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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평점 :
퍼스트 러브

처음 책을 받았을때 눈에 띈것은 159회 나오키상 수상작을 받았다는 것과,
가장 가까이 또는 가장 깊이 자신을 아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 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이라고 적혀 있는 내용이였다. 가장깊이 자신을 아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정말 .. 배신당한 느낌이 많이 들었을것 같다. 가장 가까이 또는 자신을 깊이 아는 사람이라면, 상담사 혹은 사랑하는 연인,
가족일텐데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신분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어떤 사건들을 배경으로 갖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들의 삶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의 소재가 될것이니 말이다.
제목만 보면 로맨스 소설인가 싶은데, 상처라는 단어가 나오니 그렇지도 않은 느낌이 확 들었다. 퍼스트 러브, 첫사랑.. 제목은 첫사랑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첫사랑과 다른 상반된 내용이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표지에 앞머리가 길어서 눈이 안보이는 여자가 누워있고, 그 옆에 하얀해골이 있으니..
그렇게 달콤한 첫사랑 내용은 아닐것이다. 혹시나 이야기를 알고싶어서 차례를 뒤져보았지만, 이 책에는 차례가 없다. 그래서 나는 빨리 넘겨서 주루룩 읽어보았다.
물론,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말이다.
<발췌내용>
마카베 선생님은 평소 상담을 통해서,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아이와 그 부모님을 접하시는 일이 많은데요. 요즘은 어떤 점에 주목하시는지요? 나는 약간 긴장하면서,
"네 그래요." 하고 대답했다.
"여러분은 사랑은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원인인 경우도 있어요." "물론 사랑을 주는 건 잘못이 아니죠. 하지만 사랑이란 지켜보는 것이랍니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아이, 즉 은둔형 외톨이가 있는 부모님 대부분이,
모든 신경을 과도하게 아이에게 쏟고 있다는 뜻이에요.
언뜻 보기에는 아이를 무척 사랑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부모가 늘 너무 앞서 가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자기의사를 표시할 기회가 없어요.
다시 말하면 부모가 아이에게서 자발적인 의사 표시의 기회를
빼앗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7p-
책의 첫부분에서, 책의 주인공 마카베 신분이 밝혀진다. 그녀는 상담사로서,
사람들의 상태를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보살펴주는 일을 한다.
상담을 하면서, 하나의 큰 사건이 펼쳐지고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간중간 야릇한 이야기가 많아서 아침 지하철에서 읽을때 그런 부분은 빨리 빨리 넘겼다. 나는 인물이 사건을 격을때 머금는 감정과 심리에 초점을 맞춰서 보았다.
그리고, 로맨스드라마를 보면, 많이 보았던 장면이 보였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 만날때 격는 마음,
그리고, 그 둘이 사귀기 시작하는 장면. 그것을 글로 읽을 수 있었다.
만날 때 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실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몬 씨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가쇼와 손잡고 내게 상처를 주려는 건지도
모른다. 당시 나는 그런 망상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가 만나자고 하면, 망설이면서도 화장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알바비로 산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만나러 나갔다.
-212p-
나는 소설의 커다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섬세한 표현들에 주목했다.
무척 그럴법하고, 당연한 표현인지 몰라도
이런 사소하고 개인적인 표현들이, 상황에서 묻어나오는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상황을 상상하면서, 설레이기도 답답하기도 하고, 엉뚱한마음도 든다.
이렇게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표현기법들에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에게 너무나 많이 데여 봐서 어떤 남자든지 믿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 호감가는 남자가 만나자고 하니, 망설임없이 준비하는 여주의 행동이
공감되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였다.
계단아래에는 자전거가 서 있고, 몇몇 우편함에는 전단지가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었다.
평소같으면 적막하게느꼈을 저녁 풍경인데, 오늘은 따뜻하게 느껴져서 이상했다. "여기".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를 가리켰다. "오, 상점가에서 가까워 편리하겠는데."
"그 대신, 역에서는 좀 멀지만, 그래서 집세가 싼 것치고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방도 깨끗해요. 주인이 지주라서 돈에 쪼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 그렇군, 보고 싶은데." 가몬씨가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퍼뜩 놀라면서,
이상한 말을 해서미안, 하며 웃었다. 나를 당황해서 머리를 풀 가동해,
누가 봐서 곤란할 만큼 지저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안했다. "괜찮으면, 들러서 차라도 마시고 갈래요.?"
가몬씨는 놀란듯이, 괜찮겠어? 하고 되물었다.
물론, 하고 대답하고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가몬씨가 허둥거리며, 유키, 하고 불렀다.
걸음을 멈추자, 그가 얼른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줘.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을 거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반듯하게 하고 싶어."
"아 네". 나는 어리둥절해서 애매한 대답을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 너랑 사귀고 싶어."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고,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라 말은 못하고,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다행이다. 거절하면 어쩌나 했어."
-218p-
대사와 중간중간 상황을 설명해 주는 말들이 깊고 섬세했다.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칸나와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칸나가 만난 남자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니까, 누가누구고, 누가누군지..
중간중간 기억이 안났었다.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칸나가 습관적으로, 혹은 외로움 때문에 남자를 만나는것이 정말 많아 보였다.
그리고, 남자가 불순한 의도로 접근을 했는데도, 외로움때문에 알고도 만나는
칸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또한, 자신의 아빠를 살해하기도 하여 결국 재판을 받게 된다.
살해한것이, 칸나가 의도한것이 아니라서, 재판의 이야기가 상당히 길었다.
칸나는 자신이 정말 불안정하고 힘들어서, 자기를 죽이려고 식칼을 구입해 자살행위를 하다가, 아빠가들어오셨고, 어떻게 하다보니 미끄러져 아빠에게 기댔고, 식칼을 들고 있는 손이 아빠의 흉부를 찌르게 되었다. 여러 우연의 실수로, 아빠가 살해 되었다. 재판속에서도, 칸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식어버린 관계, 가족간의 관계들이 줄줄이 나왔다.
한 여자의 상처와 슬픔때문에 그 여자와 관련있는 모든 남자,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심리들이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굴레로 왜곡되었다.
치유가 되지 못한 사람은 어떤것을 되물림 하는지, 소설에서 시사하는 방향이 있어서, 인상깊었다. 나는 내가 받은 상처, 들을 나중에 내 자식에게 되물려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주지 않기 위해, 먼저 내가 받은 상처들을 하나 둘씩 살펴보며 상처의 근본을 치유하려고 애쓰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서 유익했던 소설이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