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체력 - 인생의 번아웃에 지지 않는 힘
심으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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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을 고르라면 단언컨대 필라테스일 것이다. 학원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고, 관련 용품들의 판매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나 역시 필라테스를 1년 동안 했었고, 주위에서 필라테스를 하는 친구들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내가 이렇게 핫한 필라테스를 관두고 요가만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과연 강사들의 실력을 믿을 수 있을까?"
늘어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무분별한 자격증 남발로 실력 없는 강사들이 늘어났기에 신뢰가 떨어져 버린 것이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필라테스 학원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작년 말,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을 비롯한 실내 체육 시설이 한동안 문을 닫게 되었다. 혼자서 운동을 해야 하나 방황하고 있던 찰나에 친구가 홈트 유튜브로 심으뜸의 채널인 〈힙으뜸〉을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몸매만 강조하는 채널이 아닌지 의심했지만 영상을 보고 따라 해본 뒤 내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자세한 설명, 난이도 별로 나눠져 있는 영상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오히려 학원에 다니며 운동할 때보다 더 열심히 홈트를 했었다. 그 이후로 버금이(심으뜸 유튜브 채널 구독자 명칭)가 되어 꾸준히 운동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 중이다.
이미 심으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그게 다산북스였을 줄이야! 기대에 부푼 마음을 가지고 책을 찬찬히 살펴봤다.

Part 1. 내가 운동에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부분에서는 심으뜸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들어있다. 심으뜸은 이십 대 초반에 미국에서 차 사고가 크게 나 무려 일 년이라는 시간을 재활 치료에만 집중했었다고 한다. 사고 후유증은 아직까지 이어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다친 부위가 아프다고 한다. 나름 팬이라고 자부했는데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봐서 이런 일이 있는 줄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는 운동의 목적은 무엇보다 ‘건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과 이십대의 차 사고가 자신만의 확고한 운동 철학을 가지게 만들었고, 솔직한 자기 고백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Part 2..매일 스쿼트로 내 몸이 깨어난다
다음 장에서는 운동, 특히 스쿼트에 대한 집중적인 얘기가 나온다. 지금의 100만 유튜버 심으뜸을 만든 건 ‘스쿼트’와 관련한 영상이었던 만큼 그에게 스쿼트가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고많은 운동 중에서 스쿼트일까?
또한 스쿼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운동인데다가 돈도 시간도 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얘기한다. 하지만 스쿼트를 실제로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단지 앉았다 일어나는 간단한 동작임에도 10개, 20개를 반복하다 보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본인에게 맞는 시간을 찾아 단 한 개부터라도 스쿼트를 하는 습관을 들이자고 얘기한다.

Part 3.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체력의 힘
3장은 운동에 관한 좀 더 관념적인 이야기다. 심으뜸은 운동 유튜버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얘기할 때 그래도 몸 건강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얘기로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지면 결국 마음이 무너진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고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심으뜸이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강한 정신력은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왜,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체력은 나를 지키는 무기가 된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 역시 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수면이 부족하고 일에 치고,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고 도무지 미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을 겪으며, 체력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 모두 중요한 건 알겠다. 하지만 심으뜸의 남다른 하이 텐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그는 본인의 텐션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분명히 있다고 밝힌다. 그는 감정의 적정선을 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살피며,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는다고 말한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Part 4. 으뜸체력을 완성하는 7가지 법칙
1-3장이 이론적인 내용이었다면, 여기부터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온다. 4장에서 심으뜸은 으뜸체력을 완성하는 7가지 법칙을 전한다.
별로 어려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본인의 경험담을 담아 진솔하게 써 내려갔기에 굉장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Part 5. 걸을 수만 있다면 당신도 ‘스쿼트’ 할 수 있다
2장에서 스쿼트의 중요성을 그렇게 자세히 설명한 만큼 실제로 스쿼트 하는 방법을 빠뜨릴 수 없다. 여기서는 스쿼트를 하는 방법을 1단계: 자극점 찾기, 2단계: 자세 점검하기, 3단계: 동작하기로 나눠 자세하게 설명한다.
버금이로서 유튜브 ‘힙으뜸’ 채널에서 스쿼트 기본에 관한 영상은 이미 다 봤기에, 얼마나 새로운 내용을 이야기할지 솔직히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과 활자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책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니 그동안 놓쳤던 부분도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Part 6. 으뜸체력의 비밀 Q&A
트레이너로서도, 유튜버로서도 오랜 기간 일해온 심으뜸이기에 운동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을 수도 없이 받아 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운동에 관한 것들만 물어보던 사람들이, 심으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왔다는 걸 알자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묻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으뜸은 단순히 필라테스를 홍보하기 위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운동을 하며 건강해지는 걸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에 많은 질문들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모두 집약되어 핵심만 뽑은 부분이 6장이다.

원래 저자 심으뜸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인 건 알았으나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다른 운동 에세이와는 달리 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는 매우 진솔했고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운동 방법이 실려 있어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책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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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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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문 교양서를 접했지만 위즈덤하우스의 '1일 1페이지' 시리즈는 구성이 워낙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길게 설명을 늘어놓는 보통의 인문 교양서와는 달리 딱 한 페이지 내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기에 쓸데 없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되고 핵심만을 볼 수 있다. 또한 총 365가지의 이야기를 담아 1년 동안 꾸준히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준다.


교양 수업 365에서 시작하여 교양 수업 365 인물편, 교양 수업 365 현대문화편이 나왔고, 이번에는 심리 수업 365가 출간되었다. 계속 교양 시리즈가 출간될거라 예상했는데 이번에는 심리다. 하루 한페이지만큼 지식을 전달했던 책에서 어떻게 변모했을까? 기대가 되었다.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인 정여울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강연을 하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세요?", "우울할 땐 어떻게 하시나요?",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셨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다 나온 결론은 심리학은 차가운 이론이 아니라 뜨거운 실천이고, 이를 통해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총 365가지의 이야기들은 요일별 7가지 주제로 나눠져 있다. 방대한 내용이 담긴 만큼 자칫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이렇게 주제별로 구분해놔 걱정거리를 덜어주었다. 순서대로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서대로, 주제별로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주제별로 읽기 편하게 구분해놨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구분했을까.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어려운 주제로 분류해 놓은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즐겁게 본 영화, 마주치는 사람, 인상 깊게 읽었던 책과 같은 일상 속에서 심리학에 대해 전달한다.


서두에서 심리학 이야기를 일상 속에서 녹여내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심리학과 크게 연관이 없어보이거나 굉장히 일상적인 내용이 등장하곤 한다.


특히 매년 볼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대목이 있어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같은 내용도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따뜻한 작가의 말에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상단에 READ와 빈 네모 박스가 눈에 띈다. 어디부터 읽어도 상관 없는 이 책의 특성상 읽은 부분을 표시할 수 있게 적은 부분이다. 섬세한 배려가 눈에 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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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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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tomorrow)을 위한 내 일(job).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에 눈이 갔다. 호기심이 동해 책을 들여다봤더니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여성 관련 책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창비가 여성들을 위한 책을 또 출판했구나.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봤다.


이 책은 일 잘하는 여성 7명을 씨네 21의 기자 이다혜가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책으로 출간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도 읽어봤고 최근에 읽은 <이동진 독서법>에서도 인터뷰어로 등장했기에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책 속에 어떤 사람들이 담겼을까.


이다혜는 연령과 분야를 가능한 한 다양하게 하려고 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차례를 살펴보니 영화감독, 배구 선수, 바리스타, 작가, 경영인, 고인류학자, 범죄심리학자가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서는 윤가은, 정세랑, 이수정이 눈에 익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다들 그렇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방금 전처럼 대답이 쉬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성은 결혼한 후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되는 게 일상이었다. 20대인 내 또래의 어머니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혹 일을 하는 엄마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기른 후에 결혼 전 하던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2030 여성들이 보고 배울만한 여성 직업인이 많지 않다는 거다. 그렇기에 <내일을 위한 내 일>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또한 다양한 직군의 사람이 모인 만큼 정말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성공을 위해서 악착같이 달려온 여성들이 아니다. 본인이 처한 자리에서 자신만의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수없이 많은 실패 속에서 현재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문제에 해결하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불도저처럼 본인의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안 되면 되는 길을 따라서 우회하는 방법으로 그 자리에 도달했다. 성공을 위해선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회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게 상당히 인상 깊다.


또한 정세랑 작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 기뻤다. 흔히 성공하기 위해선 외골수처럼 묵묵히 본인의 길만을 걸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정세랑은 안 되면 방향을 바꿔서 되는 길로 갔다고 말한다.


책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봤을 때 이다혜의 독백은 일반적인 폰트로 인터뷰이의 대답은 작은 크기, 다른 폰트 초록색으로 쓰여 있었다. 확실하게 구분해 놓아서 수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각 장 별로 많은 사진들이 들어가 있어 인터뷰이들에게 더 큰 애정을 갖고 책을 읽었다.


이다혜는 서문에서 그 누구보다도, 공부든 일이든 이제 첫발을 떼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다. 하지만 나처럼 사회 초년생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이다. 특히 내 길을 찾아 헤매는 여성으로서 여자 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꿈의 범위가 달라지니까요. - P164

우리가 없어진 세상을 준비하기. 그것은 우리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에요.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고 다음 세상을 생각하니까요. - P197

정세랑의 여자들은 낙원에 살지 않는다. 그들이 존재하는 소설을 읽는 독자가 되는 일은, 낙원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버틸 연대자들을 찾는다는 뜻이다. - P135

되게 부끄러운 일이긴 한데 그래도 나는 온리 원이라고 해버린 거죠. 그건 내 실력이 아니라 실수야,라고 계속 마음속으로 되뇌었어요. - P93

책임질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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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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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자의 그릇》,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었다. 원래는 책의 목차부터 살펴보는데 이번에는 가장 뒤에 있는 판권부터 펼쳐봤다. 역시나 《부자의 그릇》은 15년도에 이미 출간된 책이었고 인기에 힘입어 양장본으로 나온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증쇄 숫자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한때 연 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사장이었던 '나'가 3억의 빚을 지고 거리를 방황하다가 스스로를 '조커'라고 칭하는 노인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돈의 본질과 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소설인 줄 모르고 읽게 된 책이었기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나뉜다. 15년도에 출간한 책과 차이점이 여기에 있는듯했다. 훨씬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게 목차의 이름이 바뀌었다.


1장은 노인과 '나'가 만나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에서는 돈에 관한 기초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준다. 과연 '나'가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에 사업에서 실패한 것일까? 돈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가? 돈에 관한 철학적인 얘기가 주로 나오기 때문에 살짝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쉽고 구체적인 비유를 통해서 그런 단점을 상쇄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100원이 모자라서 음료수를 뽑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노인이 나타나 선뜻 100원을 빌려주고 나중에 능력이 될 때 120원으로 갚으라고 말한다. 감사한 마음이 든 '나'는 후에 1,000원으로 갚겠다고 하지만 노인은 그런 식으로 경제관념이 없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깟 1,000원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원금의 20%의 이율이 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 금액에 1,000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었다면? 무려 200만원인 셈이다. 이런 비유를 통해서 경제관념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2장에서는 '나'가 노인에게 과거를 고백한다. 지루하긴 해도 벌이가 심심치 않았던 은행원을 관두고 동창과 주먹밥 가게를 창업한 이야기, 크림 주먹밥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야기, 2호점도 성공하고 3호점과 4호점까지 동시 개업한 이야기를 얘기한다. 1장과는 달리 작중 인물이 겪은 경험을 서술하는 부분이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빨라진다. '나'는 아내와 함께 아픈 딸을 돌보고 있었기에 딸을 위해서 무리하게 돈을 벌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돈을 모으는 데 정신이 팔려 가족들을 돌보지 못했고, 아내와는 이혼하고 용기가 없어 딸을 보러 병원에 찾아가지도 못한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계속 침착함을 유지했던 노인은 '나'에게 호통을 친다. 오늘 딸이 수술을 받는 날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인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의문을 뒤로 한 채 '나'는 딸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간다.


딸은 이미 수술실에 들어간 후고 그 앞을 아내가 지키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아내와 화해하고 딸을 다행히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온다. 변화를 다짐하는 '나'에게 간호사는 편지를 전해준다. 바로 노인이 전달해달라고 한 편지이다. 노인이 건넨 편지 속에는 작은 반전도 숨어 있다.


최근 경제·경영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한 달에 최소 두 권씩은 읽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설 형식을 띄고 있는 책은 처음 접해봤다. 사실 이런 유의 책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인 편이다. 아무래도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다 보면 스토리텔링이 약해지거나, 지나치게 딱딱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부자의 그릇》은 꽤나 성공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줄거리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마지막에 감동 역시 놓치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기에 추가로 적어본다.

실용서가 아닌 이상 소설에서는 본래 폰트를 바꾼다거나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경제경영 교양서인 만큼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는 초록색으로 글자를 표시한다거나 글씨체를 변경하고 볼드(Bold) 표시를 해놓았다. 여기까진 좋다. 내가 가진 의문은 이렇게 강조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눌 필요가 있었냐는 거다. 강조하는 방법이 다르다면 두 내용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을 텐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가독성을 위해서라도 저런 강조점을 좀 줄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경제경영 교양서인 만큼 책이 강조하는 점도 명확하다.


"나의 그릇을 키우는 5가지 가르침."


그런데 책날개에 나와있는 5가지와 에필로그에 수록된 5가지 중 하나가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게 있었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알겠으나 이 점을 발견하고 살짝 혼란스러워졌다.


워낙 좋은 책이고 양장본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책이기에 굳이 쓴소리를 몇 자 적어봤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틀을 잡기도 전에 빨리 돈을 불리기 위해서 무턱대고 투자부터 시작하다가 재기가 힘들 정도로 무너지곤 한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적어준 책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읽기 쉽게 소설로 적혀 있다.



돈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무턱대고 주식 투자 책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아까 돈은 자네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네만, 그 반대는 성립이 안 돼. 즉 1,000원이 자네인 것도 아니고, 3억 원의 빚이 자네인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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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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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난 독서 편식이 심했다. 책이라고는 소설, 시, 희곡과 같은 문학 종류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마주하는 비문학은 모의고사에 등장하던 비문학 지문이 전부였다. 국문과에 입학해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그런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 세계는 문학이 전부였다.

그러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당장 서점의 판매율만 보더라도 문학보다 문학이 아닌 책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뒤늦게 비문학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산북스에서 출간한 문예지인 에픽을 알게 되었다. 문예지는 딱딱하고 재미없고 진부한 디자인이라는 편견은 깨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달라졌다.

이 책을 마주한 순간 감각적인 디자인에 놀랐다. 표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삽입된 사진들도 하나하나 공들인 티가 났다. 다루고 있는 글에 따라서 페이지의 색을 달리 한다거나 폰트를 달리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대략적으로 구분한다면 part 1의 논픽션과 part 3의 픽션이 있고 그 사이에 part 2의 에세이가 위치한다.

part 1


를리외르라는 직업을 아는가. 발음마저 낯선 이 단어는 예술제본가를 칭하는 말이다. 렉또베르쏘라는 공방에서 소설가와 를리외르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은 것이 문지혁의 글이다. 단순한 인터뷰 형식이 아니라 소설가 문지혁과 조효은 대표의 이야기가 실처럼 얽혀 있어 읽는 내내 진지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글의 첫부분과 앞부분을 아버지의 이야기로 채운 게 마음에 들었다.

공방의 이름 ‘렉또베르쏘’는 라틴어로 앞장이라는 뜻의 렉또(recto)와 뒷장이라는 뜻의 베르쏘(verso)를 합친 말이다. (중략) 하나의 책은 무수히 많은 렉또와 베르쏘로 이루어진다. 교차하며 커져가는 홀수와 짝수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두 마리의 우로보로스처럼.

P. 39-40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궁인은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다. 그가 썼던 글들을 짧게나마 접한 적이 있는데 흡입력 있는 문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응급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러나 스쳐지나가고 기억하지 못하는 이송 업무자, 간호조무사, 청소 노동자 등과의 대화를 기록했다.

모든 고충을 파악했다는 건 자만이지만 미약하게나마 응급실 뒤편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part 2


part 2는 방송작가 김대주의 글로 시작한다.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고민하는 이야긴데 굉장히 의식의 흐름처럼 쓰여져 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음은 편집자인 김화진의 글이었다. 김화진부터 임지훈까지의 글들은 두 권의 책을 묶어 한 번에 리뷰하는 형식의 글들이었다. 김화진은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라는 브래디 미카코의 책과 백온유의 <유원>이라는 책을 엮어 이야기한다.

특히 백온유의 <유원>을 읽어본 터라 나와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전문 편집자가 말하는 건 퀄리티가 남달랐다.


part 3


마지막은 소설이다. part 3의 시작을 여는 김솔의 글은 감각적인 인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문자와 언어, 성서와 종교를 말하는 이 소설은 제대로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최근 <연연세세>라는 책을 출간한 황정은 작가는 너무 유명하기에 따로 덧붙일 말이 많지도 않다. 단편의 제목인 기담은 한국 공포영화의 제목으로 익숙하다. 강희와 선인이 빌라에서 살게되면서 겪은 일들을 황정은 특유의 문체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의 제목이지만 사실 크게 기이하진 않다. 두 명이 겪은 일들은 단독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만한 일들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더욱 생생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은 에픽의 제목이기도 한 <멋진 신세계>이다. 의외의사실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짧은 만화다. 사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예상하고 읽은 부분이었으나 내 예상과는 달랐다. 에픽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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