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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N.H 클라인바움 지음, 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이 책은 영화소설로, 톰 슐만의 영화를 소설가 낸시 클라인바움이 각색해 책으로 출판했다. 원작이 책이 아닌 영화인 경우로, 나로서는 무척 독특한 경우라고 생각되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90년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이 영화를 아주 오래전에 보았지만 그때 당시는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로빈 윌리암스의 경쾌한 매력에만 푹 빠졌던 기억이 있다.
지난 주말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간 생각이 깊어진 것인지, 대사 하나하나가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았다. 오늘을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이라든가,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적 인간이 되라는 이야기라던가,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볼줄 알아야 한다는 키팅의 시도들은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요즘의 내 고민과 딱 맞아떨어져 더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았다.
어쨌든 아름다운 화면과 내용에 감동이 깊어 책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책은 영화와는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책에서 키팅을 고발하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토드의 모습이 영화에서는 부모와 교장의 강압적 분위기에 밀려 금방 서명하고 마는 약한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키팅으로 인해 변화한 토드의 모습 등을 책이 더 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독특함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주체적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더라면, 세상에는 다른 시각도 존재함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닐은 죽지 않았을까.
키팅의 부추김이 없었다면 하던대로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하며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았을 것이라고 항변하는 카메룬의 외침은 한편으론 정말 그럴 것이라 수긍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길을 넘보며 주체적 활동을 꿈꿨던 닐은 죽음으로서만 '죽은 시인의 사회'의 정회원이 될 수 있었다. 살지 못할 세계라면 차라리 알지 못하는 것이 삶을 유지하는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있어야 오늘이든 내일이든 즐길 수 있는 것일테니까.
키팅의 획기적 교육방법, 죽은 시인의 사회, 닐의 자살, 그리고 교단을 떠나는 키팅.... 그래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웰튼 아카데미의 그들은 아이비리그를 꿈꾸며 이전의 삶의 방식을 이어간다. '죽은시인의 사회'는 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연극 '한여름밤의 꿈'과 같이 막을 내린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도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세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 책 역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도하는 자, 그대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