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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는 행위이다. 노를 저어 물길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때, 그림과 같은 풍광을 마주치는 일은 너무 흔하며, 때로는 한가롭게 물놀이를 하는 물새를 만나기도 하고, 갈데숲을 헤쳐야 할 때도 있으며, 노 젓기를 멈추고 물 속에 손가락을 담궈 볼 때도 있고, 거센 물길을 따라 한 길 낭떠러지에 이를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길 낭떠러지 길도 그림과 같이 느끼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폭의 그림을 만나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 할 이도 있다. 그것은 읽는 사람의 몫으로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위치우위.. 나는 처음듣는 중국 작가지만 중국에서는 매우 알려진 문화답사 작가인 모양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위치우위의 글 중 유적이나 폐허 혹은 중국고전에 관한 것들을 묶어두었다. 중국의 고전이나 유적답사에 얼마간의 지식조차도 없는 나로서는 조금 지루해 마지 않았다.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동양의 지식인들이 흔히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의 잘 정돈된 언어들이 따분하고 고루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시작된 유적과 폐허를 넘어서 예술과 삶을 넘어서 인간을 조망하는 이야기로 접어 드는 책의 후반부에서 나는 밑줄 긋기에 바빠졌고, 한 번 읽고 넘어가기 보다는 같은 문장을 여러번 되풀이해 읽는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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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오해가 두려워 이해해주기를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현대생활은 만상이 공존하면서도 또한 지극히 독립적이다. 동쪽 버드나무가 조금 작다고 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사실은 좀 더 자랄 수 있는 너무였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또한 서쪽 홰나무가 조금 크다고 해서 이웃에게 풍수지리의 덕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고 해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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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가 그랬다. 나는 주관이 뚜렷하고 폭넓은 인간으로 남들보다는 더 인간적이라고 나 스스로를 평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얼마나 얇은 나의 참 모습인가. 나는 다르다고, 적어도 나만은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그러나 너는 아니라고, 너는 나를 쫓아오기엔 아직도 한참이나 멀다고........
질투였다. 나약한 내 자신을 숨기기 위한 나름의 사투였다. 남을 끌어내려서라도 내가 올라가고픈 시기였다. 사고할 줄 모르면서도 사고할 줄 아는 척 하고 싶었던 조급함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자신의 존엄함을 위해 타인의 존엄을 생각해야한다는 위치우위의 글을 읽으며 인문학적인 사고란 내안의 나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두 번다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한번 조차도 읽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색의 즐거움>은 위치우의의 명언집으로, 아무때나 아무 쪽이나 펼쳐 저자의 생각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때 그때 내 안의 소용돌이에 따라 만나는 사색의 깊이가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