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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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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중에는 유독 죽음의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 스테판 츠바이크, 로맹 가리, 프레모 레비, 다자이 오사무, 버지니아 울프, 미시마 유키오, 헤밍웨이 등 이름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 그 수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들이 작가이기 때문에 자살했다기 보다는 작가는 어두운 세상에서 방황하는 미약한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은 만큼,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낙관보다는 절망적인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더 많을 것이며, 절망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책을 읽다보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살 뿐이라는 생각을 가끔, 아주 가끔, 정말 가끔 하는 때가 있다.

 

백인이며, 직업이 교수라고 알려진 한 남자가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인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 든다. 그가 생각할 때 유혈과 탐욕과 어리석음이 난무하는 세상은 기본적으로 강제노동수용소이고, 이 수용소의 노동자들, 순진해빠진 노동자들은 제비뽑기로 매일 몇 명씩 끌려가 처형을 당한다(118 쪽) 이처럼 교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런저런 좋은 가치들이 사라진 불합리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전망조차도 없는 황량한 곳이다. 그러므로 지식인인 그로서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수 밖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여긴다.

 

흑인이며, 직업은 목회자로 보이는 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한 때 감옥에서 자신을 공격한 상대방을 살인할 뻔한 전력이 있으며, 그 후로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어리석음에 몸부림치는 인간을 신앙만이 구원할 수 있다 라고 회심했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은 각자의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나아질 수 있으며, 낙관적인 믿음, 혹은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인간에게는 절대자인 신이 필요하다 라고 생각한다. 그는 선셋 리미티드로 뛰어드는 남자를 구했고, 자살하려는 남자의 마음이 타락했음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죽음으로 대변되는 어둠으로 부터 그를 구하려고 한다.

 

나는 어둠을 갈망합니다. 죽음을 달라고 기도해요. 진짜 죽음을. 죽은 다음에 내가 살아서 알았던 사람들을 또 만나야 하는 거라면 도무지 어째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건 최악의 공포가 되겠지요. 최악의 절망이. 만일 내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 그 모든 걸 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게다가 이번에는 고대해 마지않는 죽음이라는 전망도 없는 상태라면? 자, 그건 최악의 악몽이 될 겁니다.(131 쪽)

 

스스로 죽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말을 남기고 죽든 그렇지 않고 영원히 침묵하든, 그 모든 죽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살하는 자의 수 만큼 다양할 것이나, 그 중 공통점 하나라면 죽음 다음의 세상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영원한 어둠이 아니라면 죽음이 간절할 이유가 없을터.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자살을 택하는 사람에게 후세는 요원할 것이다.

그러나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교수의 주장처럼 문명이 더 진화되어 가고, 사람들이 더 교육받을 수록 자살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답은 오래된 미래, 즉 과거로 부터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동체'이다. 갈수록 더 심각하게 개인의 파편화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 맞설 수 있는 힘은 '유대하는 각 개인'에서 나온다.

 

극형식을 띤 이 소설은 소설이되, 앞 뒤의 그 모든 이야기는 두 남자의 대화만으로 설명되며, 그 나머지 여백에 대한 상상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탁구공처럼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죽으려는 이유와 살리려는 이유를 상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말 역시도 그러한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그러나 소설 속에 승자는 없다. 죽으려는 자도, 살리려는 자도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절망하지 말고, 유대하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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