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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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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는 오에의 다른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조코 코키토가 열 살 무렵에 겪은 아버지의 익사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조코 코키토는 오에 겐자부로의 분신과 같은 인물로, 어렸을 적 아버지가 갑자기 불어난 강에 배를 띄웠다가 익사한 일을 트라우마로 평생 간직해 왔다. 자신이 소설가가 된 것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고 여길 만큼 아버지의 죽음은 코키토의 평생을 잠식해 왔다. 코키토는 소설가로서의 마지막 작업을 '익사 소설'로 마무리 하고싶어 한다.

한편 극단 '혈거인'은 코키토의 필생의 작업인 '익사 소설'이 씌여지는 과정을 연극으로 만들고자 하는데 그 중심에는 여배우 우나이코가 있다. 우나이코는 열일곱살 때 큰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 큰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낙태 한 경험이 있다. 코키토와 우나이코는 각각 소설과 연극을 도구삼아 과거 아버지와 큰아버지로 표현되는 커다란 권위 즉 국가로 부터 비롯된 상처를 해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을 써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던 코키토는 아버지의 죽음은 천황을 죽임으로써 새로운 인간신을 세우고자 했던 패망 당시 군 장교들의 농담에 휘둘린 일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좌절되고, 오히려 자신이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느만큼이나 열망했는가를 깨닫게 된다. 코키토의 이런 열망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큰아들 아카리에게 이어지고, 죽음을 앞둔 노년의 코키토는 역시 신체적 노화로 둔화되가는 아카리를 향한 책임에 고민한다. 아들로서의 마지막을 다하기해 '익사 소설'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버지로서의 마지막은 장애를 갖은 아들 아카리의 죽음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나 자신의 죽음을 위한 첫번째 준비는 아카리를 산으로 올려보낼 준비라는 것이 어머니가 이 글에 담은 메시지죠.(36쪽)

친족으로 부터의 강간이라는 상처를 지니고 이십년을 살아온 우나이코는 자신이 당했던 일을 시대극에 비춰 무대에 올리고자 하지만,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비롯한 우파의 계략에 의해 ​그 역시 좌절된다. 그러나 좌절된 것처럼 보이는 우나이코의 시도는 오히려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우나이코의 상처를 치유한다. 우나이코의 상처를 보듬고, 장애와 노화로 일상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아카리를 돕는 것은 역시 권위로 뭉친 국가 이전의 공동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 결말이다.

한편 ​식민지를 만들고 더 넓은 영토 확장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던 과거 전범국으로서 일본의 그림자는 소설 속에서 과거에만 국한 되어 있지 않다. 전형적인 천황주의자 였던 코키토의 아버지 조코를 스승으로 여기는 다이오는 육십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조코의 정신을 계승하려 한다. 과거 무사계급인 사무라이들이 명예를 위해 택했다는 할복을 닮은 조코의 익사 장면조차도 다이오는 재현하려는 것이다.

꿈속의 기억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두 개의 한자어다. 끊임없이 쏟아진 폭우는 엄청난 양의 물로 활엽수림을 채웠다. 그 물줄기는 ​숲을 울창하게森森 채우고 아득히淼淼 깊게 만들 터였다. 칠흑 같은 한밤중, 거친 바람에 미끄러져 쓰러진 자가 제 몸을 다시 일으킬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익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427쪽)

작가는 제 의지를 갖지 않은 자들이 전체주의라는 폭우에 휩쓸릴 때 ​또다른 조코와 다이오가 익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와 같지만 글쓰기의 방식이 전혀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식이여서 무척 읽기 힘든 책이었다. ​소설인지 다큐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의 보고 형식으로 쓰였는데, 해설의 도움이 없었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을 이나마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노벨상 수상작가이며, 솔제니친과 김지하의 석방 운동을 위해 단식을 했고,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수호하기 위한 '9조회'에 참여하는 등의 반전 반핵을 위해 행동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컷지만, 이전에 읽었던 <개인적인 체험>에 비해 <익사>는 공감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간결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책이 어수선하다고 느껴졌는데 일본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범국가로서 과거 일본을 수면에 끌어올리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적인 문제 안에 응축된 소설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읽기 어려운 소설이 이해마저 불가한 것은 아니다. 오에가 이 소설을 통해 일본의 천황주의와 남성주의문화를 비판하고자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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