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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몰입도 95%
초판 발행일을 확인해 보니 2003년 8월에 1쇄가 나왔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그만큼 많은 칭찬과 관심을 받고, 이후 한국 소설계의 희망이며 기린아가 되어, 왠만한 발랄함이나 기발함은 그냥 자기의 아류로 만들어 버리는, 박민규. 의 그 두번째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
이는 마치 가끔 할 일 없이 습관적으로 한바퀴씩 돌려보는, 100개가 넘는다고 자랑하지만 실상 보는 채널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케이블TV의 그 무수한 채널 중 하나에서 가끔씩 보게되는 4년전 개그 콘서트의 한 장면과 같은 것이며, 대개는 그냥 다음 채널로 넘어가지만 문득 리모콘을 살포시 내려 놓고,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예전 개그맨들의 개그를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고, 남들은 이미 다 보고 웃은 개그를 새삼스럽게 4년의 시차를 두고 웃는, 이미 30대 중반도 넘은 아저씨가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상실의 시대'를 들고 열심히 보고 있는, 머 그런 난감하면서도 약간 민망한 상황과 대충 비슷하다고 하겠다.
뒤늦게 보긴 했어도 그 재미란 게, 세월과 먼지에 가려 비 내리는 것처럼 흐릿해 진 것도 아니어서, 내게는 검정과 베이지 색의 절묘하고 세련된 유니폼과 붉은 등판과 팔의 줄이 인상적이었던 OB베어스의 유니폼과, 신경식, 윤동균, 박철순, 김우열 등으로 기억되고, 그해 겨울 우승기념 컵세트를 사서 장식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장면으로 남아있는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크게 보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이 소설의 압권은 단연, 삼미 슈퍼스타즈의 활약(?)과 그 활약을 지켜보는 주인공과 조성훈의 모습을 그린 첫 부분이다. 이 부분은 마치 개그 콘서트 베스트를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데, 그건 육봉달이나 강유미의 명 개그를 계속 이어 보는 즐거움이나 메가쇼킹의 만화를 쌓아 놓고 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철저하게 아마추어적인 자세와 야구를 통한 정신 수양이라는 높은 경지의 정신 세계를 통해, 3-S 정책을 통한 우민화와 자본에 의한 착취를 획책하던 음모 세력에 가열찬 똥침을 놓는 삼미의 슈퍼스타들은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서 되살아 났다.
하지만, 소설의 재미의 태반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존재와 그 믿어지지 않는 존재가 주는 비현실감에 빚지고 있는 그 이유 때문에, 중반 이후의 전개는 너무나 구태의연하게 사실적(?)이고 평범하여 초반의 재미를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쩌면 팔아서 큰 돈을 쥘 수 있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명문대 졸업장을 가지고 어쨌거나 일거리를 구할 수 있고, 결국은 다시 돌아올 착한 아내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여유가 실재했던 삼미 슈퍼스타들의 여유와는 다른 것이기 때문일 수 있겠다.
잠깐의 여유와 일탈 후에 원하든 원치않든, 스리슬쩍 주류(?)의 흐름에 한 발을 담가 버린 작가/주인공의 '인생은 삼천포'라는 여유만만하고 낙천적이며 비현실적인 발언에 동의를 하든 않든, 약 2시간 30분간 개콘 베스트에 버금가는 재미와 오랜만에 흉내내고픈 발랄한 문체를 만난 재미는 인정. 어찌됐든, 30세를 위한 즐거운 송가 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