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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진심 - 언어의 마음을 알려주는 40가지 심리학
최정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심리상담가, 작가 및 강연가로 살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 글에서 갸우뚱했다. 15년 간 직장인이었다가 지금은 신나는 직업인으로 살고 있다니. 두 사이 간극이 '신나는'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다.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가 뭐길래 인생이 신날까? 나는 직장인이라 죽을 맛인가? 그 차이가 뭘까. 단순히 마음가짐이지, 라고 한다면 시작부터 말장난이 심하다.
"누군가 자주 하는 말, 즐겨 쓰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8쪽, 프롤로그
내가 쓰는 말이 나를 드러내는 창구가 될 수 있다니 무섭기도 하다. 아니, 어느 정도 그렇다니 말뽄새라는 말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화에 욕지거리를 자주 쓰는 데, 참 거시기한 인간으로 낙점이 뻔하겠군.
<사후 결정 부조화, post-decision dissonance)>를 읽다가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을 생각한다.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를 넘어 그런 선택 후에 결과에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헤어진 전 여친이 알콩달콩 잘 사는 걸 보거나, 드럽고 치사해서 때려치운 회사가 잘 나갈 때, 조언이랍시고 해준 말과 다른 선택을 한 친구가 잘 풀리는 걸 볼 때 질투 같은 감정이 묻어나기도 해서 당황했던 순간들이 이것 때문이었구나, 선명해졌다.
현존하거나 이미 세상을 등진 학자들은 다 모셔온 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말에 대한 심리를 풀어 놓는다.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을 토대로 저자의 해설 붙여 흥미롭다. 어딜 봐도, 어디에 있어도 게다가 눈알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위의 기대에 무조건 부응하기보다 자신의 현실에 맞춰 적절히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보만 찾거나 그런 방식으로만 정보를 해석하고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열심히 노력 하되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심리적 충격과 실의, 절망감, 패배감에 빠질 수 있다."47쪽, 05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에 자기 성찰이 수반되지 않으면 되레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조언을 눈여겨 보게 본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부응할 만한 기대를 받았던가, 생각해 보니 씁쓸해진다. 반면 네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녹음기를 돌리는 것처럼 반복해서 듣던 엄마의 말을 곱씹게 된다. 설마 나한테 기대를 했던가? 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산 건가? 쓰다 보니 되게 슬픈 이야기다.
출근해서 주고받는 인사가 '사회적 거절'로 인식되는 순간 자존감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설명에 좀 놀랐다. 늘 새벽 출근해서 책을 보다가 출근하는 동료의 인사를 받는데 종종 책에 빠져 있다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기도 해서 어쩌면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이후 태도의 변화가 없는 걸로 봐서 그 동료의 자존감은 안녕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인사는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한다.
136쪽, 22 일단 부정부터 하는 사람의 심리
읽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뽄세에 내가 대입된다. 내가 그런 것 같은데 아니면 이건 난데? 하면서 억지로 같다 붙이는 느낌이랄까? 스스로 막 깎아 내리려고 안달 난 것처럼. 아니면 진짜 나는 그런 인간인데 아직 깨닫질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늘 반대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분명 나다.
그리고 나는 강의하는 데 있어 대면도 좋고 비대면도 상관없지만 상호작용이 잘 되는 대면을 선호하긴 하는데, 또 이상하게 전화 통화보다는 메신저나 이메일이 편하고 좋다. 이런 나는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사람일까? 사람들 틈에 있으면 빨려 나가는 기가 보일 지경인데 그게 사회적 불안도의 지표일 수 있다니 좀 심각해진다.
206쪽, 36 그거 부탁이야, 명령이야?
36번째 주제를 보면서 성격이 급한 것이 늘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에 대한 압박으로 말이 명령조가 되거나 말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시간 압박 이론'은 그렇게 일을 빨리빨리 해치우듯 일하는 유형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일을 순서대로 척척 해낸다고 한다. 반면 속도 조절 없이 밀어 붙이다보면 휴식 타이밍을 놓쳐 소진이 된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말과 관련된 40가지 유형의 심리적 태도를 다룬다. 적절한 사례와 그에 맞는 심리 해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서 슬기로운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덤으로 자신에게 입 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