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러브 레터 - 예술에 담긴 사랑과 이별의 흔적들
이동섭 지음 / 시공아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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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프랑스 문화와 예술> 수업을 들었다. 평소 프랑스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봉쥬르~, 쥬뗌므♡" 정도의 말 뿐이었으니 프랑스의 문화는 물론이거니와 그림을 비롯한 예술에 대해 알리가 없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굳이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주변에서 미술 전시회를 간다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그런 내게 이번 교양 수업이 프랑스의 문화, 예술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싶단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읽게 된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활활 타오르도록 석유를 뿌려줬다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거다. 재미없던 뉴스가 시험 기간엔 드라마만큼 재미있고, 평소에 잘 읽지 않던 책도 시험 기간엔 괜히 읽고 싶어져서 미칠 것 같은 그런 경험 말이다. 나 역시 기말 고사를 준비하면서 그림과 작가, 제목을 조합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책이나 읽어 볼까 싶어서 집어 들었던 이 책에서 운 좋게도 시험 범위와 겹치는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교수님이 알려준 참고 도서는 그렇게 읽기도 싫더니 작품에 대한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닌,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와 작가의 생각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인지 이 책에서 봤던 그림들은 쉽게 잊혀 지지가 않았다.

사랑, 그 부조리한 감정 / 에로스와 질투 / 당신이라는 의미 / 이별과 영원


이렇게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부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질투, 그리고 깊어지는 상대에 대한 사랑,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에서든 아니든 (죽음과 같은) 맞게 되는 이별과 영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순히 이 책이 시중에 나와 있는 예술에 대해 나열만 하는 수많은 책과 같았다면 예술에 별 흥미도 없었던 내겐 따분하고 지루한 그저 그런 책이었을테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예술에 접목시켜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자꾸만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에 나와 있는 글은 내가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구절이었다. 요즘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글이기도 하면서 어떻게 나와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싶어서 놀랐던 글...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페티시스트가 된다. 페티시는 프랑스어로 'fetiche', 포르투갈어로 'feitico'인데, 둘 다 '인공적인'과 '매력'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factcius'에 뿌리를 두고 있다. 페티시는 원래 별로 특별한 게 없는 물체에 자의적으로 특별한 매력이나 신성함을 집어넣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당신에게, 러브레터』120쪽

사랑을 시작하며 설렘에 가슴 떨려하고 이별을 겪으며 아파하면서 그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사람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해도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 같다. 책의 첫머리에서 "이 책을 사랑의 아름다움, 예술의 진실함을 느끼게 해 준 피나 바우쉬에게 바칩니다." 라고 했던 작가의 고백을,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그의 말을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직 그녀의 공연을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그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지만, 그래서 왜 작가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그리도 끔찍한 열병을 앓는 것인지 100% 이해할 순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예술에 그 감정을 모두 녹여낸 감정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사랑' 이란 오묘한 감정에 대해 또 한 번 곱씹어 보며,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책. 그 안에 담긴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로맨틱하고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닐지 모르나 조금은 철학적이면서도 (그렇다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어려운 책은 아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예술에 대한 지식이 당신을 점령할 때, 예술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지식과 감상, 이성과 서정이 적절히 당신 안에서 균형을 이룰 때, 당신은 예술뿐 아니라
주변에 살아 숨쉬는 많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음미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예술 밖에서도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요.
- <들어가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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