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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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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의 일이다. 대형마트에서 남편과 함께 장을 보다가 처음보는 포도를 발견했다. 청포도처럼 투명의 연초록으로 빛나는 포도는 모양이 총알처럼 길쭉했다. 껍찔째 먹는다는 그 포도는 마침 시식 행사 중이였다. 겁도없이 덥썩 집어먹고 보니 맛 또한 기가막히게 달았다. '칠레산 껍찔째 먹는 포도'라고 씌여 있는 포도 몇송이를 횡재한 기분으로 사들고 돌아오면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이래서 우리 농산물은 경쟁이 안돼.. 껍찔째 먹지, 씨도 없지, 우리 거봉보다 더 달지..... 이렇게 맛있는 농산물들이 도처에서 오는데 신토불이 신토불이 외쳐봤자지 뭐.."  마트에서 칠레산 포도를 처음 맛본 나는 피할수 없는 세계화의 논리에 깊이 경도되어 있었다. 이웃집 드나들듯 세계곳곳을 드나드는 이때에 굳이 신토불이를 외치며,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애국심만 부추기며 국산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 몹시 촌스럽고 한심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쇄국은 곧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나름의 철학으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온갖 상품은 물론이고 사람도 오가는 마당에 먹을거리라고 예외일수 없다. 중국산 먹거리가 한국의 식탁을 점령한 이유는 중국에서 훨씬 더 싼값에 비교적 양질의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먹거리를 수입하는 대신 우리는 중국에 자동차, 휴대전화를 팔 수 있다. 세계화는 무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는 일이다.(중략) 한국의 농업은 경쟁력이 없으니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개 이런식으로 생각할 것이다.(본문 89쪽 요약)

그러나, 먹거리의 세계화는 이윤에 눈먼 자들의 자기배 불리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입산 먹거리들은 원거리를 날아오느라 방부제 투성이가 될 수 밖에 없으며, 날아오기 이전에도 대량생산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고 조작된 유전자에 맞는 온갖 농약과 비료에 범벅이 된 상태라는 것은 누군가 깨우쳐주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치였기 때문이다. 

원거리 먹거리들의 문제는 농약과 방부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송에 따른 에너지의 낭비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자국의 농업을 죽이는 일이며,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도시빈민을 양산한다. 그리고 멀게는 제3세계의 사람들이 자국의 농토에서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대신 선진국 사람들의 기호품을 생산하느라 정작 국민들은 굶어죽는 사태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백날천날 구호품 보내고 모금해 보낸다한들 세계화의 미명아래 행해지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그들의 굶주림은 해결되지 않는다. 자급자족의 문제는 제3세계에만 있지 않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곧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수송에 차질이 생기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화속에서나 일어날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밥상혁명>은 우리가 더이상 무심하게 정부가 차려주는 수입산 밥상을 받아서는 안될 이유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권력은 자본에서 나온다. 자본은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밥상은 먹는 사람의 건강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해야 한다. 먹는 사람이 거부하면 밥상을 차리는 사람도 변화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을 덮을 때쯤엔 왜 소농을 살려야 하는지,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공동체의 지역먹거리들을 우선시하는 방법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또 불가피한 원거리 먹거리들은 공정무역을 통해야 한다는 것 등, 막연하게 알던 웰빙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미약한 내 힘을 의심하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의외로 내가 할 수 있는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보다는 생협을 이용한다거나, 지역의 재래시장을 이용한다거나, 직거래 장터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좋은 먹거리에 대해 조금더 깊이 생각하고 좋지않은 먹거리는 거부한다거나, 남들이 촛불들 때 강건너 불구경하지 않는다거나..... 

웰빙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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