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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
서강범 지음 / 달다 / 2024년 1월
평점 :
저자는 영화감독, 영상번역가 그리고 이 소설을 쓴 작가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 이게 뭐지? 멸망을 기대한다고? 거기에 SF소설? 의아한 마음으로 첫페이지를 넘겼다.
음성언어형 바이러스? 인지 체계와 언어 중추에 복구할 수 없는 손상, 청각기관을 사용하지 않는 면역자로 구성된 단체.
특정 음성 패턴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인류에게 수천년동안 존재했던 개념을 인지 단계에서 한순간에 소거한단다.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사물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부르는 언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언어소통의 대혼란?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러한 반문명선언서로 이 책은 시작된다.
파주출판단지, 영상자료원 아르바이트, 명희, 이상한 자동차, 지각 아래 상부 맨틀 안에서 살아남은 인류, 뮬과 젠, 시간여행 기술의 발명, 관찰과 기록, 다큐멘터리 부처, 인공지능 피비, 지상 생태 파괴의 변곡점, 파인 눈깔, 탐사선 - 이상한 자동차, 명희의 죽음, 미래 세대와 과거 세대, 감사원 벡, 명희가 된 벡, 시간대 붕괴를 막기위한 인간들의 노력!
서로 다른 행성에 있는 브리타와 기억과 유전 정보를 공유하는 페어인 은의 편지! 쉘과 의식의 분리, 쉘을 갈아타는 의식, 윤회? 문제점을 알면서도 멸망을 향해 걸어들어가는 인류, 브리타와 은의 만남, 동기화, 페어끼리의 융합,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해탈?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무지에서 비롯된 욕망의 비극이지 않을까!
텔레마케터 '뉴트리션 서포터', ENF14 '대사 조절제', 기저귀, 영양제, 뇌 시상하부 교체 수술, 당위의 삶, 탕감!, 자신의 노력이 아닌 약과 과학이라는 손 쉬운 방법만을 찾는 게으름과 욕심이 빚어낸 비극...
교정 캠프, 사라진 두 교화생, 시뮬레이션 체험, 반차별 특례법, 정상성 회귀 도그마, 교정 시뮬레이션 오류, 시뮬레이션 과몰입 부작용, 정상주의자 아버지와 반차별 의식을 내재화한 교화된 어머니, 뇌전도 연결선, 생체포트, 임플란트 신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시뮬레이션 교정의 한계와 과학이 인간의 의식적인면에 접근했을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
우주비행사, 비행사 남편의 안위를 바라며 쳐다보는 비행운, 동생 모나의 죽음, 마거릿, 스즈키, 마녀의 숲, 테스트 거주자, 영화였던 삶, 트루먼 쇼?, 가짜 삶? 진짜 삶? 플라톤의 동굴 비유가 생각나는 이야기...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의식적 부분까지 접근하고 통제 당할 수 있다는 불안, 항상 인류는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욕심과 권위와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잘못된 길을 수정하지 못하고 파멸에 길로 걸어가곤 했다.
특히나 근대이후 아주 짧은 기간에 도래한 과학문명의 시대가 오히려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고 그러한 파멸의 위기에서도 진실을 파해치고 위기를 탈출하려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임으로 실날같은 희망을 암시하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갖어보며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