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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몰입도 80%
그의 이전작, '펭귄뉴스'를 보고는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는 요즘 소설들의 약간 발랄한 버전이라고 하며, 소재는 신선한데 전체적으로 지루하다는 평을 한 적이 있다.
1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 그의 새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게 되었다. 전작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평들이 대체적으로 좋길래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같은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작가 스스로도 이것이 독자에게 보내는 자신의 편집 앨범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음악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소재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단편들은 전작 보다는 많이 정돈되고 통일된 느낌을 주었다.
작가는 8편의 단편들을 통해, 글을 쓴다는 것, 즉 소설가로서의 업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책 말미의 평론가는 리믹스, 혹은 디제이 소설가의 탄생이라고 했지만, 나는 김중혁이라는 소설가를 '콜렉터' 로서의 소설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대단한 '콜렉터'라는 말은 어디선가 들은 기억일 수도 있고, 그의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나 혼자 느낀 인상일 수도 있다. (쓰다가 다시 보니, 출판사 책소개에 '잘 알려진 수집광'이라는 내용이 있다)
콜렉터로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그의 작품 곳곳에 드러나 있다.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 쓴다는 것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문장 위에 덮인 먼지를 조심스럽게 툭툭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다.',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등등
콜렉터의 할 일이란 찾기, 모으기, 편집하기/리믹스, 되살리기의 과정이다. 어찌보면 스크래치 없는 레코드, 악기들의 원음, 오리지널 텍스트, 原典은 지금의 소설가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걸 바란다면 그는 아마 시인이 되었을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난번 그의 소설집에 대해서도 이제는 약간은 너그러워 질 수 있겠다. 특이한 것을 모으는 콜렉터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에. 그의 지난 소설집이 찾기, 모으기에 집중한 것이라면 이번 소설집은 편집하기/리믹스의 단계가 아닐까. 이제 편집 앨범이 아닌 그만의 오리지널 앨범을 바란다면 무리한 희망일까.