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그때의 베스트셀러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서점에서 알랭 드 보통의 신간을 발견할 때마다 책내는게 그다지도 쉬워보이는 그의 작품에는 도통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 신문의 한 귀퉁이 책소개란에서 <불안>을 발견했다. 500자가 될까한 짧은 서평에서 '비교가 부르는 불안'에 대한 글을 읽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이 부쩍 불안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고 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말장난같은 사랑 타령만 하는 만만한 에세이스트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남보다 못한 내가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불안해진다는 '불안'에 대한 그의 생각이 조금은 그럴듯도 하게 들렸으니까.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많은 작가를 인용했다. 강준만 교수가 그렇듯이. 아마도 그의 많은 다른 책들도 <불안>과 같은 형식의 인용이 많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인용이라는 것도 박식과 함께 적절히 적용하는 재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능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해소하는 해법 중 '보헤미안'을 가장 흥미있게 읽었는데, 나 자신이 보헤미안이 되고싶은 희망을 은연중에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남들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의 가치를 측정할 때 일상적인 '불안'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긴 할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문득,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난 내 자신은 부끄러움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이젠 그 부끄러움을 가리기보다는 깨뜨려야 할 때인데, 나에게는 그만한 용기가 있었던가. 에세이스트 김현진의 말처럼 책읽기를 멈출때 그때가 바로 내자신이 무너지는 때이고, 튀어볼 용기를 잃을 때이며, 내 자신이 더이상 내 자신일 수 없을 때가 아닐까 한다. 

 

알랭 드 보통은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는데, 이 책을 쓰면서 그 자신은 어느만큼 공감하고 있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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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7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의 글을 평소에 잘 안 읽는 편인데 저도 이 책만큼은 흥미롭게 읽었어요.
' 불안 ' 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챕터들의 내용 모두 다 좋았어요. 글도 참 잘 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