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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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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아서와 조지>를  <용감한 친구들>로 번역한 이 책은 내가 읽은 줄리언 반스의 첫 소설이다.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 상을 수상하고, 반즈의 작품 중 걸작이라 불리며  많은 매체의 서평에서 호평을 얻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이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는 작정하고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여타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몰입하기 쉽지않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경우, 책의 크기나 두께가 한 손에 들고 읽기 힘든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었는데, 다행히 <용감한 친구들>은 두 권으로 나뉜 양장본이다.

어린 소년이었던 아서가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는 최초의 기억으로 부터 시작되는 <용감한 친구들>은 이래저래 처음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책은 어린 아서의 이야기에서 어린 조지의 이야기로, 사무변호사가 된 조지에서 홈즈로 성공한 추리 소설가 아서로 교차되는데, 시기와 상관없이 늘 현재진행형으로 묘사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1권이 끝나갈 때쯤까지도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에 의아했다. 도대체 아서와 조지는 언제쯤 만나게 되는거지..?

 

첫번째 아내가 죽고난 후, 아픈 아내 모르게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는 죄책감과 늘 순종적이던 아내가 숨겨진 정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아서는 그에게 배송되는 수많은 우편물 사이에서 조지 에들지의 억울한 사정을 발견한다. 그후 조지와의 만남에서 첫 눈에 조지가 기소된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 아서는 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무기력으로 부터 벗어난다. "전 당신이 무죄라고 생각하거나 믿는게 아닙니다. 전 당신이 무죄라는 것을 압니다."(2권, 31쪽)

조지가 무죄라는 것을 확신하는 아서는 그 자신이 홈즈가 되어 조지의 결백을 증명하고, 숨겼던 여자와의 사랑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 결혼하는 등 '조지 사건'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2권까지 다 읽고나서 드는 의문은 이 책의 제목을 <용감한 친구들>로 번역한 이유는 뭐지...? 설마 명예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직관만을 끔찍히도 믿는 아서의 권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태도를 '용감'이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지.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실제로 1907년 가축 도살혐의를 받고 복역한 조지 에들지의 무죄를 증명했던 일을 줄거리로 삼은 <용감한 친구들>은 아서와 조지의 어린시절로 부터 시작해 아서의 죽음으로 끝이 날 때까지 어떠한 반전이나 극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의사이며 추리 소설의 대가가 심령학에 빠져드는 과정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본 것과 본 것들로 인해 축적된 '지', 그리고 그를 통해 구성하는 자기만의 인식의 틀을 동원한 초감각을 중요시하는 아서가 심령학에 빠져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심령술을 과학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서가 홈즈의 작가이며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 반스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나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동요하지 않는 조용한 조지의 삶 때문이었다. 파르시 출신임에도 영국국교회 목사가 된 아버지를 둔 조지는 결과적으로 부침 많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질적으로 조용한 조지는 신산한 삶의 역경에 동요하지 않는다.

반면 '보는'것 혹은 '보이는 것'에 중요성을 두는 아서가 명예를 위해 자신을 억누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때문에 아서는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 거짓말도 불사한다.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병든 아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아내를 속이는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서의 이와같은 태도는 결과적으로 아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명예에 흠집을 내고 싶지않은 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이나 이에 따르는 명성보다도 자신의 흥미나 관심사, 하고싶은 일, 자신이 세워둔 삶의 기준 따위가 너무도 분명해 외부의 상황이나 그에 따르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완성해 내는 조지에게 거짓말은 한낱 거짓말일 뿐이다. 그는 명성이나 명예에 압도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누군가를 '용감했다'라고 표현한다면, 삶에서 만나는 각각의 장면을 대하는 조지의 확고한 태도에 대한 찬사이여야하지 않을까. 

 

반스는 조지가 정말 무죄인지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거두지 않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는데, 아서의 첫번째 아내가 죽기 전 딸에게 한 말의 전부를 아서는 결코 알 수 없었듯이, 조지의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조지에 대한 의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추측의 여지를 남긴다. 독자는 과연 무엇을 보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을 볼 것인가?(2권, 301쪽) 진실이 무엇이건 인간은 결국 보고싶은 것 만을 볼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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