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니, 지금도 계속되는 아들의 과학상식 만화책 독파하기는 내게 일종의 스트레스이다. 이 시기가 만화책을 좋아하는 시기라고는 하나 이제 슬슬 만화책만 보는 아들이 걱정되고 있다. 아들 책장에 아들 방에 슬쩍 동화책을 끼워둬도 동화책을 싹싹 피해가며 얄팍한 상식이 가득한 만화책만 끼고도는 아들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온다. 토요일, 택배로 [과학탐정 브라운]을 받았다. 포장을 풀고 책을 아들에게 선물이라고 내밀자, 표지를 본 아들 "와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앉은 자리에서 거짓말 안하고 한권을 뚝딱 읽어낸다. 욕심이야 꼼꼼하게 긴시간 집중해서 읽어주길 바라지만 그것까지야 말그대로 과욕이고 과학상식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만화 대신 이 책을 읽혔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싶었다. 흐믓한 마음에 나도 책을 펼쳐 든다. 이야기는 백과사전이라는 뜻의 '인사이클로피디아'라는 별명을 갖은 경찰 서장의 아들 르로이 브라운이 아빠 뒤에 숨은 명탐정이 되어 실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거기다 과학 솔루션이라는 팁을 따로 달아 르로이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관련된 과학 원리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는 자신이 10살짜리 명탐정 르로이가 되어 경찰 서장 브라운씨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설명해 주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하며 스스로 머리를 굴려보고 과학솔루션을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글읽기를 하지 않아도 과학상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당연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거기다 책 사이사이에 있는 그림들과 말풍선들이 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아이는 벌써부터 1편은 다 읽었으니 2편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과학상식 만화책으로 남모르게 스트레스 받아온 나는 모처럼 글줄 책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보니 흐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