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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자의 그릇》,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었다. 원래는 책의 목차부터 살펴보는데 이번에는 가장 뒤에 있는 판권부터 펼쳐봤다. 역시나 《부자의 그릇》은 15년도에 이미 출간된 책이었고 인기에 힘입어 양장본으로 나온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증쇄 숫자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한때 연 매출 12억의 주먹밥 가게 사장이었던 '나'가 3억의 빚을 지고 거리를 방황하다가 스스로를 '조커'라고 칭하는 노인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돈의 본질과 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소설인 줄 모르고 읽게 된 책이었기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나뉜다. 15년도에 출간한 책과 차이점이 여기에 있는듯했다. 훨씬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게 목차의 이름이 바뀌었다.
1장은 노인과 '나'가 만나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에서는 돈에 관한 기초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준다. 과연 '나'가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에 사업에서 실패한 것일까? 돈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가? 돈에 관한 철학적인 얘기가 주로 나오기 때문에 살짝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쉽고 구체적인 비유를 통해서 그런 단점을 상쇄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100원이 모자라서 음료수를 뽑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노인이 나타나 선뜻 100원을 빌려주고 나중에 능력이 될 때 120원으로 갚으라고 말한다. 감사한 마음이 든 '나'는 후에 1,000원으로 갚겠다고 하지만 노인은 그런 식으로 경제관념이 없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깟 1,000원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원금의 20%의 이율이 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 금액에 1,000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었다면? 무려 200만원인 셈이다. 이런 비유를 통해서 경제관념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2장에서는 '나'가 노인에게 과거를 고백한다. 지루하긴 해도 벌이가 심심치 않았던 은행원을 관두고 동창과 주먹밥 가게를 창업한 이야기, 크림 주먹밥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야기, 2호점도 성공하고 3호점과 4호점까지 동시 개업한 이야기를 얘기한다. 1장과는 달리 작중 인물이 겪은 경험을 서술하는 부분이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빨라진다. '나'는 아내와 함께 아픈 딸을 돌보고 있었기에 딸을 위해서 무리하게 돈을 벌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돈을 모으는 데 정신이 팔려 가족들을 돌보지 못했고, 아내와는 이혼하고 용기가 없어 딸을 보러 병원에 찾아가지도 못한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계속 침착함을 유지했던 노인은 '나'에게 호통을 친다. 오늘 딸이 수술을 받는 날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인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의문을 뒤로 한 채 '나'는 딸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간다.
딸은 이미 수술실에 들어간 후고 그 앞을 아내가 지키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아내와 화해하고 딸을 다행히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온다. 변화를 다짐하는 '나'에게 간호사는 편지를 전해준다. 바로 노인이 전달해달라고 한 편지이다. 노인이 건넨 편지 속에는 작은 반전도 숨어 있다.
최근 경제·경영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한 달에 최소 두 권씩은 읽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설 형식을 띄고 있는 책은 처음 접해봤다. 사실 이런 유의 책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인 편이다. 아무래도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다 보면 스토리텔링이 약해지거나, 지나치게 딱딱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부자의 그릇》은 꽤나 성공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줄거리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마지막에 감동 역시 놓치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기에 추가로 적어본다.
실용서가 아닌 이상 소설에서는 본래 폰트를 바꾼다거나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경제경영 교양서인 만큼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는 초록색으로 글자를 표시한다거나 글씨체를 변경하고 볼드(Bold) 표시를 해놓았다. 여기까진 좋다. 내가 가진 의문은 이렇게 강조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눌 필요가 있었냐는 거다. 강조하는 방법이 다르다면 두 내용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을 텐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가독성을 위해서라도 저런 강조점을 좀 줄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경제경영 교양서인 만큼 책이 강조하는 점도 명확하다.
"나의 그릇을 키우는 5가지 가르침."
그런데 책날개에 나와있는 5가지와 에필로그에 수록된 5가지 중 하나가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게 있었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알겠으나 이 점을 발견하고 살짝 혼란스러워졌다.
워낙 좋은 책이고 양장본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책이기에 굳이 쓴소리를 몇 자 적어봤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틀을 잡기도 전에 빨리 돈을 불리기 위해서 무턱대고 투자부터 시작하다가 재기가 힘들 정도로 무너지곤 한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적어준 책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읽기 쉽게 소설로 적혀 있다.
돈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무턱대고 주식 투자 책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
아까 돈은 자네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네만, 그 반대는 성립이 안 돼. 즉 1,000원이 자네인 것도 아니고, 3억 원의 빚이 자네인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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