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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평점 :
왜 쓰는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쓰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 나에게 글을 왜 쓰는가, 하는 의문은 책을 왜 읽는가 하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나는 책을 왜 읽는가. 사고의 정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앎으로 나아가는 희열을 맛 보고(39쪽)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은 왜 쓰는가. 읽은 것을 되도록 많이 기억하고 생각하며, 그로 인하여 지금껏 알지 못했던, 혹은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몸으로 느껴,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딱히 서평을 쓰겠다기 보다는 내가 읽은 것들을 잘 정리해 두고 싶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읽어주는 이가 없다해도 역시 개인적인 리뷰를 남기겠는가.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을 블로그에 적으며,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읽지 않는다해도 나만의 감상문 적기를 계속할까? 단지 내가 느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길, 그것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어주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지 않은가 말이다.
서평을 쓸 것인가, 독후감을 남길 것인가
서평과 독후감의 다른 점은 서평은 비평에 가깝고, 책의 가치를 논해야 하며, 그로인하여 서평을 읽는 사람이 그 책을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서평은 읽는 사람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그에비해 독후감은 자신만의 감상을 적는 몹시 개인적인 것으로, 읽는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나를 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서평보다는 리뷰 혹은 감상문 쓰기를 즐긴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인데, 이러니 저러니하며 남의 글을 평할 정도의 깜량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더불어 어떤 평이든 자신만의 생각일 수 있다라고 믿는데, 아무리 설득력있는 평일지라도 그 반대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라는 겸손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긍정적인 쪽으로든 아니면 그렇지 못한 쪽이든 책에서는 반드시 배울점이 있다 라고 본다(기대에 못미치는 책을 만났을 땐 최소한 이런 편협한 생각을 책으로 남기지는 않겠다라든지 하는). 그러니까 말인 즉, 내가 서평이 아닌 독후감을 쓰는 것은 배우는 자세로 책을 읽겠다는 갸륵한 태도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렇게저렇게 포장해도 결국 남을 비평할 만큼 아는 것이 없을뿐더러, 내 주장에 대해 나조차도 확신이 안 설만큼 자신감도 없다는 것이 솔직한 얘기이다.
그러나 글을 쓰고 공개하는 것은 나를 좀 인정해달라는 욕구의 표현이다. 남을 평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네 마네하지만, 사실은 좀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감출 수 없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한 책, <서평 글쓰기 특강>
서평이야 말로 책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이며, 효과적인 글쓰기라 믿으며 서평쓰기 관련 강의를 8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민영과, 함께 읽기, 함께 쓰기를 하는 서평모임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 황선애의 공저로 쓰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평'을 잘쓰기 위한 길라잡이이다.
독후감이 아닌 서평을 써야하는 이유부터 친절히 설명하는 것으로 서두를 열며, 혼자만의 만족을 위한 주관적인 글에서 읽는 이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객관적인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 방법의 첫째는 무엇보다 비평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데, 정답을 위한 공부만을 했던 나같은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비평하기'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 정답 아니면 오답뿐인 공교육의 힘은 자신만의 주관적인 생각을 드러내는데 용기를 필요로 한다(만일 내 생각이 틀렸다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틀리는 것에대한 두려움부터 버려야 비평이 가능해진다. 비평은 절대평가아니라 내 관점이며 또 하나의 의견이고,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다 논리적이어야 한다. 비평적 관점을 가진 서평은 그를 가능하게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좀더 '나다워지기'위해서라면 더더욱 나만의 관점에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고, 이 자신감은 글이든 말이든 드러내는데서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이유임과 동시에 글을 쓰는 이유다. 때문에 감상문이든 서평이든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서 설득력있는 글이 탄생한다. 그것이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책을 읽고 글을 남겨야 하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독후감과 서평은 다르지만,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읽고, 자주 써야한다. 그래야만 종래에는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글을 써서 공개해 둘 이유가 없다. 개인적인 감상글이라도 읽는 이로하여금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감상문은 서평보다 더 유용한 글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나만의 리뷰를 작성한다. 읽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그렇다고 보이기위한 글을 쓸 수는 없는 터, 주관적인 감상의 글로 객관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리뷰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바로 그점을 깨달았다. 누가 뭐래도 내 관점을 유지하되, 그러나 설득력이 없는 주장은 자기만족을 위한 독선일 뿐이다.
어떤 글쓰기를 하든 혼자만을 위한 비밀글이 아닌바에야 읽히는 글이 좋은 글임에 분명하다. 꼭 서평이 아니어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