 박윤기와 다른 부류인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시우가 죽었다에서 죽였나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죽을 만큼 힘들 시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박윤기처럼, 아이의 죽음을 쉽게 사무적인 '일'로 대체해버릴 수 있는 부류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까? 우리도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이라고 볼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그럴 수 있을까? 고구마 백만 스물한 개를 한꺼번에 쑤셔 넣은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189쪽, 실마리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이고, 복지현장에서 뭣이 중헌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속내가 절절히 담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부디 행복하기 위해 특수교사가 되었다던 소설 속 진환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행복한 퇴직으로 꿈이 마무리 되길 소망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작정하고 쏟아내는 자기반성이자 시스템에 갇혀 아이들의 행복이 사라진 학교와 보호자와 교사의 문제를 거침없이 또 가감 없이 쏟아낸다. 자전적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더 크게 요동쳤다.


소설의 제목이 욕망의 그늘에서 무지개를 보다로 되기까지 험난하고 지난한 일들을 통해 그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 희망적인 바람이 풍선에 바람이 가득 차는 것처럼 가슴을 부풀게 한다.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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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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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오랜 세월 함께 지내는 동안 어찌 딱 한점만으로 동반자의 인생을 퉁칠 수 있을까? 나는 하도 꿇어 무릎에 굳은살이 박혔거늘. 암튼 발칙한 제목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 소개를 읽다 어라? 인문학? 제주? 낯익은 이름에 뒤적여 보니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의 저자다. 나는 '말 그대로 간결하고 감칠맛 나고 재밌는 인문서'라고 서평했다. 믿고 읽어도 좋겠다.


https://blog.yes24.com/document/16641525


"인간이 새기는 무늬는 인문(人文)이다. 인간은 어디에 무늬를 새기는가?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제 존재를 새기고 떠난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인간이 세상에 남긴 흔적의 총량이 인문이다. 즉, 한 인간의 삶 전체가 인문이다." 8쪽, 프롤로그


캬, 역시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답다. 인문을 이렇게 철학적으로 표현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아내와 주고 받은 무늬 보고서라니. 오늘이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웬걸 올 들어 가장 훈훈해졌다. 당장 제주도로 가서 그를 알현하고 싶다.


그렇지. 사랑에는 수고가 따르고 끝까지 애써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새삼 그의 통찰에서 뼈 때리게 깨닫는다. 갱년기는 10년쯤 버티면 된다는 데 10년에 10년을 거듭하는 아내의 갱년기가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떠오르는 것인지.


25쪽, 4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그가 옮기니 확 와닿는다. 레알 공감한다. 결혼을 두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면 하는 게 낫지 않아? 라는 되도 않는 말로 진실을 가린 친구 A는 자신의 말에 현혹돼 그 후회의 열차 칸에 동승하겠다는 친구 B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마 A는 눈빛은 그랬어도 속은 너도 당해봐라, 라는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A는 결혼식장에서 환하게 웃는 B의 얼굴을 끝으로 한동안 B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도 입을 닫고 있던 나는 A와 공범인가? 아무튼 결혼을 떠올릴 때 후회라는 말이 자연스럽다면 이미 볼장 다 본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세금을 더 내고 마는 게 어떨지 스드메 전에 결단하시길.


"신은 때때로 자신이 빛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우리를 어둠 속에 두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단 하나의 질문에 집중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조차도 없앨 수 없는 어떤 의미가 내 인생에 있는가?" 31쪽, 5


84쪽, 18


제 여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우주 전체를 압축해 놓은 것보다 무겁고, 헌신과 책임을 무한 감내하겠다는 고백이라니. 이 남자, 제 정신인가 싶고, 이 세상 남편들의 욕받이도 감내하겠다는 의지인가 싶어 그냥 헛웃음이 났다. 그나저나 이 매력적인 하오체는 일상 언어일까? 참 귀에 착 붙는다.


들키면 할 수 없지만 최대한 아내 모르게 빨래를 하자, 라는 말은 분명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나와 같은 부류들이 들으면 심히 빡칠 말인데도 이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사노동도 사랑으로 변질 시켜버린 그의 능력에 감탄하며, 내 아내는 그런 마음이 아닌 듯하여 얼마간 심난하다. 청소기와 빨래는 내가 눈에 알짱거릴 때만 돌아간다.


"다른 사람의 깨달음이 내게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내게는 내 정답이 있다. 그 정답은 언제나 아내에게로 향한다." 122쪽, 29


그래서 그랬나 보다. 백날 남이 쓴 자기계발서를 읽어대도 나는 그들처럼 살지도 성공도 못하고 찌질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나였다는 것과, 정답은 내 아내였다는 걸 이제 깨달으니 슬픈데 기쁘다. 그나마 아주 조금은 그 정답에 가깝게 살아내는 거 같기도 해서. 요즘 아내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취소다. 이렇게 재치 있는 필력을 갖춘 인문학자를 제주도까지 가서 보고 싶던 마음이, 지구를 돌고 돌며 한껏 높여 놓은 입맛 수준을 다 버리고 바다 건너 촌집에 틀어박힌 초딩 입맛에 맞출 정도로 자기애 넘치는 그의 아내가 보고 싶은 것으로 바뀌었다. 둘 중 한 명만 알현이 허락된다면 단연코 우연히 선착순이 빨라져버린 B일 것이다.


"위대한 사랑은 위대한 사람이 하면 된다. 사소한 사랑으로 오늘 하루를 채울 수 있다면, 그 하루가 매일 매일 계속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172쪽, 41


180쪽, 43 수전 손택


누구보다 연민이란 감정에 날카롭게 반응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 해방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짝 비켜내고 무시할 정도의 날이 좀 무뎌진 정도랄까.


날벼락 같은 사고로 뜬금없이 20평생 살아온 몸이 완전 다른 동작 방식으로 재편 됐다. 일명 지체 장애라는, 아주 조금의 기능만으로 축소됐다. 그동안 힘들여 하지 않아도 수월 하던 것들이 죽을 힘을 다해도 수월해지지 않는 경험치가 상당히 오랜 시간 익숙해지지 않으니 그와 정비례하는 만큼 예민함도 치솟았다.


말하자면, 괜히 건드리면 성질머리 드러내며 지랄발광하는 수준이라 불알친구 아닌 이상 웬만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려되는 수준이었다. 이런 내게 손톱만큼의 관심을 드러내는 이성에겐 그의 미모와 지성은 따지지도 않고 동정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손톱을 뽑아버릴 기세로 덤볐다. 그런 내가 아내를 만나고 감사와 존경을 배웠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은 내가 써야 하는데 지적 수준이 그의 발바닥 높이 정도니, 그가 절절하게 담아 놓는 아내 공경에 숟가락을 담가 본다. 이 마음 부디 아내에게 스치기라도 하면 좋겠다.


209쪽, 50


아주 굵은 고딕체로 한눈에 들어오는 신사임당의 유언과 그 유언을 콧방귀로 날려내고 고작 10년의 생사를 연장한 남편의 이름에 빵 터졌다. 그리고 그의 결연한 다짐에 다시 한번 쿡 하게 된다.

오호라, 제목의 발칙한 그 딱 한 점의 부끄러움이 고작 초딩 입맛 대로 드시겠다는 거라니 다소 김빠지는 게 이상하지만 기분은 좀 그랬다. 고작 녹색간판 샌드위치가 뭐라고.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신과 날카롭게 만난다. 사랑은 신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91쪽


이 책은 인문학자가 쓴 사랑학개론이 아니고 무엇이랴. 재치가 범벅이지 않은 구절이 없다. 세포 하나 하나 건드리지 않는 감각이 없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B가 아내가 되기 전, 서울 깍쟁이 여인이던 때 그가 날린 고백 문자를 보지 못했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사랑을,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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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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