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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평점 :
멕시코 이주노동자의 딸이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의 사색, 불운, 성취, 좌절, 재탄생에 관해 기록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 4학년 독립하고 시작된 자유로운 생활, 질염으로 고생한 이야기, 수많은 남성과의 교제와 성관계, 유부남과의 교제와 집착...
가난한 맥시코인들의 가식적이지 않은 솔직한 감정표현과 배푸는 삶을 백인 부유층들의 가식적이고 온정적이지 않은 경향과 비교하며 유머에서 공감능력의 중요성과 이중성, 균열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 '니 데 아키, 니 데 알랴' '이쪽도 저쪽도 아니다', 정체성 혼란, 아웃사이더 등 저자 자신의 유머가 소외감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인종관련 농담을 좋아하고 이를 일종의 보상으로 생각하고, 변덕, 비열, 예민, 주의산만, 사나움, 게으름, 우울증 등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저자.
사나워지지 않고서야 이 백인우월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나? 이 말이 저자의 삶의 대부분을 설명해주는 저자 자신의 말이라 생각된다. 누구보다도 거친 말과 행동, 자유로운 삶, 거침없는 행동, 정곡을 찌르는 유머를 통한 불편함에 대한 토로 이 모든 것이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성차별에 대응하는 저자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면서도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무기로 오히려 다른 권리들을 억압하는 가식과 거짓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에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카톨릭의 신을 거부하고 과학적 인과율을 근거로 하는 불교를 접하게 된 동기와 불교에 심취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불교철학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애정과 연민으로 포용하고 그것이 인간 존재의 다양한 면 중 하나임을 인정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하고 자신이 불교를 통해 배우게 된 불교철학과 깨달음, 그리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친절해지는 등 무언가로 부터 휘둘렸던 삶에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와 세상이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저자가 항상 고뇌해왔던 균열, 경계선에 대한 문제들의 해소, 해방과 주체적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타인의 견해에 점점 신경쓰지 않게 되었고 주체적으로 여성성을 나타내는데 대한 거부감도 떨쳐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혼 후 포르투갈 여행 중 한 남성과의 만남, 외로움을 잊기 위한 많은 남성들과의 무분별한 성관계, 오르가즘과 무아지경, 양극성 장애, 임신, 낙태수술, 정신과 치료, 달리기, 자살충동 등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고 다행히 전기경련요법을 통해 회복되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한남자, 자신을 인정해 주는 남자, 그리고 사랑, 사랑하는 사람과 임신, 청혼, 결혼, 딸 출산,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차별의 약자의 입장에서 주체성을 지키며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의 위험성,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의 필요성과 가족의 소중함, 자녀를 출산해 키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저자의 거침없고 가식없는 솔직함에 경애가 표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