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는 광대
베페 그릴로 지음, 임지영 옮김 / 호미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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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 싸웠다는 것은 꽤 멋진 경험이다. 지든 이기든 시도해보았다는 감각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곁을 스치는 쓰레기 같은 현실을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삶은 없다. 그 자괴감은 우리 몸 안의 에너지와 영혼을 몽땅 빼앗아 간다. -작가 서문 중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불황, 부패한 고위관리와 무능한 정부, 정경유착, 상상을 초월하는 빈부의 격차, 그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 청년 실업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그리하여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등등. 

이것은 한국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를 비롯해 관광산업만으로도 전국민이 먹고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탈리아의 이야기다. 아니, 아름다운 나라 이탈리아가 이렇게 살기 힘든 나라였어?

 

작가 베페 그릴로는 TV에서 총리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한 코미디언 이다. 이후는 그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거리 공연과 강연을 통해 자국의 불합리한 정치상황과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해 토로한다. 정의 실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며 늘 대중과 소통하고, 진실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대중으로부터 대통령보다도 더 떠받들어지는 존재라고.

 

여섯개의 장으로 쓰여진 이 에세이들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들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쓰였다. 변화와 기적의 정치를 갈망하라/상식과 도덕을 지키는 기업을 갈망하라/진실을 말하는 언론을 갈망하라/아름다운 지구를 갈망하라/노동자가 당당해지는 현실을 갈망하라/함께 사는 사람다운 미래를 갈망하라

 

신들이 살 것만 같은, 누구나 한번쯤은 여행을 꿈꾸는 이탈리아의 현실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각 장들에 실린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우리나라와 별 다를 것 없는 나라였어! '라고 좋아해야 하는 걸까??

 

범죄자들의 천국, 끔찍한 정치사면

우파? 좌파? 모두가 같은 놈들

그들만의 리그, 정경유착의 은밀한 속삭임

유령 미디어, 국영방송사의 실체

현대의 노예들

노동자들의 죽음

가진 자들에 의해서만 움직여지는 현실

우리는 모두 장님이다

 

그런데, 그래서? 진실을 말한 들 무엇이 달라지는데?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원한 사람들이 얻게 된 것은 무엇인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해야는 건데? 나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과연 침묵과 방관을 통해 현재의 내 삶에만 만족하며 그나마의 것들에 감사해야 하느냐, 이따위것도 기득권이냐며 떨치고 일어나야 하느냐...

글쎄, 그렇다해도 달라지는 것이 많지 않다니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는 현대판 노예일뿐, 더도 덜도 아니게 된다. 외면하는 진실은 불공평한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므로.

자꾸 말하고, 자주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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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도
스스로 삶을 새롭게 지으면서
기존 권력이나 사회 틀에 휘둘리지 않는
참으로 자유로운 숨결이 될 때에
무엇이든 다 바꿀 수 있으리라 느껴요.

이를테면, 노동자가 파업만 하지 말고,
도시를 모두 떠나서
한가위나 설날 명절처럼
연휴도 아닌 때에 100만 명쯤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일손도 거들고
품앗이도 하고 즐겁게 놀면서 어울려 지낸다면,
이렇게 한 달만 도시 노동자가 시골내기로
바꾼 삶을 보내려 한다면,
그야말로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바뀌겠지요...

비의딸 2015-08-27 10:48   좋아요 0 | URL
우와.. 쇼킹쇼킹..
100만 명쯤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한달..
가슴이 벌떡벌떡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