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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혹독한 봄날이라는 표현이 너무도 어울리게 이 봄은 정말 혹독했다. 개나리와 폭설이 한 컷에 동시에 존재했다는 것도 그렇고, 펴보지도 못한 꽃송이와 같은 청춘들이 바닷속에서 이유도 모른채 숨져갔다는 것도 그렇다. 그 혹독한 봄 날, 광화문 네거리를 찾았다.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봄볕만큼이나 쏟아져 나온 대로변의 메밀국수집에는 국수 한그릇을 먹기 위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늘어서고, 그리고 그 앞에서는 비틀린 몸으로 휠체어에 기대앉은 장애인들 몇몇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시설에서 나와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한 서명운동이었는데 나는 그 앞을 지나다가 똑바로 고개 한 번 들지 못한채 서명을 하고 모금함에 돈을 넣고 연필 한자루를 쥐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은, 봄볕이 따갑기도 했지만, 비틀린 몸을 갖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설픈 내 ’동정’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청년 김원영 그는 자다가도 뼈가 부러지는 희귀한 질병을 앓는 장애인이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갖지 못한 그는 검정고시와 재활원,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생이 되었고 로스쿨 재학생이 되었다. 흔한 표현으로 그는 장애를 넘어선 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장애를 넘어섰다는 표현을 부정한다. 장애가 넘어선다고 넘어서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방바닥을 구르던 그때나 로스쿨에 재학하며 책을쓴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두발로 설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두발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나는 책 속의 원영씨를 만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천박한 욕심으로 건강한 내 몸을 학대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지육신 멀쩡한 몸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부끄러웠던 이유는 장애인이 파는 껌은 항상 사야했고, 장애인이 받는 서명운동은 어떤 목적인지도 모르면서 서명해야 했고, 누가 받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한달에 한번은 자동이체로 사랑의 모금을 해야하는, 그러면서 어딘가는 비틀리고 모자란 비정상적인 신체를 갖은 그들로 인한 내 삶의 정상성에 기뻐했던 내 모습을 나에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유치하도록 감상적인 나는 ’동정’하기를 즐기며, 사실은 내가 멀쩡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원영 씨가 자신의 정체성을 장애인이라고 규정했듯이 나는 내 정체성을 정상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비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정상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나는 정상인가.. 정상은 비정상적인 것이 존재함으로 가치가 있다.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 써왔던 내 속의 나는 정상인가..
’다름’은 비정상과 정상의 존재를 무상케 한다. 장애인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동정 또한 필요치 않다. 장애를 극복할 이유가 없듯이, 동정을 가장한 우월감 또한 갖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각기 다를 뿐이고, 장애조차도 하나의 개성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신체조건의 인간들이 서로 불편함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누구나 하나의 인간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