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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알면 보인다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 아침의 일이다. 바쁜 아침 제대로 된 식탁을 차리기가 버거워 주먹밥을 만들곤 한다. 김과 검은깨를 섞어 만든 주먹밥을 아이입에 넣어주자 아이는 "검은깨 넣어지?"하고 인상을 쓴다. 나는 검은깨가 얼마나 좋은건지 아냐면서 오메가 3가 들었다는 둥, 머리를 좋게한다는 둥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검은깨를 찬양했다. 아이는 "그 좋다는 오메가 3..? 그런데 참 신기하다. 사람들은 그런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깨에 오메가 3가 들은거 오메가 3는 머리를 좋게 한다는거 그런걸 어떻게 알아냈지?" 내 얼렁뚱땅 정보에 신기해하며 입에 주먹밥을 밀어넣는 아이 모습에 더 신이난 내가 말했다. "그러게... 엄마도 정말 신기하다. 콩을 메주로 만들고 장을 담굴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건지 정말 신기하다 싶어 엄마도." 아이는 내 말에 눈을 살짝 치뜨며 훈계를 시작한다. "에이... 엄마도, 그거야 한번에 만들어 낸게 아니고 오랜시간동안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면서 차차 만들어낸거지... 그것도 몰라?" 밥도 먹고, 스스로 답까지 찾아내는 아이의 모습은 내 아침을 기쁘게 열어주었다.

  예술적 표현보다 종교적 가치를 더 중시했던 중세의 예술이 인간감정을 중시하면서 인간중심의 작품으로 들아선 르네상스도 그렇다. 역사시간에 암기했듯 르네상스는 암흑기 이후에 14~16세기에 단발성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과한 사건들을 지내면서 일어난 새로운 바람이었다. 장이 되기전에 메주가 먼저 있어야 하고, 메주 이전에 삶은 콩이, 삶은 콩 이전에는 콩을 수확하고, 그 이전에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것은 세속적이고, 거룩하지 못한 추함이라는 의식의 변화는 그 이전에 거룩한 종교적 가치의 시간을 거쳤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직접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천재들만 있었다면 가능한 역사가 아니다. 그들을 후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준 명문가 '메디치'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피렌체의 보물들은 메디치가의 사적 재산이었다. 1743년 메디치 가의 마지막 인물이었던 안나 마리아 데 메디치는 가문의 보물들을 피렌체에 기증하면서 가문의 소장품은 어느 하나도 피렌체 밖으로 반출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메디치'가 대대로 부를 거대한 건축물로나 자랑하는 졸부였다면 오늘날의 피렌체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살아있는 도시 피렌체를 살펴보는 안내서이고, 해설서이고, 거대한 바람 르네상스에 숨은 소소한 사건들을 적은 이야기책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올 초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르네상스 프레스코화>전에서 보았던 고촐리의 <동방박사의 행진>과 브랑카치 채플의 <낙원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를 발견한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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