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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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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 인간이..?" 라는 표현은 듣는 이로 하여금 상한 감정을 유발한다. 人間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하는 것으로, 결코 기분나쁠 만한 내용의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럴수 있나 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하는 의도로 쓰여지는 말이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멀지도 가깝지 않은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너무 가까운 듯한 거리는 부담스럽고, 너무 먼 듯한 거리는 외롭다. 이 책은 그렇게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두사람, 재일조선인인 서경식과 독일에 사는 일본인 작가 타와다 요오꼬와의 사이를 오가는 편지를 묶은 모음집이다. 두 사람은 한가지 주제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토론을 한다. 정중하고 격조있는 어조로 나누는 잔잔한 편지글 속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적당한 간격이 있다. 

저자중 한사람인 서경식이 서두에 밝혔듯 두 사람은 매우 다르다. 성별도, 국적도, 사는 곳도, 연배도.... 그러나 그들은 많은 점에서 같다. 두사람 모두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조상대대로 살아오고 있는 땅을 떠나 살아가는 그들은 그런점에서 디아스포라들이다. 재일조선인인 서경식에게는 조선인 이땅이 타지이다. 조상들의 땅이지만 타지일 수밖에 없는 서울에 머물고 있는 서경식과 역시 일본인으로서 독일이라는 타지에 살고있는 타와다 요오꼬는 일본이나 한국, 혹은 일본이나 독일, 어디에서건 이방인일수 밖에 없다. 그들은 인방인으로, 혹은 타자의 관점으로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한다. 인간의 삶, 예술, 놀이, 죽음, 고향... 이들에게 어쩌면 국적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 살건, 어디서 왔건 인간은 결국 갈곳을 몰라 불안한 세포들의 조합일 뿐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감추려고 인간은 문화적이 되었다고 한다. 죽음을 잊기 위해 오히려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역설은 자기(磁氣)를 이용해 세포들을 일정방향으로 정렬시킨다는 MRI라는 의학용 기계를 닮았다. 흩어지는 세포에게는 결국 죽음이 있을뿐이다. 
 

카네꼬 후미꼬는 함께 대역죄로 잡혀온 박열과 동거했던 이유에 대해 "국적을 완전히 넘어선 동지애와 성애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재판에서 말했습니다. 그녀가 천황제국가의 법정에서 일부러 '성애'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녀에게 있어 정치적인 올바름과 성애의 환희는 나눌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과 에로스를 관철하는 것은 이런 경우 일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스스로의 '생사'를, 또한 '성애'를 '신'이나 '국가'로부터 되찾아옴으로써 정신적인 독립을 쟁취한 인간의 모습을 봅니다(p.193).

 

우리는 조금더 자기(自己)다워져야 한다.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경계를 넘어서도 안되고, 경계에 못미쳐도 안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살다’라고 선언하는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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