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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한때 나는 새로운 반지나 귀걸이등을 구입할 땐 늘 몸에 지닐수 있는 물건으로 고르고자 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너무 값싼 물건은 피했고, 내 이미지와 잘 어울릴 만한 것을 찾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나를 말해줄 물건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완벽하게 맘에 드는 물건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눈에 나를 말해줄 그런 악세사리를 찾는 일을 포기했다. 물건을 처음 보았던 그 순간에는 완벽하게 맘에 든다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보고 두번 볼 때마다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지루해지거나, 그런 조악한 것들로 ’나’를 말하기에는 왠지 천박하게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물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도 결국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악세사리에 집착하지 않게 된 것은 무엇엔가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 정체성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쓴, 자신을 말해주는 사물에 대한 에피소드로 저자들은 사물을 통해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다. 할머니의 밀대, 열차, 진공청소기, 도끼 등 보통은 별 감흥을 주지 않는 사물들이 한 개인의 인생에 특별하게 개입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지나온 시간과 관계가 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사물들은 잊고있었던 맛이며, 향이며, 추억이며, 어린시절이기에 누가 그 무엇을 준다해도 절대 바꿀 수 없는 ’그것’이 된다. '그것'은 현재의 내가 되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나를 치유하고, 위로한다. 되돌아볼 줄 아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희열을 준다. 내가 아직까지도 나를 대변해줄 악세사리를 만나지 못한 이유는 나와 악세사리의 완벽한 부조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릿한 지난시간을 공유하지 못한채 급조하고자 했기 때문인것이다. 급조된 인위적인 관계 속엔 추억할 무엇도 없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세상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다는 걸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 탓에 되도록이면 물건에 너무 많은 애정도 집착도 갖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물이 나를 옥죄도록 용인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물건은 있다. 내게는 그것이 책이다. 책은 나의 지나온 시간을 말해준다. 내가 읽고, 소장해온 책들은 그 책을 읽던 시절의 ’나’ 이다. 가끔은 책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가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때에도 이 책들은 남아있겠지. 그러나 미리부터 서운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속에 있지않으면 어제와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기에 그다지 억울하지도, 서러웁지도 않은 것이다. 그저 지금, 이순간을 나에게 의미있는 사물인 책과 즐기면 되는 것이기에.

이 책 속의 많은 저자와 그들에게 의미있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라는 존재가 깃털만큼이나 가벼운게 맞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욕심도 집착도 다 버리고 순간에 머무는 바람처럼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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