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책보다 미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왕복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에피소드 한두편 정도는 하루에 다 보게 되고, 시즌 하나도 1-2주면 다 보게 된다는...
서쪽에 사막 위에 세워진 라스베가스가 있다면 동쪽엔 황무지에 세워진 애틀랜틱 시티가 있으려나.
금주법 시대, 술로 관광객을 모을 수 밖에 없었던 애틀랜틱 시티의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 있는 어둠의 제왕(?) 너키 톰슨. 스티브 부세미가 연기하는 너키 톰슨은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그의 악행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한편으론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그저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를 제거하려는 라이벌들의 공격에 마음속으로 너키를 응원하기까지 했다는...
다양한 인물들과 생생한 세트, 풍성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 그리고 빅 밴드 재즈까지... 다만 자주 등장하는 야한 장면 때문에 지하철에서 보기가 참 민망하다는 게 유일한 단점.
작년 여름에 시즌1을 보고 바로 원서를 주문하고 홈페이지에서 가계도를 모아서 인쇄하고 부산을 떨었으나, 책은 결국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을 뿐... 그럴 거 같아서 두권만 주문했다...
드디어 지지난달 시즌 2가 시작됐고, 1편씩 감질나게 보기가 싫어서 시즌이 다 끝나면 몰아서 보리라 다짐하고 기다렸다가 일주일만에 다 보고는 또 입맛만 다시고 있다. 1년을 또 어떻게 기다리나...
에픽 환타지로서의 엄청난 스케일, 주인공급(?) 인물을 가차없이 없애버려도 남아나는 캐릭터들이 장점이자 단점. 보면서도 맨날 헷갈려...

별로 인지도는 없으나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며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는 더 킬링. 이것도 시즌2가 얼마전에 끝났으니 몰아서 봐줘야 되는데.
CSI나 그 비슷한 수사물들이 1시간이면 해결할 살인 사건을 시즌 내내 끌고 가다 다음 시즌으로 넘기는 마지막회에서는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라고 소리치게 만든다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 만큼이나 꿀꿀한 분위기의 드라마(시애틀이 이런 곳인가 싶을 정도...)지만 마치 미미여사의 소설처럼 세밀하게 주인공과 피해자 가족, 피의자와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살핀다. 한 편당 하루씩 총 13화니까 사건 발생 후 13일이 되도록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피의자들은 습격 받고 담당 형사는 가정 생활이 파탄나는....
이렇게 쓰다 보니 참 재미없을 것 같지만 사건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범죄 드라마로 의외로 집중해서 보게 되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2 오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